“김재환 만난다”…‘독이 든 사과’, 결국 SSG가 집어 드나

프로야구 SSG가 김재환(37)의 영입을 검토한다. FA 제도 취지 훼손 논란으로 큰 비난에 직면한 선수를 영입할 경우, 다음 시즌 성적과는 별개로 야구계에 미치는 파장은 클 것으로 보인다.

SSG 관계자는 지난 1일 통화에서 “김재환과 관련한 내부 검토를 마쳤다. 관심이 있어서 선수 측을 조만간 만나보려고 한다”며 “구체적인 계약 규모에 대한 논의가 오간 단계는 아니다. 선수 측 얘기도 들어보고 분위기 파악을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인천 SSG 랜더스 필드는 좌우 펜스 거리가 95m, 중앙 펜스 거리 120m로 KBO 10개 구단 구장 중 가장 짧다. 펜스도 낮아 홈런 최적화 구장으로 설계됐다. 과거 ‘홈런군단’이던 SSG는 올 시즌 내내 극심한 타격 침체로 애를 먹었다. 팀 OPS(출루율+장타율)는 0.706으로 전체 9위였다. 구단 관계자는 “김재환에 관심을 가진 것은 팀 OPS를 보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장타에 대한 노하우를 젊은 선수들에게 전수해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고 했다.

두산 프랜차이즈 스타 김재환은 데뷔후 14시즌 내내 KBO에서 가장 큰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개인 통산 276홈런을 때렸다. 2022년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로 두산에 잔류한 뒤 4년 간 타율 0.250 75홈런 260타점 OPS 0.788에 머물렀다. 그 중 마지막이었던 올 시즌은 103경기 타율 0.241 13홈런으로 부진했던 반면 지난해에는 136경기 타율 0.283 29홈런으로 준수한 활약을 했다.

SSG가 팀 성적만 생각한다면 김재환은 매력적인 선택지일 수 있다. 내부 장타자 육성으로 새 시즌 타격 반등을 기대하기에는 불확실성이 큰데도 SSG는 이번 FA 시장에서 강백호나 김현수 영입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는 않았다.

문제는 김재환의 전력이다. 김재환은 현재 KBO리그를 뒤흔든 논란의 주인공이다. 김재환은 올해 두산과 4년 총액 115억 원짜리 계약이 끝났는데 FA 자격신청을 하지 않았다. 4년 전 계약 당시 김재환측의 요구로 ‘FA를 포기하면 두산과 우선 협상하고 협상이 무산되면 조건 없이 방출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김재환은 두산과 협상을 끝까지 거절해 결별했다.

정상적인 FA 절차를 거쳤다면 김재환을 데려가는 구단은 B등급인 김재환에 대한 보상을 두산에 해야 하지만 김재환은 방출 선수 신분으로 두산을 나오면서 보상 없는 완전 자유 신분이 됐다. 영입하는 구단은 그냥 데려가면 된다.

FA 보상 제도 자체를 무력화하는 ‘편법’이라는 점에서, 협상 테이블에서 총액 증가 대신 ‘방출 가능성’으로 거래를 제안해 성공시킨 김재환과 에이전시에 대한 비난 여론이 매우 거세다. 그간 구단과 선수들이 규정을 지키며 유지해온 리그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불법이 아니라고 꼼수가 정당화 될 수는 없다.

이 와중에, 보류권 해제 선수들이 계약할 수 있는 12월1일이 되자 그동안 침묵하던 SSG가 망설임 없이 손을 내밀었다. SSG는 이미 논란의 인사를 여러 번 보여준 팀이다. 3차례나 음주운전에 적발되고 취중 싸움으로 추태까지 보였던 박정태를 2군 감독으로 선임하려다 거센 비판에 직면하자 사퇴시킨 뒤 조용히 퓨처스 고문으로 자리를 만들어준 사실이 드러났다. 부적절한 선임으로 우려를 샀던 김성용 전 단장을 퇴임시킨 뒤 1년 만에 다시 스카우트팀장으로 불러들이기도 했다. 김재환은 과거 금지약물 복용 전력으로 친정 팀 두산을 제외한 타 구단 팬들에게는 오랜 시간 비난의 대상이었다. 이번엔 편법 이적을 시도 중이다. SSG는 다시 한 번 이런 논란을 아무렇지 않게 감수하겠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구단들과 야구팬들이 분노하는 사안의 중대성을 경시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김재환 사태’와 같은 편법 이적을 리그가 용인해준다면 앞으로 악용 사례가 속출할 가능성이 크다. 특정 에이전시가 특급 선수들을 독점한 채 흥정으로 내놓는 편법 카드를 어쩔 수 없이 받았다가 후에 땅을 치는 구단은 또 나올 수 있다. 물론 ‘문제의 계약’ 당사자인 두산 역시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김재환에 관심을 두던 여러 구단이 사태를 보며 물러났다. 이런 계약은 용납해선 안 된다며 규정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그 중심에서, 가장 눈여겨보던 SSG가 결국 본격적으로 김재환 영입에 나섰다. 동업자 정신은 물론 리그의 정서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행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