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4찍이야?'…더 갈라진 이대남 VS 이대녀

2025-06-05

최근 취업준비생 조 모(25) 씨는 주변에서 ‘이번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헤어졌다’는 소식을 줄줄이 전해들었다. 조 씨 주변에 남자친구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를 뽑았음을 안 뒤 미련 없이 결별했다는 친구가 벌써 2명이다. 진보 정당을 지지해온 회사원 이 모(30) 씨도 비상계엄 이후 멀어진 남성 지인들이 많다. 이 씨는 “인스타그램에서 내게 ‘1찍이냐’며 사상 검증을 하거나 부정선거 의혹을 공유했던 친구들을 차단했다"며 “정치 성향이 친구나 배우자를 만나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커졌다”고 말했다.

5일 서울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및 대선을 계기로 2030 남녀의 양극화한 정치 성향이 재차 화두에 오르고 있다. 특히 이 후보가 ‘젓가락 발언’에도 젊은 남성 유권자의 강력한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자 더욱 젠더 갈등이 심화하는 분위기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여성의 64%가 이재명 대통령(58.1%)과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5.9%)에 투표한 반면 20대 남성 득표율은 총 25.6%(이재명 32.1%, 권영국 1.6%)에 그쳤다. ‘이대남’의 표심이 쏠린 곳은 이 후보(35.1%)로 20대 여성 지지율의 세 배 이상이었다. 이와 유사하게 30대 남성의 이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율도 30대 여성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았다. 청년층의 성별 투표 성향 차이는 2022년 20대 대선 출구조사 때보다 극명해졌다.

이에 서로에 대한 배척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이 씨는 “개인적으로 이 후보의 발언을 용납할 수 없는데, 예상보다 많은 남성들이 그를 지지하고 있음을 안 뒤 충격이 컸다”면서 “기존 인간관계에서 대선을 계기로 심리적 거리감이 생긴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소개팅 앱 등에서도 탄핵·대선을 기점으로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는 교제할 수 없다’는 글이 다수 포착됐다.

지난해 8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 통합 실태 진단 보고서에서도 국민 10명 중 6명(58.2%)은 정치적 성향이 다를 경우 연애 및 결혼을 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비상계엄·탄핵 등을 거치며 상대편을 악마화하는 ‘혐오의 정치’가 일상화한 결과 정치 성향에 따라 사회적 교류 여부를 결정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교수는 “모두가 똑같은 가치관을 갖는 사회는 불가능하다. 같은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해서 상종도 하지 않는 태도는 더 큰 분열을 부를 뿐”이라며 “새 정부 출범과 발맞춰 정치권과 언론을 시작으로 모든 시민에게 관용의 자세가 필요한 때”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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