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스타트업열전] '제2 케이팝 데몬 헌터스' 꿈꾸는 콘텐츠 관련 스타트업들

2025-08-04

[비즈한국] 2025년 여름,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가 글로벌 차트를 휩쓸고 있다. 서울을 배경으로 한 이 액션 판타지 애니메이션은, 케이팝 걸그룹 멤버들이 악마를 사냥한다는 설정으로 MZ세대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공개 1주일 만에 190개국에서 TOP 10에 진입했고, 소셜미디어에는 수많은 챌린지 영상이 쏟아지고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도 개봉 초기 빠르게 상위권에 진입했다. 넷플릭스에서 발표한 2025년 2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넷플릭스가 제작한 가장 성공적인 애니메이션 영화 중 하나다. 영화 사운드트랙은 2025년 빌보드 200 차트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영화 OST이며, 2분기 실적 발표 시 ‘골든(Golden)’이 빌보드 글로벌 차트 1위, 영국 오피셜 차트에서도 1위를 기록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곡이 되었다. 현재 이 사운드트랙은 스포티파이 영화 OST 부문과 미국 애플 뮤직 차트에서 동시에 1위를 기록한 최초의 K-팝 앨범이 되었다.

넷플릭스는 이 작품의 글로벌 성공을 위해 다양한 기술 기반 기업들과 협업했다. 이들 기업은 영상 생성, 자동 더빙, 디지털 휴먼 구현 등에서 독자적인 기술로 주목받으며, 글로벌 콘텐츠 생태계에 중요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콘텐츠 산업, 특히 OTT 플랫폼과의 협업 가능성과 기술 응용성이 높은 유럽 스타트업들을 소개한다. ​

#감정 살리는 AI 더빙 기술, 네덜란드 스타트업 덥포머

암스테르담에 본사를 둔 덥포머(Dubformer)​는 2023년에 설립된 AI 기반 더빙 스타트업으로, 음성 감정 전달에 초점을 맞춘 감정 전달(Emotion Transfer) 기술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기존의 기계 더빙이 단조로운 목소리를 제공하는 데 반해 덥포머는 배우의 감정과 억양, 리듬을 보존하면서 다양한 언어로 자연스럽게 더빙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사용자는 단 한 번의 목소리 입력만으로 고품질의 다국어 더빙 콘텐츠를 빠르게 제작할 수 있으며, 이 기술은 특히 글로벌 OTT에서 요구하는 빠른 로컬라이징 및 고품질 콘텐츠 제작에 적합하다.

덥포머의 창업자이자 CEO 안톤 드보르코비치(Anton Dvorkovich)는 10년 이상 기계 번역 및 더빙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 번역기(Microsoft Translator) 창립자인 아룰 메네지스(Arul Menezes)와 넷플릭스의 국제 오리지널 영화 부문 전 책임자였던 푸나 마두카(Funa Maduka) 등의 엔젤 투자자도 초기 투자자로 참여해 업계에 큰 신뢰를 주고 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자사 내 연구 프로젝트인 딥스피커(DeepSpeaker)를 통해 AI 기반 더빙 기술에 높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딥스피커는 한 배우의 목소리를 다른 언어로 변환하면서도 감정과 말투, 억양까지 보존하는 AI 보이스 클로닝 기술로, 더빙 품질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콘텐츠의 몰입도를 유지하면서도 다국어 유통을 위한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OTT 서비스들이 적극적으로 탐색 중인 분야다. 덥포머가 추구하는 감정 이전(Emotion Transfer) 기반의 AI 더빙 역시 이러한 산업적 요구와 정확히 맞닿아 기술 협업 및 상업적 채택 가능성에서 주목받고 있다.

#영상 속 등장인물 자동 생성, AI 아바타 플랫폼 콜로시안

콜로시안(Colossyan)​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시작해 현재 런던에 본사를 둔 AI 영상 생성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사용자가 입력한 텍스트를 기반으로 자동으로 디지털 아바타가 등장하는 영상 콘텐츠를 생성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영상 제작에 필요한 카메라, 조명, 배우, 편집 인력 없이도 단 몇 분 만에 몰입도 높은 프레젠테이션이나 교육 콘텐츠, 심지어 드라마 형식의 짧은 영상도 제작할 수 있다. 현재는 e러닝, 기업용 프레젠테이션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는데, 콘텐츠 제작 현장에서 응용될 가능성도 매우 크다.

