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대 아들·딸과 함께 사는 A씨(54)는 이번 겨울을 어떻게 날지 걱정이 크다. 혼자 두 아이를 키우는 A씨 집은 기초수급 가구로, 한국전력공사가 전기요금을 깎아주는 복지할인 대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 달에 몇만 원씩 나오는 전기료를 내기 버거워 서너 달씩 계속 밀리고 있다. 창문이 깨지고 단열이 안되는 집안 상황도 난방과 거리가 멀다. 그는 "전기가 계속 나가 냉장고 등 필요한 전자제품을 돌려서 쓰는 상황"이라며 "요금 부담이 크다 보니 나도, 아이도 추울 때 온풍기를 켜는 대신 옷 다섯겹씩 입고 버틴다. 그나마 들어오는 전기도 끊길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A씨처럼 전기료 체납 속에 전력 사용이 제한된 취약계층이 최근 5년간 4만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바우처를 받아도 체납 요금엔 사실상 쓸 수 없는 제도적 한계가 영향을 미쳤다. 에너지 효율 개선 같은 구조적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더불어민주당 박지혜 의원실이 한전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2024년 전류 제한(단전 유예) 조치를 받은 복지할인 대상(유공자·장애인·기초수급·차상위 기준)는 4만52가구에 달했다. 이들은 3개월 이상 전기료가 밀리면서 순간 최대 전력이 660W로 제한된 가구다. 한 해 평균 8000가구의 취약계층이 전력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셈이다. 지역별로는 경기-서울-인천 순으로 이러한 가구가 많았다.
정부는 취약계층이 혹한·혹서기를 버틸 수 있도록 에너지바우처를 지급한다. 냉·난방에 필요한 전기와 도시가스 등의 비용을 지원하는 체계다. 문제는 바우처를 쓸 수 없는 취약계층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현행 제도상 바우처를 받더라도 체납된 요금엔 사용할 수 없다. 이미 전기료가 밀려 전류가 제한된 위기 가구는 사실상 난방기 사용을 못 하고, 바우처도 큰 의미가 없는 셈이다.
실제로 에너지바우처 지원 단가가 올라도 사용률은 뒷걸음질 친다. 에너지바우처 관련 예산은 2022년 2306억원에서 올해 5172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전체 발급액 대비 사용률은 2020년 84.2%에서 2024년 69.9%로 떨어졌다. 취약층이 바우처 지원을 받아도 다 쓰지 못한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바우처 수급자 수는 2019년 67만여명에서 2024년 128만여명으로 5년 새 2배 가까이 늘었다. 정부 지원에도 에너지 빈곤층이 오히려 확대되는 걸 보여준다.

김민정 초록우산 복지사업본부 팀장은 "현장을 가보면 에너지바우처를 지원받아도 전기장판 하나에 의존해 외투를 껴입고 생활하는 취약 가구가 많다. 특히 어린 자녀가 있는 집은 아동의 학습·휴식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면서 "노후 주택의 단열 부족, 난방 설비 비효율 문제로 같은 가정이 해마다 바우처 지원 대상에 오르는 악순환도 이어진다"라고 말했다.
국회도 개선책을 고민하고 나섰다. 박지혜 의원은 지난 2일 취약계층의 에너지 이용을 보장하고, 현물지원·효율개선·요금체계를 통합 연계하는 지원 체계를 꾸리는 내용의 '에너지취약계층 지원법'을 대표 발의했다.
박 의원은 "정부가 그동안 노력해왔지만, 현재의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 제도엔 여러 한계가 있다"며 "에너지 빈곤을 해소하려면 에너지바우처 등 단기적 현물 지원뿐 아니라, 단열 보강·설비 교체 등 근본적인 효율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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