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이비엘바이오가 올해 이중항체 ADC 임상 신청에 전사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마얀크 간디(Mayank Gandhi) 에이비엘바이오 USA 대표이사(CEO)는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송출된 '항체-약물 접합체(ADC) 심포지엄'에서 올해 이중항체 ADC 임상 신청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14일 밝혔다.
에이비엘바이오 ADC 심포지엄은 항암 신약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는 ADC 개발 역량을 높이고, 국내외 ADC 개발 전문가들의 교류를 위해 마련됐다. 회사에 따르면 민간에서 주도한 최초의 대규모 ADC 심포지엄으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에서 ADC를 개발한 경험이 있는 ADC 전문가가 프로그램 연자로 나서 ADC 개발 경험과 최신 트렌드 등을 공유했다.
이날 행사에서 눈길을 끈 것은 마얀크 간디 에이비엘바이오 USA 대표가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사실이다. 마얀크 간디 대표는 패널 토론에 참가하는가 하면 직접 마지막 연사로 나서 에이비엘바이오 USA의 향후 목표 등을 공개했다.

마얀크 간디 대표는 미국 증권가에서 주식 리서치 애널리스트(연구원)으로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글로벌 빅파마 제넨텍에서 7년여 간 근무한 후 바이오텍 특수목적합병법인(SPAC) 지야 애퀴지션(Jiya Acquisition Corp) 부사장, 바이오텍 이펙터 테라퓨틱스(eFFECTOR Therapeutics) 최고 비즈니스 책임자 등을 거쳐 최근 에이비엘바이오 USA 대표직에 임명된 것으로 파악된다.
외신에 따르면 마얀크 간디 대표가 가장 최근 몸담았던 이펙터 테라퓨틱스는 지난해 6월 주요 파이프라인의 임상 중간 단계 실패로 인해 직원을 해고하고 나스닥 상장폐지 계획을 발표하는 등 사업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디 대표는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특이성 ADC에 대한 약속이 가까운 미래에 실제로 실현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면서 "당면한 첫 번째 목표는 올해 ABL 206과 ABL 209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간디 대표가 언급한 ABL 206과 ABL 209는 에이비엘바이오가 개발중인 이중항체 ADC 신약 후보물질로, 회사가 지난해 밝힌 계획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신청할 예정이다. 간디 대표는 이날 더 구체적인 타임라인을 언급했다.

그는 "물론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전제 하에 "내년 1분기 임상에 진입하고,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2027년 하반기 2상 시작을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간디 대표는 "이 자리에서 다루는 것은 206, 209 프로그램 두 가지뿐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말하고 싶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것들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해 7월 이중항체 ADC 개발을 본격화하며 14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한 바 있다. 현재 이중항체 ADC 개발의 중추를 담당할 미국 법인 에이비엘바이오 USA의 전력 강화를 위한 임원 및 ADC 개발 전문 인력을 선발 중에 있다.
앞서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 2022년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및 기술이전을 위한 사업개발 기회 확대를 위해 미국법인 에이비엘바이오USA를 설립한 바 있다. 에이비엘바이오USA는 100% 자회사로, 향후 이중항체 ADC 임상을 담당한다는 방침이다.
에이비엘바이오 관계자는 "개발 중인 이중항체 ADC는 올해 말부터 순차적으로 임상시험계획서(IND) 제출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DC, 고형암 넘어 비종양학 부문 확장할 것"
한편 심포지엄에서는 ADC 개발 관련 전문가 세션이 이어졌다.
로슈(Roche) 그룹 산하 바이오 기업 제넨텍(Genentech) 출신 마크 슬리코프스키(Mark Sliwkowski) 박사는 첫 번째 세션에서 'ADC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슬리코프스키 박사는 ADC 개발이 어떻게 T-DM1을 시작으로, PBD 모노아미드(PBD monoamide, PBD-MA)라는 2세대 개발 프로젝트로 이어졌는지 소개했다. 그는 "T-DM1은 최초의 HER2 표적 ADC로, 암 세포에 대한 뛰어난 효능을 보여주었으나 안전성 문제로 일부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세포 독성을 줄인 PBD-MA가 TDM1보다 더 안전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슬리코프스키 박사는 T-DM1의 후속 프로젝트인 T-DXd를 소개하며,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의 개발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엔허투'(Enhertu)는 다이이찌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항체-약물접합체(ADC) 기반의 항암제로, HER2(인간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를 표적으로 해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당초 유방암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지난해 4월 모든 HER2 양성 고형암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승인받았다. HER2 발현이 낮은 환자군에서도 효과를 보여, HER2 저발현 유방암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주목받고 있는 치료제다.
