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야흐로 '인공지능(AI) 대전환'의 시대다. 정부는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산업 전반에 AI를 이식하고 있고,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디지털전환(DX)을 넘어 AI전환(AX)을 서두르고 있다. 제조, 금융, 서비스업을 막론하고 AI는 이제 선택이 아닌 기본값이 되었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매일 마시고 사용하는 물을 다루는 환경산업 현장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여전히 '디지털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는 곳이 많아 아쉬움이 남는다.
상하수도 관리를 포함한 수자원 및 환경 관리 영역은 AI 도입에 있어 예외가 될 수 없는, 오히려 가장 시급한 분야다. 환경산업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직결되는 가장 기초적인 국가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로 인해 시시각각 변하는 수질과 예측 불가능한 재난 상황은 인간의 경험이나 직관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 작은 오염 사고나 관리 소홀이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국민적 불안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밀하고 세심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특히 환경산업 현장의 고질적인 낙후성은 AI 도입이 시급한 또 다른 현실적인 이유다. 현재 많은 환경 기초 시설은 시설 노후화와 더불어 심각한 인력난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소위 '3D 업종'이라는 인식 탓에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진입을 기피하고 있으며, 수십년간 현장을 지켜온 베테랑 인력의 은퇴가 이어지며 기술 전수마저 끊길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위기를 타개할 핵심 열쇠는 바로 '자율운영(Autonomous Operation)' 기술이다. 자율운영이란 AI가 유입되는 수질의 변화나 유량을 실시간으로 예측하는 것을 넘어, 약품 투입량이나 송풍량 등 설비 운전을 스스로 제어해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는 기술을 말한다. 마치 자율주행 자동차가 돌발 상황에 반응하듯, 자율운영 기술은 급격한 기후 변화로 인한 수질 악화에도 즉각적이고 유연하게 대응하여 균일한 수질 안전을 확보한다.
더욱이 자율운영 기술은 환경산업의 과제인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AI가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차단하고 약품 사용을 최적화함으로써, 운영 비용 절감은 물론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위험하고 반복적인 제어 업무를 AI에게 맡김으로써 현장 인력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환경산업을 청년 인재들이 도전하고 싶은 매력적인 '첨단 데이터 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다행히 최근 한국수자원공사(K-water) 등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광역 상수도 등에 AI를 적용한 지능형 정수장 사업이 추진되는 등 의미 있는 변화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일부 선도적인 시설의 시범 사업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전국의 지방 상수도, 하수처리장, 폐기물 처리 시설 등 환경 분야 전반으로 AI 자율운영 기술이 더욱 과감하고 폭넓게 도입돼야 한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며, 환경은 우리 미래 세대에게 빌려 쓰는 자산이다. 이 소중한 자산을 지키는 일에 AI라는 가장 진보된 도구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 AI 기반의 자율운영 체계 도입은 환경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환경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유일한 길이다.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아 환경산업의 '자율운영' 시대를 앞당기기 위한 과감한 투자에 나서야 할 때다. AI 없는 미래 환경산업은 없다.
안태욱 비즈데이터 대표이사 hope@bizdat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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