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톡] '소주전쟁' 이제훈 "90년대는 낭만의 시대, 아버지 생각 많이 났죠"

2025-06-02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이제훈이 영화 '소주전쟁'으로 IMF 위기에 빠진 주류기업을 구원할 금융 전문가로 등장한다. 이쪽인지, 저쪽인지 알 수 없는 교묘한 수로 극중 인물들과 관객들을 감쪽같이 속인다.

이제훈은 2일 인터뷰를 통해 '소주전쟁'의 개봉 소감을 밝혔다. 이 작품에서 90년대부터 영화계를 지켜온 베테랑 배우 유해진과 호흡을 맞춘 그는 "90년대는 제겐 낭만의 시대"라며 한국 영화의 부흥기를 지켜본 소회를 말했다.

"이미 개봉해서 무대인사를 돌고 있는데 정말 시간이 빠르단 생각이 들어요. 실시간으로 계속 어떻게 영화를 보셨는지 리뷰들을 찾아보고 있거든요. 이렇게 생각하셨구나 종록과 인범 중 누구에게 더 공감하고 가치관이 비슷했구나. 얘기해주시니까 시나리오를 봤을 때 감정이나 생각들을 공유해주시는 게 정말 재밌어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더 많은 분들이 이 영화 보시고 그런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힘들었던 IMF 때 이야기임과 동시에 현재는 과연 어떻게 변화했는지 비교를 해볼 수도 있을 거라 많이들 봐주셨으면 해요."

이제훈은 준범을 연기하며 "요즘 세대들이 하는 생각, 마인드에 더 부합하지 않을까 했다"면서 젊은 친구들을 대변하는 캐릭터였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유해진이 연기한 종록을 보면서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고 했다.

"해진 선배와 대본 리딩하고 연기 과정을 거치면서 그때 제가 겪었던 아버지 세대의 모습이 투영되니까 저도 되게 동요됐어요. 그 사람을 위로는 해주고 싶은데 또 속마음은 또 다른 계략을 갖고 있는 부분이 있어서. 연기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좀 많이 들었죠. 실제로 인범을 표현하는 데도 영향을 많이 끼쳤고요. 또 배우로서 삶이 있지만 매니지먼트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봤을 땐 종록의 입장이 너무나 공감이 많이 가요. 젊은 친구들이 어떻게 볼지가 궁금하네요."

특히 인범은 이 영화에서 상당히 이중성을 지녔고, 감쪽같이 숨기면서도 어느 순간에는 드러내는 캐릭터다. 시간 차를 두고 변화하는 인물과 그 내면을 연기하면서 이제훈이 연기를 어떻게 풀어나갔는지가 궁금했다.

"영화가 시작됨과 동시에 한국에서 큰 어떤 위기 상황이 발발했고 수많은 기업들이 도산 위기에 몰려 있는데 우리가 싼 값에 주워가지 않으면은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거라고. 바로 피칭을 하잖아요. 성공에 대한 욕망이 굉장히 큰 인물이고 어떤 목표를 가지고 위기에 빠진 이들에게 접근을 한 거죠. 작당을 꾸미고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은 거리낄 게 없다는 행동을 하지만, 중간에 종록을 보면서 흔들리고 갈등하는 부분들도 있어요. 조금 편집하면서 빠지긴 했지만 그래도 종록을 통해 느끼시는 것들이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해요."

이제훈에 따르면 '소주전쟁'의 원제는 '모럴 해저드'였다. 모두가 위기에 빠진 가운데 이익을 위해 도덕적 해이를 저지르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꽤나 깊이있게 담긴 이야기다. 이제훈은 "그때 당시의 탐욕스러운 모럴 해저드 세력이 지금은 더 심해지지 않았나"라면서 현재에도 의미있는 이야기임을 짚었다.

"IMF 이후에 대한민국 자본시장이 외국 자본들을 받아들이고 금융 시장도 개방이 됐죠. 기업 지배 구조도 변화되고 자금의 이동이 굉장히 자율화가 되는 구조적인 변화를 겪었는데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이 일었고 많은 분들이 이제 힘들어 하셨죠. 장기적으로 기업의 투명성이나 효율성, 글로벌 경쟁력인 측면에 있어서 또 진일보했다라는 평가도 있지만 결국 국민 모두의 피, 땀, 눈물이 섞인 노력과 헌신으로 부채도 갚고 발전과 성장을 이루었다고 생각해요. 당시의 모럴 헤저드가 지금은 더 심해졌다는 생각도 기사와 뉴스를 통해서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소주를 매개체로 우리나라 경제 상황에 대한 생각을 한 번 더 할 수 있는 또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고 두 인물이 추구하는 삶에 대한 가치관과 방향성이 매우 다르잖아요. 젊은 세대와 50, 60대가 된 황금기의 시대를 보냈었던 사람들은 과연 어떤 태도 영화를 보고 젊은이들에게 이야기해줄 지 궁금했어요. 좋은 소재를 통해 이런 작품이 나오고 관객으로서도 다양성적인 측면에서 기쁜 순간이기도 해요."

