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아쉽게 놓친 트로피…올 시즌엔 악재 딛고 정규리그 1위 확정
김연경 은퇴 시즌에 잡은 마지막 기회…챔피언결정전 직행
프로배구계에 '어우흥'이란 유행어가 돈 건 2020년의 일이다.
'배구 여제' 김연경의 복귀로 강력한 전력을 구축한 흥국생명은 프로배구 여자부를 평정하기 시작했고, 배구 팬들은 '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을 줄임말로 '어우흥'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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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흥국생명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2020-2021시즌 흥국생명은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의 학교폭력 이슈로 정규리그 1위와 챔피언결정전 트로피를 GS칼텍스에 내주며 고개를 숙였다.
이후 김연경은 중국 리그로 이적했고, 흥국생명은 일어나지 못했다.
김연경이 복귀하고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부임한 뒤에도 그랬다.
2022-2023시즌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 결정전에 직행한 흥국생명은 한국도로공사에 덜미를 잡혀 우승컵을 들지 못했다.
당시 흥국생명은 챔프전에서 1, 2차전을 잡아내고도 3, 4, 5차전을 잇달아 내줘 눈물을 흘렸다.
특히 5차전은 5세트까지 가는 풀세트 접전 끝에 패해 더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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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보였던 우승컵은 마치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2023-2024시즌엔 승점 1 차이로 정규시즌 1위를 현대건설에 내주더니 챔피언결정전에서 3연패로 무릎을 꿇었다.
어느 순간 '어우흥'은 흥국생명을 비꼬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흥국생명은 2024-2025시즌 앞두고 전문가 평가에서 우승 후보가 아닌 다크호스로 분류되기도 했다.
현대건설, 정관장 등 경쟁팀처럼 검증된 외국인 선수와 아시아쿼터 선수를 영입하지 못했고, IBK기업은행(이소영), 한국도로공사(강소휘)처럼 대형 자유계약선수(FA)와 계약을 끌어내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흥국생명은 여전히 강했다.
김연경은 여전히 리그 최고의 활약을 펼쳤고, 외국인 선수 투트쿠 부르주 유즈겡크(등록명 투트쿠)도 막강한 화력을 뽐냈다.
아시아쿼터 선수 아닐리스 피치(등록명 피치)도 네트 앞을 든든하게 지켰다.
지난 시즌까지 페퍼저축은행에서 뛰다가 이원정과 트레이드를 통해 흥국생명에 입단한 세터 이고은도 공격을 적절하게 배분하며 조직력에 기름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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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주 등 새로운 공격수들도 크게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흥국생명은 개막 후 14연승을 달리며 무서운 기세를 보였다.
그러나 흥국생명은 지난해 12월 17일에 열린 정관장과 홈 경기를 기점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체력 난을 겪던 흥국생명은 해당 경기에서 세트 점수 1-3으로 패하면서 여자배구 한 시즌 최다 15연승 타이 도전에 실패했다.
해당 경기 중엔 다니엘레 투리노 수석코치가 고희진 정관장 감독을 조롱하는 듯한 행동을 해 비판이 일기도 했다.
팀 분위기는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설상가상으로 투트쿠가 어깨 부상으로 이탈하며 팀이 뿌리부터 흔들렸다.
14연승 이후 6경기에서 1승 5패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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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를 질주하다 무너져버린 최근 2시즌의 악몽이 스멀스멀 떠오르기 시작했다.
흥국생명은 다시 일어났다. 대체 외국인 선수 마르타 마테이코(등록명 마테이코)를 급히 수혈해 분위기를 수습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흥국생명은 연승을 타기 시작했고, 투트쿠는 54일 만에 코트에 복귀해 힘을 실었다.
흥국생명은 다시 2위 그룹과 격차를 벌리며 독주 체제를 만들었다.
지난 13일 김연경의 은퇴 선언은 팀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김연경의 마지막 시즌을 빛나게 해주겠다는 구성원들의 의지가 팀에 녹아들면서 흥국생명은 폭발하기 시작했다.
흥국생명은 매 경기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으며 승승장구했고, 결국 26일 챔피언결정전 1위 티켓을 거머쥐었다.
2024-2025 정규리그 5경기를 남겨둔 상태에서 1위를 결정지어 역대 최다 잔여 경기 1위 확정 신기록도 썼다.
이제 흥국생명은 한이 서린 우승 트로피를 향해 뛴다.
김연경은 은퇴 시즌에 마지막 도전에 나선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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