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약·의료산업 혁신 '분산형 임상'…백선우 단장 "환자 중심 새로운 임상시험 주목"

2025-01-28

【 청년일보 】 최근 해외에서 임상시험 관련해 주목받고 있는 트렌드가 있다. 그것은 바로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을 계기로 떠오르고 있는 임상시험의 효율화를 위해 논의되고 있는 방법론 중 하나인 ‘분산형 임상시험’이다.

특히 기존의 임상시험과 다르게 대학병원 등이 아니라 동네 병·의원 또는 자택 등에서도 참여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에 기존의 임상시험보다 더 환자 중심적으로 이뤄진다는 평가와 함께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인구의 다양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이에 청년일보는 ‘분산형 임상시험’이 어떤 임상시험이고, 기존의 임상시험과 어떤 차이점 등이 있으며, ‘분산형 임상시험’이 제약·바이오·의료기기 산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등에 대해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스마트임상시험신기술개발연구사업단(SCRC) 백선우 단장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 집에서도 참여 가능한 ‘분산형 임상시험’…‘병원 중심→환자 중심’ 전환

먼저 ‘분산형 임상시험’은 환자가 병원이 아니라 자택 등 병원 외부에서도 가능한 임상시험을 의미한다.

기존의 임상시험은 환자가 임상시험을 실시하는 병원을 방문해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의사와 대면한 상태에서만 진행돼 환자의 상태와 환경 및 지역적인 문제 등에 따라 병원 방문 여부가 결정되는 한계를 갖고 있다.

하지만 분산형 임상시험은 기존 임상시험과 달리 장소 등의 제약이 덜하다는 점에서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인구의 다양성을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와 ‘환자 친화적·중심적인 임상시험’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백선우 단장은 “기존의 임상시험은 환자가 병원에 와서 여러 검사를 받아야만 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고, 대상자로 선정된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병원에서 채혈과 약 복용·투약을 받아야만 하는 병원 중심적으로 이뤄져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분산형 임상시험은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검진·채혈 등을 하거나 자택에서 약을 복용할 수 있으며,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데이터들을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고 실시간으로 병원에 전달하는 새로운 형태의 임상시험”이라면서 “기존의 임상시험보다 더 환자 중심적인 임상시험이자 환자 친화적인 임상시험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 분산형 임상시험 "환자모집·선정·진행 절차 모두 ‘온라인화’"

분산형 임상시험의 가장 큰 특징은 ‘온라인화’를 꼽을 수 있다.

기존의 임상시험은 일반적으로 병원이나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등의 홈페이지를 통해 임상시험 정보를 얻어야 했으며, 일일이 필요 시 전화·대면 상담을 통해 임상시험 참여 적정성 여부를 확인하고, 병원에 방문해 검진 과정 등을 거쳐 임상시험 참여 동의서 등의 서류를 작성해야만 했다.

하지만 완전한 분산형 임상시험에서는 이러한 많은 과정과 절차들을 온라인을 통해 수행할 수 있으며, 방문 진료와 약 배달 서비스까지 합쳐진다면 집에서 임상시험 관련 절차들을 모두 수행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선우 단장은 “해외에서 이뤄지는 분산형 임상시험을 살펴보면, 임상시험 참여자 모집·선정 등의 과정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자 동의와 본인 동의를 거쳐 과거의 검진결과 및 약물 투여 이력 등의 확인, 웨어러블 기기를 통한 데이터 집적·전송, 자택 주변의 지역 의료기관 이용·데이터의 집적 등이 이루어지면 환자의 의료기관 방문을 최소화하는 등 ICT 기술을 활용해 물리적 시간적 제약을 개선한 기존 임상시험의 혁신적 변화가 가능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 환자에게 '시간·비용 절약' 및 '의료·임상 접근도 개선'

장소의 제약을 개선해 병원 중심이 아닌 환자 중심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은 환자들에게는 편의성을 제공함을 의미한다.

특히 지방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일수록 임상시험 참여를 위해 힘들게 수도권에 위치한 병원을 왕복하거나 병원 근처에 머물 곳을 찾아야 하는 노력 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따라서 임상시험 접근성이 향상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백선우 단장은 “환자 입장에서는 분산형 임상을 통해 기존 임상시험보다 병원을 오가는 과정과 입원 과정 등에서 발생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으며, 기존의 병원을 내원해야 하는 문제가 해결됨으로써 임상시험이 주로 이뤄지는 병원들이 서울에 몰려있는 지리적 문제가 사라져 임상시험 접근도가 향상되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에서 의료서비스 취약계층들이 분산형 임상시험에 많이 참여한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의료 취약계층의 참여가 높을 것으로 보이며, 최종적으로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빈도와 기회가 높아짐에 따라 많은 환자가 신약과 새로운 치료법 등을 보다 빠르게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 의료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새로운 산업·시장 탄생의 '단초'

분산형 임상시험은 환자들에게 편의성·접근성 향상이라는 혜택을 제공하며, 제약·바이오·의료기기 등 의료산업계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기존에는 임상시험 데이터가 병원 방문이 가능한 환자들로만 진행돼 제한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다면 분산형 임상시험은 다양한 상태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리얼월드데이터(Real world data)를 수집·분석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임상시험에 투입되는 비용·시간을 절약함은 물론, 신속한 제품 개발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분산형 임상 참여·진행 과정에서 환자와 의료진 및 산업체 등에 요구할 장비·기기와 인프라를 고려하면 사실상 새로운 산업이 출현하는 것과 같다는 평가다.

백선우 단장은 제약·바이오·의료기기 등의 관련 산업 측면에서 “분산형 임상시험을 통해 다양한 리얼월드 데이터를 집적할 수 있게 된다”라면서 “분산형 임상시험이 활성화되면 데이터 집적에 필요한 시간·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수집한 데이터들은 신약 품목 허가나 건강보험 급여 등재 및 건강보험 수가 결정에 유리한 자료가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분산형 임상시험은 환자들을 온라인으로 모집하다 보니 모집 인원이 크게 증가하는 등 모집률이 향상되는 효과가 있으며, 자택에서 온라인으로 관리·상담을 받을 수 있어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임상시험에 계속 참여하는 참여 유지율도 굉장히 높아지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백 단장은 “ICT 기술을 이용한 분산형 임상시험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영역으로, 분산형 임상시험을 위해서는 기존에 병원에 설치돼 운영되던 여러 검진 장비 등을 환자가 부착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 등의 형태로 개발돼야 하고, 환자의 데이터를 수집·분석·모니터링하는 기관·업체 등이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며 새로운 산업과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 청년일보=김민준 기자 】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