'소주전쟁'에서는 주류회사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소주를 양껏 마시는 장면도 적지않게 나온다. 하지만 이제훈은 술을 잘 하지 못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있다. 이 부분이 아쉽지는 않았는지, 술이 약한 사람에게도 느껴지는 영화 속 소주의 매력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촬영 땐 오히려 술을 마시지 않았어요. 대학 초창기에 숙취 때문에 다시는 술 안마시겠다고 빌던 시간들이 있었는데 오히려 예능 촬영할 때 홍보 수단으로서도 술을 마시기도 하죠. 영화 속에서 나오는 탑 소주를 권하는 장면이 있는데 한 예능 콘텐츠에서는 진짜 짧은 순간에 우리나라 대표 소주와 탑 소주를 섞어서 마셔보기도 했어요. 역시 또 술자리는 분위기가 또 있으니까 서로 마시게 되면서 처음 본 사이인데 갑자기 형 동생을 하게 되는 게 참 소주만의 특별한 매력인 것 같아요.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밖에 없는 술이구나 달고 쓰고, 인생의 고통과 환희와 모든 걸 느낄 수 있는 매개체라서 제일 가는 알코올이 아닌가 싶어요."

'소주전쟁'의 배경이 되는 1990년대는 우리 나라에서 가장 문화적인 낭만이 가득했던 시기로 기억된다. 동시에 혼란도 많았던 시기다. 이제훈은 영화를 사랑했던 사람으로서 그때의 가득했던 기억 속 한국 영화의 부흥기를 떠올렸다.

"저한텐 낭만의 시대였죠. 90년대 초중반부터 해서 2000년대까지의 한국 영화들이 제겐 배우를 꿈꾸게 한 전부였던 것 같아요. 헐리우드 작품들도 마찬가지인데 한국 영화의 당시 이야기들과 영상, 너무나 다양한 이야기들을 창작해내는 크리에이터들 보면서 정말 대단하단 생각밖에 안들어요. 지금 역시도 그때만큼 현재를 대변할 수 있는 작품들이 있을까 생각해 보면은 솔직히 많이 좀 부끄럽고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더 잘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함과 동시에 그 낭만 속에 또 유해진이란 사람이 매 순간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시절을 관통하는, 현재까지 함께해온 위대한 배우구나 하는 생각이 들죠. 너무나 영광이었어요. 저 형처럼 진짜 편안하게 사람들 막 웃게 만들고 하루 종일 같이 있어도 지루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단 생각을 많이 했어요."

끝으로 이제훈은 다시 한 번, 아버지의 이야기를 꺼냈다. 1997년 IMF 시절,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았던 그때의 심경과 지금 떠올려보는 마음은 꽤나 다르게 다가온다고 했다. '모럴 헤저드'였던 이 영화의 원제만큼, 모두가 한번쯤 준범의 마음이 돼서, 또 종록이 돼서 다양한 세대가 가치관에 대해 이야기하길 한번 더 바랐다.

"아버지를 생각해 보면 그때 얼마나 혼란스럽고 진짜 괴로우셨을까 생각이 들어요. 눈앞에서 가세가 기울고 장사가 안돼서 새벽마다 일용직 근로를 찾으려고 나가시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집이 되게 힘들구나. 어떡하지' 생각만 했지 진정으로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것 같아 죄송스러워요. 시나리오를 보고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고 종목처럼 가정과 회사를 위해서 이렇게 헌신한 존재가 있었다, 또 유해진 선배님과 함께 보여줄 수 있어서 되게 되게 소중한 작품이죠. 영화 결말과 별개로, 도덕적 해이가 팽배한 사회에서 우리가 계속 희망을 갖고 살아가려면 어떤 응징이 필요하다는 것도 모든 분들이 인지하셨음 하고, 씁쓸하지만 실질적인 이야기들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었어요. 저도 권선징악, 인과응보가 확실한 것을 좋아하지만 현실감 있는 이야기로서도 충분히 우리가 뭔가 느끼고 사색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으면 해요."

jyyang@newspim.com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