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톡] '현대판 집시' 줄리아의 비극 다룬 '로데오'

2025-05-22

칸 영화제 초청작, 극단적 소수의 삶 그려

파리 근교에 버려진 청춘의 슬픈 자화상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영화 '이지라이더'나 '분노의 질주'는 모터사이클과 자동차가 등장한다. 그리고 스피드와 모험을 즐기는 청춘들이 주인공이다. 롤라 퀴브론 감독의 장편 데뷔작 '로데오'는 마치 현대판 집시 영화를 연상케 하는 프랑스 영화다.

영화의 주인공 줄리아(줄리 레드뤼)는 거칠면서도 반항적인 삶을 즐기는 바이커다. 온라인 구매자로 위장하여 오토바이를 훔치는 걸 밥 먹듯 하는 비행 청소년이다. 오토바이 판매자들을 속여서 시승을 핑계로 오토바이를 탈취한다.

줄리아는 훔친 오토바이를 타고 도시 '로데오'로 간다. 젊은 사내들이 길에서 오토바이로 묘기를 부리며 떼를 지어 내달리는 곳이다. 줄리아는 남성 중심적인 사회의 일원이 되기를 갈구한다. 부상당한 바이커의 다리를 치료하는 등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보이면서 그들과 한 패거리가 된다.

그럼에도 줄리아는 바이커 커뮤니티의 다른 멤버인 카이(야니스 라프키)와 친해지고, 바이커 무리가 집단 거주하는 집으로 간다. 그곳에서 감옥에 수감 중인 그들의 보스 도미노(세바스티앙 슈뢰더)의 눈에 띈다. 도미노는 줄리아의 뛰어난 오토바이 절도 실력에 반해서 그녀를 자신의 부하로 영입한다. 도미노의 아내 오펠리(각본을 공동 집필한 안토니아 부레시)는 도미노가 부부 면회를 제외하고는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을 금지하여 집에 갇혀 산다. 그런 오펠리에게 줄리아는 강한 애착을 보인다.

'로데오'는 칸 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 섹션을 통해 2022년에 공개됐다. 영화 제목 '로데오'는 도시의 불법 폭주족을 지칭하는 '어반 로데오'에서 착안했다. 이번 로데오는 파리 근교에 모인 10대들이 장시간 스턴트하듯 오토바이를 타면서 각종 사회문제를 일으켜 왔다.

'로데오'의 주인공 줄리아는 가족으로부터,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존재다. 이 때문에 영화는 관객에게 전혀 친절하지 않다. 화려한 오토바이 묘기나 가죽 재킷을 입고 멋있게 도로를 질주하는 주인공 따위는 없다. 시종일관 어둡고 암울하다. '어반 로데오'가 모인 집단에서조차 줄리아는 영원한 이방인이다. 주류 프랑스 사회에 속하지 못한 이민자이거나 이민자의 후손인 남성들 사이에서 줄리아는 소외된 존재다.

그녀가 죽음을 향해 내달리는 동안 관객들은 그저 안타깝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 남성들의 지배 아래서 신음하는 여성과 아이에게 호의를 베푸는 줄리아의 모습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만날 뿐이다. 21일 개봉.

oks3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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