콜로시안의 가장 큰 강점은 다양한 언어·문화·인종을 반영한 아바타 템플릿과 자연스러운 제스처·표정 표현이다. 기존에는 드라마 한 편을 여러 언어로 더빙하려면 각국 성우를 캐스팅하고 스튜디오 작업을 반복해야 했지만, 콜로시안의 플랫폼을 활용하면 동일한 스크립트를 기반으로 각국 언어를 구사하는 AI 아바타가 대사를 직접 전달하는 현지화 버전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두 번째로는 OTT의 마케팅 콘텐츠 자동화 수요와 잘 맞물린다. 글로벌 콘텐츠를 론칭할 때마다 국가별로 다른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데, 이때 콜로시안의 아바타 기술을 활용하면 언어, 출연자, 메시지가 각기 다른 수십 개의 버전을 빠르게 제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같은 글로벌 작품의 경우, 한국·미국·독일·프랑스 등 각국 팬층에 맞춘 국가별 아바타 홍보 영상을 동시에 배포할 수 있다. 이는 글로벌 OTT의 ‘현지화 마케팅’을 효율화하는 매우 현실적인 도구로 평가받는다.

이는 글로벌 OTT 플랫폼이 현지 문화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대규모로 제작할 때 매우 유용한 기능이다. 특히 예산이 적은 콘텐츠 제작자나 중소형 스튜디오가 로컬 시장에 진입할 때 콜로시안의 AI 영상 생성 기술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와 안정적인 SaaS형 제공 방식도 경쟁력을 더한다.

#실시간 3D 디지털 휴먼 생성 플랫폼 디디모

포르투갈의 디디모(Didimo)​는 단 한 장의 셀카 사진으로도 사실적인 3D 디지털 휴먼을 생성하는 독보적인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게임, 영화, 메타버스, 가상 쇼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으며, OTT 플랫폼에서도 캐릭터 생성, 인터랙티브 콘텐츠, 몰입형 사용자 경험 제공에 큰 가능성을 보여준다. 디디모는 실시간으로 생성된 디지털 인물이 감정, 표정, 음성까지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제공하고 있다.

디디모의 특장점은 단순한 얼굴 복제에 그치지 않고, 실제 ‘인간처럼 행동하는’ 디지털 캐릭터를 자동화된 방식으로 구현한다는 점이다. 이는 특히 OTT 콘텐츠의 마케팅 캠페인, 사용자 맞춤형 콘텐츠, 혹은 인터랙티브 드라마와 같은 미래형 콘텐츠 포맷에 매우 유용하다. 디디모는 이미 소니, 아마존, CeekVR뿐만 아니라 알티스(Altice·​네덜란드), 솔라일(Soleil·일본), 아톰 리퍼블릭(Atom Republic·​영국) 등 전 세계 미디어, 컨텐츠 기업들과 실험적 협업을 진행해왔다. 소니는 모바일 기기에 디디모의 디지털 휴먼 생성 API를 통합해 사용자가 손쉽게 아바타를 생성할 수 있도록 했고, 아마존의 게임 엔진 럼버야드(Lumberyard)에도 이 기술이 시범 적용되었다.

디디모의 기술은 기존의 영상 제작 방식에 혁신적인 전환점을 제시한다. 특히 OTT 플랫폼과 콘텐츠 제작사 입장에서 디디모의 디지털 휴먼 생성 기술은 배우 없이도 인터랙티브 캐릭터, 가상 인터뷰, 몰입형 캠페인 등을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로 부상하고 있다. 단 한 장의 사진만으로 고품질 3D 디지털 아바타를 생성할 수 있는 디디모의 플랫폼은 기존 콘텐츠 제작 워크플로에 손쉽게 통합 가능하며, API 및 SDK 기반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영상 제작 도구와 연동된다.

이러한 기술은 OTT 플랫폼이 추구하는 몰입형 콘텐츠와 사용자 참여 중심 포맷과도 긴밀하게 연결된다. 실제 인물이 아닌 디지털 캐릭터를 활용해 인터랙티브 드라마의 분기점을 만들거나, 가상 MC와 해설자가 등장하는 다큐멘터리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 기존 포맷의 확장과 실험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글로벌 OTT 시장은 단순히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를 넘어서, ‘어떻게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몰입도 있게’ 보여줄 것인가의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다. 더빙, 영상 생성, 디지털 캐릭터 구현 등은 모두 콘텐츠 제작의 질과 속도를 좌우하는 핵심 기술이며, 이 분야가 점점 더 기술 집약적 산업으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유럽 딥테크 스타트업들은 이러한 흐름에 정면으로 대응하고 있다. 창의적 기술력과 특정 영역에 집중된 전문성을 바탕으로 OTT 시장과의 협업 기회를 적극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앞으로 콘텐츠 시장은 ‘스토리’뿐만 아니라 ‘기술’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유럽의 기술 스타트업들이 이 흐름 속에서 어떤 지형을 그려나갈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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