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핵심기술 해외 유출, 종합대책이 필요하다

2025-11-04

국가핵심기술 유출 사건이 폭증하면서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핵심기술 유출은 피해기업이 경쟁력을 잃는 것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국부(國富)가 유출되는 중대한 부작용을 불러온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급증을 막기 위해서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사법 체계의 허점을 바로잡고 핵심기술 퇴직자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등 종합대책이 필요하다. 기술자원을 다 잃고 나면 우리나라는 살아나갈 길이 영영 막히고 만다.

경찰청에 따르면 해외 기술 유출 사범 검거 건수는 2022년 12건에서 지난해 27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2021년 1건에 불과했던 국가핵심기술 유출 사건도 지난해 11건으로 폭증했다. 디스플레이·반도체 등 첨단기술이 표적이다.

최근 삼성 SDI 전기차 배터리 국가핵심기술을 해외에 유출시킨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방위사업 산업기술범죄수사부 조정호 부장검사는 산업기술보호법 위반(국가핵심기술 국외유출 등),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 국외누설 등),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회사 실제 운영자와 삼성SDI 협력사 직원 등 4명을 구속기소했다. 또 이들과 공범 관계인 과장, 삼성SDI 출신인 대표이사 등 9명과 코스닥 상장사 회사법인 2곳 관계자 등 총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지난 2022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국가핵심기술 및 영업비밀인 삼성SDI 및 협력사의 전기차 배터리 부품 도면 등을 유출해 사용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베트남과 중국의 이차전지 업체에도 국가핵심기술과 영업비밀을 누설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고인들이 근무 중 빼돌린 관련 기술자료는 삼성SDI가 10여 년간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개발한 각형 배터리 부품인 알루미늄 케이스 ‘캔’과 뚜껑에 해당하는 ‘캡어셈블리’ 관련 특수기술 자료다.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 첩보를 통해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휴대전화, 전자기기 및 디지털 증거를 확보했고 피고인들이 유출한 기술자료 파일, 대화 내역, 통화 녹음 파일 등을 신속히 분석, 조기에 범행을 밝혀냈다.

이들은 수사 중인 와중에도 유출한 기술을 사용해 중국 배터리 회사와 800억 원 상당의 납품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혐의자들을 신속하게 구속해 부품이 중국회사에 납품되는 것을 막았다.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도 지난달 16일 LG에너지솔루션 수석연구원으로 근무한 피의자 모 씨를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피의자는 LG에너지솔루션의 이차전지 파우치형 삼원계 배터리 기술을 인도 전기 이륜차 1위 업체 ‘올라(OLA Eletric)’에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 중국 난징 공장에서 근무하다가 2023년 11월 올라로 이직해 기술을 넘겼다.

피의자가 넘긴 기술은 차세대 고에너지밀도 이차전지 기술의 제조 공법, 원재료 비중, 제조공정 전반에 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술은 정부가 지정한 국가핵심기술로, 특별 보안 관리를 요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가핵심기술을 다루는 엔지니어 직원들은 매일 기술 유출의 유혹과 싸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액 연봉으로 유혹해 경쟁업체로 이직을 꼬드기는 헤드헌터뿐만 아니다. 기업 내부 경쟁에서 밀려 ‘먹고 살기 위해’ 금단의 선택을 내리는 엔지니어들도 있다. 더욱이 범죄가 적발돼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비밀 기술이 아니라고 주장해 실형을 피해 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2배 이상의 고액 연봉, 약한 처벌이 끊임없는 기술 유출의 주된 이유다. 수사 전문가와 보안업계는 특히 ‘내부 경쟁에서 밀린’ 직원들의 기술 유출 유혹 취약성을 지적한다. 피해기업의 보안 정책 강화와 교육만으로는 유출 시도를 막아내기 어렵다. 국가가 나서야 한다. 범죄자들에 대한 처벌 강화는 물론 기술자들이 딴마음을 먹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법은 멀고 유혹은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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