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놀자, 10조 몸값 짜기 사활…관건은 수익성 개선 [시그널]

2025-02-05

야놀자가 내년 10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미국 나스닥에 상장할 수 있을 지는 올해 수익성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이 10조 원은 야놀자가 지난 2021년 소프트뱅크로부터 17억 달러(약 2조 5000억 원)를 투자 받을 때 인정 받은 기업가치로 사실상의 기준점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야놀자가 적극적인 인수·합병으로 사세를 확장한 만큼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지표를 활용한 기업가치 설득이 유효한 전략이라고 평가한다.

5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야놀자의 지난해 3분기 누적 EBITDA는 1019억 원이다. 단순 연환산하면 지난해 EBITDA는 약 1360억 원으로 추산된다. 전년(700억 원) 대비 무려 두 배 가까이 늘어나는 셈이다. EBITDA는 이자, 세금, 감가상각비를 제외한 기업의 영업이익으로 기업의 실질적인 현금 창출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영업이익이 적자더라도 EBITDA가 흑자라면 해당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야놀자는 내부적으로 올해 2000억 원 이상의 EBITDA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00억 원이라는 숫자가 중요한 이유는 해당 수치가 10조 원 이상의 몸값을 인정받기 위한 마지노선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미국 증시 상장 과정에서는 주가수익비율(PER)보다 주가매출비율(PSR)이나 EBITDA 지표를 주로 사용한다”며 “야놀자는 기업가치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V/EBITDA) 비교 방식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데 예상되는 비교기업(피어)들의 EV/EBITDA가 30~50배 수준이라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 야놀자의 비교기업으로 가장 유력하게 꼽는 에어비엔비의 지난해 3분기 기준 EV/EBITDA는 43.1배다. 만약 야놀자가 올해 2000억 원의 EBITDA를 달성할 경우 에어비엔비의 EV/EBITDA를 단순 곱해 계산한 기업가치는 8조 6200억 원이다. 앞서 야놀자가 지난해 하반기 미국,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개최한 예비 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NDR)에서는 야놀자가 향후 수익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지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고속 성장에 성공한다면 내년 추정 실적을 내세워 10조 원 이상의 몸값을 받아낼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야놀자는 수익성 개선을 가속화하기 위해 여행 산업에 특화한 버티컬 인공지능(AI) 사업 확장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버티컬 AI란 여행, 법률, 의료, 자율주행 등 특정 분야에 특화된 맞춤형 AI 서비스를 의미한다. 야놀자가 2023년 이스라엘의 기업간기업(B2B) 여행 솔루션 기업 고글로벌트래블(GGT)을 인수한 것도 버티컬 AI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2023년 49억 원이었던 야놀자의 클라우드 부문 EBITDA는 지난해 3분기 누적 596억 원으로 증가하며 실적 견인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야놀자 전체 매출에서 클라우드 사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1년 10.2%에서 지난해 3분기 30.54%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야놀자 측은 향후 이 비율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시장에서는 야놀자가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추가 M&A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야놀자가 미국 증시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글로벌 자본이 집중돼 있는 만큼 대규모 자금 조달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2021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쿠팡과 지난해 나스닥에 상장한 네이버웹툰의 미국 현지 법인 웹툰엔터테인먼트는 공모 과정에서 각각 45억 5000만 달러, 3억 1500만 달러를 조달했다.

미국 증시는 특히 플랫폼, 핀테크 등 기술 기업들에게 상장 매력이 높다. 지난해 미국 증시 상장사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27.4배로 글로벌 평균 15.9배 보다 높았다. 신규 증시 진입 기업의 경우 공모 과정에서 타 증시보다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에 유리하다.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가 지난해 10월 국내 증시 상장 대신 미국 증시 상장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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