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맘다니는 자본주의를 구할 수 있을까

2025-12-02

미국 자본주의의 심장인 뉴욕에서 한 달 전, 34세의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가 시장으로 선출되는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파격적인 그의 공약이 서민과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은 결과다. 그는 시내버스 요금 무료화, 생후 6주부터 5세 이하 영유아의 무상 보육, 시영 식료품점을 통한 생필품의 저가 공급을 약속했다. 또한 100만 채에 달하는 임대료 안정 아파트의 집세 동결과 10년간 주택 20만 호 건설을 공언했다. 이에 필요한 재원은 시의 법인세 최고세율을 7.25%에서 11.5%로 인상하고, 연봉 100만 달러를 초과하는 부유층을 대상으로 소득세율을 2%포인트 올려 마련할 계획이다.

서민 표로 당선된 맘다니의 정책

‘사회주의자’의 자본주의 구하기

낡은 도구로는 성공하기 어려워

창의적 방법으로 불평등 낮춰야

맘다니의 당선은 ‘자본주의 대 사회주의’ 논쟁에 다시 불을 지폈다. 그는 ‘미국 민주사회주의자(DSA)’의 회원이다. DSA는 필수 공공 분야에 대한 기업의 공유(公有)와 부분적인 계획경제 도입을 주장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뉴욕을 파괴할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맘다니가 사회주의를 만들려 한다는 비판은 공정하지 않다. 여전히 대부분 기업의 사유(私有)와 가격 메커니즘의 절대적인 역할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그의 공약은 사회주의보다 ‘다양한 자본주의’의 한 형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뉴욕의 자본주의는 위기다. 한국 인구의 17%인 850만 명이 거주하고 있지만, 뉴욕시의 경제 규모는 한국 국내총생산의 75%에 달할 정도로 부유하다. 그러나 불평등 또한 극심하다. 뉴욕의 지니계수는 0.56으로 미국 평균(0.48)은 물론, 세계에서 불평등도가 가장 높은 지역인 남미 국가들의 수준(0.49~0.52)을 상회한다. 뉴욕시의 중위 가계소득은 미국 전체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월세는 미국 평균의 2.5배, 식료품비는 20% 더 비싸다. 연 20억원을 버는 상위 1%의 부유층과 연 2000만원의 소득으로 버텨야 하는 하위 20%의 저소득층이 조밀한 지역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뉴욕 서민은 부유층의 소비와 행동을 매일 눈앞에서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다. 사회주의가 가장 쉽게 뿌리내릴 토양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맘다니의 시도는 사회주의 혁명이 아니다. 지나친 불평등으로 병든 자본주의를 ‘덜 불평등한 자본주의’로 개선하려는, 자칭 사회주의자의 ‘자본주의 구하기’다.

그러나 그의 공약이 자본주의를 구할 가능성은 작다. 비전은 원대하나 정책 수단은 과거에서 빌려온 낡은 도구다. 서민의 숨을 틔울 정도의 미시적 성과는 거둘 수 있다. 무상 보육과 시영 식료품점 운영은 점진적, 단계적으로 시도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임대료 동결과 버스요금 무료화는 달콤한 독과 같다. 서비스 질이 악화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지속하기 힘들거나 정치적인 이유로 되돌리기 어렵다. 이같이 약효가 의심되는 과거의 처방으로썬 중병을 앓는 자본주의를 건강하게 회복시킬 수 없다.

자본주의는 위기 때마다 특유의 창발성과 유연성으로 도전을 극복해 왔다. 참정권 확대로 귀족 자본주의에서 민주 자본주의로 이행한 덕분에 인류는 기록적인 번영과 자유의 시대를 누릴 수 있었다. 경제적 불평등이 극심해지자 복지 제도를 도입해 체제의 건강성을 되찾고 사회주의와의 경쟁에서도 앞서갔다. 모든 개혁의 핵심에는 내부 기득권자 대신 외부 진입자를 우대하는 정책이 있었다. 정치적 권력을 나누고 서민을 보호하고 미래 세대를 안심시키는 포용적 제도를 도입했다. 그 결과 자본주의는 100년도 지나지 않아 무너진 사회주의와 달리 지금까지 300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자본주의를 구하기 위한 창의적인 실험은 멈추지 않아야 한다. 단번에 세상을 바꿀 묘책이 있다는 주장은 허구다. 지금같이 복잡해진 자본주의를 구하는 지름길은 없다. 그러기에 더 많이 연구하고 결과를 축적해 정책의 재료로 삼아야 한다. 한쪽에서는 부유층과 서민, 기성세대와 청년 세대의 상호 신뢰를 북돋우는 정책 실험이 일어나고, 다른 쪽에서는 노동시장과 교육 개혁을 목표로 한 다양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자발성, 신뢰, 효율성을 원칙으로 하면서, 민간 기업을 관여시키고, 첨단 과학기술을 이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기업이 유휴 시설이나 네트워크를 공익에 활용할 때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생필품의 가격 안정을 위해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실시간으로 수급을 조절할 수도 있다. 나이 든 세대와 젊은 세대, 부유층과 서민을 신뢰로 연결할 방안도 찾아야 한다. 부유층과 고령 세대에게 보편적 복지 혜택을 스스로 양보할 선택권을 주고, 그 재원을 경제적 약자와 청년층에 집중하는 방식도 있다. 이는 갈라진 세대와 계층을 잇는 사회적 신뢰의 마중물이 될 것이다.

미국의 자본주의는 기로에 섰다. 자본주의가 무너지면 민주주의도 퇴행한다. 인류 문명도 쇠락한다. 자본주의를 구하기 위해 뉴욕은 격렬한 실험을 시작했다. 한국은 조용하다. 한국의 자본주의는 건강한가.

김병연 서울대 석좌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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