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왕관·황금 골프공·제트기까지…트럼프가 올해 받은 선물들

2025-10-31

에어포스원과 핵 발사 코드를 가진 사람에게는 무엇을 선물해야 할까.

CNN은 30일(현지시간) 외교적 선물에 대한 난제는 지난 수십년 동안 외국 지도자와 특사들을 괴롭혀 왔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한 지금만큼 심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약 9개월 동안 받은 선물들은 알려진 것만 16개에 달한다. 황금 삐삐, 황금 투구, 황금 왕관 등 상당수가 황금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CNN은 아첨에 약하고 황금에 매료된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해 각국 정상들이 보낸 선물에는 터무니없고 섬뜩한 것까지 있다고 전했다.

CNN은 이러한 선물은 무역·안보 협정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각국 정상들이 신중하게 선택한 것들이라고 말했다. 자신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을 잘 알고 존중한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호의를 얻기 위한 방편이란 것이다.

미국 대통령이 받은 선물은 원칙적으로 미국 국민에게 주는 선물로 간주돼 국가 자산으로 귀속된다. 미국 총무청(GSA)은 480달러를 초과하는 해외 선물을 받으면 60일 이내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 액수를 초과하지 않는 선물만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소유할 수 있다. 선물을 갖고 싶다면, 대통령은 공정한 시장가격으로 GSA로부터 되살 수 있다. 대통령이 직접 보관하지 않는 선물 대부분은 국가기록보관소로 이관돼 대통령 도서관 박물관의 소장품 일부가 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시절인 2017~2019년 일본 총리가 준 황금 골프채,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준 칼과 단검 등 25만달러에 달하는 100건 이상의 외국 선물을 보고하지 않은 사실이 감사에서 뒤늦게 적발되기도 했다.

다음은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취임 후 받은 선물들 중 일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가장 먼저 만난 해외 정상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2월 4일(현지시간) 황금 삐삐를 선물했다. 이는 이스라엘이 지난해 레바논에서 헤즈볼라에게 ‘삐삐 테러’ 작전을 수행할 때 썼던 것과 똑같은 모델이다.

그로부터 사흘 뒤인 7일에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전 총리가 자신의 고향에서 제작된 황금 사무라이 투구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CNN은 “세계 각국 정상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황금’을 선물하는 패턴이 나타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같은 달 28일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자국 권투선수인 올렉산드르 우시크가 지난해 세계복싱선수권대회(WBC)에서 획득한 챔피언 황금 벨트를 선물로 가져왔다. 그러나 ‘외교참사’로 비화된 당시 정상회담 때문에 이 황금 벨트 선물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3월

일부 국가는 매년 같은 선물을 가져오는 ‘전통’을 만듬으로써 선물 선택의 부담을 피할 수 있었다. 아일랜드의 성인을 기념하는 ‘성 패트릭의 날’을 맞아 미켈 마틴 아일랜드 총리는 3월12일 세잎 클로버 화분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같은 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특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초상화를 선물했다. 러시아 화가가 그린 이 작품은 펜실베니아에서 선거 유세 도중 피격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먹을 불끈 쥐고 승리 포즈를 취하고 있는 순간을 담았다.

5월

주말마다 골프를 즐기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골프용품은 검증된 선물로 자리잡았다.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는 G7 정상회의를 위해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골프용품과 모자를 선물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받은 선물 중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카타르가 새 에어포스원으로 쓰라고 선물한 보잉 747이다. 가격이 4억달러로 추산되는 이 제트기는 선물이라고 하기에 너무 비싸 ‘뇌물’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선물을 트럼프 대통령 도서관 재단에 기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6~9월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6월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유대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독특한 접근법을 택했다. 독일계 이민자의 후손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할아버지의 독일 출생 증명서 사본을 선물하면서, 조상의 땅을 방문해 달라고 초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어머니 고향인 스코틀랜드도 비슷한 선물을 택했다. 7 28일 존 스윈니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머니 메리 앤의 상세 정보가 담긴 1921년 인구조사 기록을 선물했다.

8월18일 젤렌스키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두번째 만남은 다행히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첫번째 회동이 파국으로 끝난 후 두번째 회동을 위해 ‘검증된’ 선물인 골프채를 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채를 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했다.

알래스카 회담으로부터 일주일 뒤인 8월22일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회담 당시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이 나란히 서 있는 사진을 선물로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사진을 기자들에게 보여주며 “그가 보내준 게 정말 고마웠다”며 “사인을 해서 다시 보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찰스 3세 영국 국왕은 9월17일 국빈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독립선언 250주년을 기념하는 수제 가죽 제본 책을 선물했다.

10월

금전적 가치는 없어도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꿰뚫는 선물도 있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10월14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금테로 장식된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서를 선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으로 화답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10월28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사용했던 퍼터와 메이저대회 우승자 마츠야마 히데키가 사인한 황금 골프공을 선물했다.

바로 다음날 한국 정부는 고대 신라 금관 복제품을 선물했다. 이 선물을 특히 마음에 들어한 트럼프 대통령은 에어포스원에 직접 싣고 가겠다고 문의한데 이어, 백악관 집무실 내 어디에 둘지 장소까지 미리 정해놨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금관 선물은 트럼프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을 규탄하는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 시위와 맞물려, 미국 내에서 풍자의 소재가 되고 있다. 미국 유명 정치 풍자 프로그램인 <더 데일리 쇼>는 29일 “정말 사려깊은 선물”이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금 대통령이 왕 놀음에 빠지지 않게 하느라 애쓰고 있는데 당신들이 와서 ‘이 멋진 왕관 좀 써보세요’라고 했다”며 “그냥 돈자루나 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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