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을 죄고 있던 잠금쇠 일부가 곧 풀어질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각) 전쟁 당사국 정상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연쇄 전화통화를 갖고 전쟁 종식 논의를 벌였다. 먼저 1시간 넘는 푸틴과의 통화 뒤 트럼프는 자신의 SNS에 “수백만명이 죽어나가고 있는 것을 중단해야한다는데 동의했다”고 적었다. 이어 젤렌스키와도 “ “(통화가) 아주 잘 진행됐다”며 “그(젤렌스키)도 푸틴처럼 평화를 이루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오는 24일이면 만 3년을 끌어온 전쟁이 종료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세기간 24시간이면 끝난다고 했다가 당선 뒤 6주 가량 시일이 필요하다고 내비쳤던 데서 훨씬 더 종전 시계가 앞당겨지게 될 공산이 커졌다. 이번 만큼은 당사국 국민들을 위해서도, 세계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 아닐수 없다.
이미 수백만명이 죽거나 다친 전쟁을 두고, 기회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경제나 세계 경제가 워낙 궁지에 몰려있어 작은 회복의 틈이라도 얻고자하는 것은 모든 지구촌의 인지상정이 아닐까 한다. 더구나 전쟁 복구나 평화상태 회복이 이후 당사국 국민과 주변국에 모두 유익한 것이라면 비통함을 앞세워 미룰 일은 아닐 것이다.
아직은 불확실성이 많다. 그래도 대비는 해야한다. 우선 꽁꽁 얼어붙은 한-러시아 교역과 공급망 회복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러시아에 진출한 우리 기업과 산업의 회복과 수출 만회를 서두르고, 러시아로부터 받을 수 있는 에너지·광물 등의 물동량을 전쟁이전 수준으로 복원하는 것은 급선무다. 또 전쟁 기간부터 논의돼 왔던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우리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정보기술(IT)를 비롯해 건설, 자동차, 플랜트 등이 유력하게 고려될 수 있다.
국가적으로 뭔가를 약속하고, 풀기 어려운 형국인 만큼 이번엔 기업 중심으로 민간 접근과 노력이 우선시되는 것이 맞다. 다만, 민간 외교 지원기관과 수출 지원기관 등이 먼저 앞길을 터주고, 기업들이 뒤를 받치는 형식이 가장 좋을 것이다. 정부도 양국 대사관이나 본국 정부를 조용히 만나고, 자연스럽게 민간이 향하는 길을 안전하고 넓게 열어주는 역할이면 바람직할 것이다. 오랫만에 되찾게 되는 평화가 어느쪽으로 치우치는 이익 보다는, 공존공영의 가치로 현실화되면 좋겠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