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미어리그에서 10년간 활동한 전 심판 그레이엄 스콧이 심판이라는 직업의 냉혹한 현실을 공개했다. 그는 1일 디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정상에 오르기까지의 희생, 경기 후폭풍이 남기는 상처, VAR 시대가 바꾼 판정 환경까지 심판의 삶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스콧은 프리미어리그 심판의 커리어를 “뱀과 뱀으로 가득 찬 사다리 게임”에 비유했다. 그는 “하나의 승진 사다리가 있지만, 주변은 전부 뱀이다. 언제든 미끄러져 떨어질 수 있다”며 “매우 길고 혹독한 회복력 시험”이라고 말했다.
1997년 취미로 심판을 시작한 스콧은 당시 간호 전문 저널 기자로 일하면서 주말과 평일 저녁 경기를 병행했다. 이후 빠르게 승급해 풋볼리그에서 17년, 프리미어리그에서 10년간 활동했다. 그는 “심판은 책임을 회피한다는 오해가 있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판정 하나가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느낄 때는 정말로 아프다”고 말했다.
흥미롭게도 그는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진행하는 순간 자체는 스트레스가 크지 않았다”고 했다. 대신 진짜 어려움은 경기 이후에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디어와, 특히 소셜미디어에서 쏟아지는 소음이 가장 힘들었다. 평가 보고서에서 부정적인 점수를 받으면 정신적으로 큰 영향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비난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무시하거나, 오히려 정면으로 마주했다”고 말했다. 그는 “동료 심판이나 축구를 정말 아는 사람들의 비판만이 의미 있었다. 동료들이 ‘그건 틀렸다’고 하면, 나도 안다. 우리는 서로에게 냉정한 친구였다”고 회고했다.
경기 후 머릿속에서 판정 장면이 계속 반복되는 것도 심판의 숙명이었다. 특히 VAR이 없는 풋볼리그에서는 집에 가서 영상을 보기 전까지 판단의 옳고 그름을 알 수 없었다. 스콧은 “혼자 차를 몰고 돌아오는 길에 다른 심판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경기 내내를 복기하곤 했다”고 회상했다.
최근 논란이 되는 ‘경기 후 심판 인터뷰’에 대해 스콧은 분명히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심판은 오직 실수에 대해서만 질문받을 것”이라며 “감독은 이기면 인터뷰를 하고, 선수는 결승골을 넣으면 인터뷰를 한다. 하지만 큰 실수를 한 골키퍼를 세워 ‘무슨 생각이었냐’고 묻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관계를 개선하기보다 악화시킬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VAR 판정 이유를 경기장 내에서 직접 설명하는 제도에 대해서도 부담이 크다고 했다. 그는 “과거엔 침묵하는 존재였는데, 이제는 목소리가 공개된다.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VAR 판정이 지연되는 이유에 대해 “결정 자체보다, 그것을 어떻게 설명할지를 고민하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스콧은 심판 사회의 연대감도 언급했다. 그는 “경쟁은 존재하지만, 가장 큰 압박이 쏠릴 때는 결국 서로를 지킨다”고 말했다. 심판들은 매달 잉글랜드 러프버러에서 합숙 훈련을 진행하며 체력 훈련, 비디오 분석, VAR 교육, 심리 상담까지 받는다. 그는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판정에 대해 “설명할 수 없는 실수는 두 번뿐”이라고 평가했다.
VAR 도입 이후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십의 판정 철학이 달라졌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챔피언십에서는 즉각적인 판정을 요구받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는 VAR 개입을 고려해 기다리라는 지시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VAR이 거의 매번 심판을 구제해주지만, 경기 중에 ‘내가 틀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리셋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VAR 심판 역할에 대해서는 “즐기는 사람은 없지만, 도전 자체는 의미 있다”고 했다. 2019년 FA컵 준결승에서 VAR로 다섯 골을 확인한 뒤 “완전히 탈진한 상태로 나왔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스콧은 잉글랜드 심판들에 대한 평가가 지나치게 박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 세계 어디서나 팬들은 자기 나라 심판이 최악이라고 말한다”며 “잉글랜드 심판들은 경기 흐름을 살리는 판정으로 국제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자평했다. 그는 “프리미어리그가 가장 많이 시청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판정 방식”이라며 “정작 그 가치는 축구계 내부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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