엔허투는 지난 2023년 기준 매출 25억7000만달러를 기록한 의약품으로 전년(12억5000만달러) 대비 매출이 2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승인을 통해 엔허투는 FDA의 허가를 취득한 최초의 암종 불문(tumour-agnostic) HER2 기반 치료제이자 최고의 ADC로 시장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됐다.
슬리코프스키 박사는 "ADC가 정말로 개화했고, 2015년 이후로 ADC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면서도 "임상 전 단계에서 ADC 후보물질이 효과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는 매우 쉽지만, 향후 안전성 고려 사항이 훨씬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씨젠·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 출신 피터 센터(Peter Senter) 박사와 이뮤노젠 출신 패트릭 즈와이들러-맥케이(Patrick Zweidler-McKay) 박사 등이 '항암 치료를 위한 ADC', 'ADC 임상 개발 관련 인사이트 공유' 등을 주제로 고형암 환자 대상 ADC의 임상 개발 사례와 ADC의 치료적 이점 등에 대한 발표를 이어갔다. 이외에 이뮤노메딕스·씨젠 출신 모리스 로젠버그(Morris Rosenberg) 박사가 후기 단계 ADC 개발을 위한 전략을 소개했다.
또 프로파운드바이오(ProfoundBio) 공동 창립자 로리 타탈릭(Laurie Tatalick) 박사와 씨젠 출신 태한(Tae Han) 박사가 비임상 단계에서 ADC를 개발할 때 고려해야 하는 사항과 ADC 임상 약리학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헬스케어 전문 글로벌 컨설팅 기업 클리어뷰(ClearView) 소속 카이 민푸(Kai Ming-Pu) 컨설턴트는 ADC 개발의 새로운 트렌드를 발표했다.
각 세션별 연자가 한데 모여 패널 토론을 진행하기도 했다. 토론 자리에서는 최근 몇 년간 ADC 분야에서 급격한 혁신이 이루어진 이유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참석자들은 ADC가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성장한 이유로 여러 요소를 들었다. 그중 하나는 지난 몇 년 간 ADC 개발의 화학적 혁신과 더불어 더 나은 약물 전달 기술이 개발됐기 때문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또 새로운 화학적 조합과 더 나은 화합물이 ADC의 효능을 크게 향상시켰다는 설명도 있었다.
토론 참석자는 공통적으로 최근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ADC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변화로 언급했다. 특히 중국의 경우, ADC 개발에서 큰 성장을 보여주며 많은 기업들이 연구와 개발을 활발히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ADC 기술의 발전뿐만 아니라 자금 조달의 글로벌화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마얀크 간디 에이비엘바이오 USA CEO는 "자본의 가용성 측면에서 전반적인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라면서 "그래서 한국과 중국에서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ADC 적응증이 고형암뿐만 아니라 비종양 부문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재 비종양 영역에서 ADC를 활용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 ADC 기술의 또 다른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ADC가 향후 다양한 질병 치료에 적용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전망이 제시됐다.
토론에서는 ADC의 미래에 대해 다양한 전략도 논의됐다. 참석자들은 새로운 표적을 찾아내고, 기존의 화학적 연결체나 약물 전달 방식을 개선하는 등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 효율적인 약물 전달을 위한 기술 혁신과 함께, 임상 시험 설계에서의 접근법이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적합한 환자군을 타겟팅하여 효과적인 임상 시험을 설계하는 것이 성공적인 ADC 개발의 핵심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임상 시험에서의 문제점도 다뤄졌다. 한 토론자는 "과거에는 모든 종류의 종양에 대해 임상 시험을 진행했지만, 이는 실제로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다"며, "이제는 특정 표적을 가진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정밀한 임상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존 치료법에 대한 내성 메커니즘을 고려한 새로운 접근 방식이 중요하다는 점도 언급됐다.
태한 박사는 "ADC 차세대 제품이 비종양학 프로그램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아직 미충족 의료 수요가 엄청나게 많다. 현재 섬유증에 ADC를 사용하는 회사가 등장하고 있지만, 당뇨병에 대한 ADC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