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 호감도 역대 최고 ‘골든 크로스’ 근접…사도광산 합의엔 60%가 "못했다"

2024-09-19

한국인 열 명 중 네 명은 일본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역대 최고 수준의 호감도로 분석된다. 다만 사도 광산 등 과거사 문제에 관한 정부 대응을 놓고선 부정적인 평가가 상당했다. 민간 차원의 교류는 긍정적 효과를 발휘하고 있지만, 정부가 움직여 풀어야 할 역사 문제 관련 과제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감도·비호감도 '골든 크로스' 근접

19일 동아시아연구원(EAI)에 따르면 지난달 26~28일 사이 전국 성인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한국리서치 의뢰 웹조사,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에서 "일본에 좋은 인상 또는 대체로 좋은 인상"을 가진 응답자는 41.7%로 나타났다. "나쁜 인상 또는 대체로 나쁜 인상"을 갖고 있다는 응답자는 42.7%였다. 매해 한국인의 대일 인식도를 조사해온 EAI는 "2013년 조사 시작 이래 호감도는 가장 높은 수치를, 비호감도는 가장 낮은 수치를 각각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인의 일본에 대한 호감도와 비호감도를 꺾은선 그래프로 나타내면 올해 들어 호감도(41.7%)가 비호감도(42.7%)와 최초로 맞닿는 수준으로 나타나 '골든 크로스'에 근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인의 일본에 대한 호감도를 견인하는 요인은 문화, 관광, 인적 교류 등이 꼽혔다. 또한 한·일이 같은 민주주의 국가라는 정체성을 공유한다는 인식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 일본 대중문화를 즐긴다는 응답은 지난해 18.5%에서 올해 34.1%로 늘었다. 또 올해 응답자 중 77.9%가 "대중문화가 일본에 대한 (긍정적) 인상을 향상시킨다"고 답했다.

일본을 방문한 적이 있다는 응답도 지난해 37.3%에서 올해 60.8%로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엔저 현상이 맞물리며 일본 여행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현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와 관련, 일본 방문 경험이 대일 호감도 상승으로 이어지는 경향도 확인됐다. 올해 응답자의 22.4%는 "일본에 다녀온 뒤 일본에 대한 인상이 좋게 변했다"고 답했고, 55.1%는 "좋은 인상이 그대로 유지됐다"고 답했다.

열에 여섯, 사도광산 "부정 평가"

반면 과거사 문제에 대해선 여전히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지난 7월 일본 사도 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59.7%가 "부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답했다.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응답은 23.2%에 그쳤다.

일본이 등재 당시는 물론이고 후속 조치 차원에서 문을 연 전시관에도 조선인 강제노역 사실을 분명히 하지 않은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일본 정부 관계자의 참석을 약속한 추도식 일정도 좀처럼 확정되지 않으며 부정적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강제징용 피해 배상을 위한 '제3자 변제' 해법에 대해서도 39.7%가 "부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부정 평가 응답(34.1%)보다도 더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3월 한국 정부가 제3자 변제를 결단했지만, 1년 반이 넘도록 일본의 호응이 전무해 판결금 지급을 위한 기금마저 고갈되는 데 대한 여론의 실망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에선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정부의 태도 전반에 대해서도 49.6%가 부정적인 평가를 해 긍정 평가 비율(34.5%)을 웃돌았다. 이와 관련, 손열 동아시아연구원장은 "한국인의 대일 호감도와 정부 정책에 대한 인식이 디커플링(분리) 양상을 보이며 균형이 무너진 모습"이라며 "이런 경우 일본 관련 이슈가 정파적으로 변질되고, 정치적인 의도로 활용될 여지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끼리 성과 머물러선 안 돼"

한편 이날 여론조사 결과 발표 후 토론에서도 한국인의 대일 인식에서 디커플링 현상이 뚜렷하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현재 한·일 관계에 불만이 있지만, 동시에 한·일 관계가 중요하다고도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과거사 문제와 별개로 실익 측면에서 대일 협력이 전략적인 가치를 갖는다고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 주도의 관계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교수는 "일본에는 불안, 한국에는 불만이 있다는 말이 자주 회자되고 일본이 물컵의 남은 반 잔을 채우지 않고 오히려 물을 빼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며 "한·일 국민 간 신뢰가 차츰 쌓이는 현상은 긍정적이지만, 관계 개선이 정부끼리의 성과에 머무르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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