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 요리 서바이벌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제작진에게 물어봤습니다

2024-10-15

요즘 2명 이상이 모이는 자리에서는 반드시 이 프로그램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넷플릭스 요리 서바이벌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다. 20명의 유명 셰프 ‘백수저’와 재야의 고수 ‘흑수저’ 80명의 요리 대결을 그린 이 프로그램은 신드롬급 인기와 함께 일찌감치 시즌 2 제작을 확정지었다.

스포츠 경기를 연상시키는 박진감 넘치는 전개와 편집, 개성 넘치는 출연자들의 진검승부 등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이 프로그램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을까?

<흑백요리사>를 만든 김학민·김은지 PD와 모은설 작가를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세 사람은 참가자 섭외 과정이나 재료 준비 방법, 소재 선정 등 시청자들이 품은 여러 궁금증에 답했다.

“작가들이 진흙 속 진주를 찾기 위해 진흙을 헤집는 역할을 다 했다. 밤을 새가면서 서치를 했고 여기저기 홍보도 하고 많은 분들을 만나 추려냈다. 지원 의사를 물은 뒤 있다고 하면 면접을 봤다. 모든 셰프가 동일한 과정을 거쳤다. 100인을 가려내기 전 총 지원자는 500~600명 정도였다.”(김학민 PD)

“첫 촬영 전까지는 모든 것이 비밀이었다. 백종원 대표와 셰프 100인이 나온다는 것만 이야기할 수 있었다. 한 분 한 분 만나 저희 진심과 의도를 설명하고 ‘요리로 장난치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모셨다.” (모은설 작가)

“정반대일 것이라는 것은 녹화 전부터 예상했다. 성향도, 인생 경로도 너무 다르다. 그래서 오히려 확신을 가지고 선택했다. 부조화 속 조화라고 할까. 대등한 상태로 건전하게 오랜 시간 토론하는 모습을 보며 ‘역시 이 두 분이었어야 했다’고 생각했다.”(김은지 PD)

Q. 준결승전이었던 ‘무한 요리 지옥’은 큰 화제가 됐다. 소재로 두부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쉬운 요리를 맞닥뜨린다면 지옥이 아니지 않나. 여러 재료들을 고민하다 백종원 대표가 한국적인 느낌이 가미된 식재료인 두부를 추천했다. 안성재 셰프는 두부가 한 번 가공된 단백질이라 요리로서 발전시키기 어려운 소재라는 의견을 줬다. 오히려 그 말씀이 결정에 큰 도움이 됐다. 어려운 과제니까.(웃음)” (김학민 PD)

Q. 참가자들의 요리는 두 심사위원만 먹도록 했다고 알려졌다. 나머지는 폐기처분을 했다고도 하는데, 그 이유는?

“만들어진 요리는 저희들도 무슨 맛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저희가 먹으면 진행이 지연될 뿐 아니라 맛에 대한 평가를 하게 된다. 잡음이 생길 여지가 많아 심사위원만 먹고 폐기처분하는 원칙을 세웠다. 대신 쓰이지 않은 식재료는 버려지지 않도록 계획을 세웠다. 냉장보관에 신경을 썼고 3라운드 ‘생선방’ ‘고기방’ 미션 때는 아예 도축업자와 수산업자 분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미션이 끝나자마자 바로 처리하고 소분해 제작진이 나눠가졌다. 처음에는 기부도 생각했지만 음식물에서 탈이 나면 피해를 드리는 거라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내린 결정이었다.”(김학민 PD)

Q. 요리사 40인이 동시에 조리 가능한 대규모 세트 외에도 다양하게 갖춰진 재료의 종류와 양 역시 화제가 됐다. 어떤 과정을 거쳐 식자재를 마련했나.

“저희에게도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 셰프들이 무슨 요리를 만들지 모르니까 어느 요리에나 통용될 정도의 재료를 갖추는 게 중요했다. 그런데 너무 많으면 남을 수도 있어서 (적당한 선을 맞추는 게) 문제였다.”(김학민 PD)

“(재료 관련) 자문 셰프가 계셨다. 심사위원들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적정선을 찾는 게 중요했다. 식자재를 무한대로 준비할 수도 없었으니까. 적절한 종류의 양과 재료를 찾느라 저희 푸드팀에서 엄청 고생했다.” (김은지 PD)

Q. 에드워드 리와 나폴리맛피아가 맞붙은 결승전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단번에 끝났다. 연출자로서 아쉬운 마음은 들지 않았나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한 번 정도 더 해도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내심 있었다. 한편으로는 모두 너무 지쳐있어서 ‘제발 끝내자’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주방을) 치우고 재료들을 원위치 시키는 데 2~3시간은 걸린다. 90% 이상은 ‘끝나라’ 기도했을 것이다. ”(김학민 PD)

“아쉬움 반, 후련함 반이었다. 심사위원 두 분의 성향이 너무 달라 처음부터 만장일치가 나올 것이라 생각 하지 않았다. ‘무한 요리 지옥’이 되는 게 아닐까, 최악의 경우를 염두에 두고 만반의 준비를 했었다. 성우가 “만장일치 됐다”고 외치는 순간 현장 모두가 짜릿했다.” (모은설 작가)

“이제 막 시즌 2 제작이 결정됐을 뿐 구체적인 논의는 시작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김학민 PD)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시즌 1에 대한 시청자 의견이 적극 반영될 것이란 점이다. 셰프들의 진검승부는 넣되 팀전을 연속으로 하는 것은 빼는 식이다.” (김은지 PD)

“이것 만은 말씀드리겠다. 저희는 시청자 의견이 절대적으로 맞다고 본다. 시즌 2에서 ‘방출’은 없을 것이다.(웃음)”(김학민 PD)

“두 말할 필요 없이 두 분이 0순위다. 긍정적으로 시즌 2에 관해 이야기하는 단계니까 최대한 함께할수 있었으면 좋겠다.” (김학민 PD)

“시즌 1에서는 한국의 다양한 요리사를 소개한다는 게 목표였다. 시즌 2에서도 같은 방향성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김은지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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