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다시 뛴다, 윤석금 ‘M&A 심장’이…

2025-05-07

상조 1위 프리드 인수, 왜

‘인수·합병(M&A) 승부사’ ‘세일즈맨의 신화’로 불리는 윤석금(80·사진) 웅진그룹 회장과 그의 차남 윤새봄(46) 웅진 대표이사가 M&A 승부수를 던졌다. 이번엔 장례를 도와주는 서비스업인 상조(喪助)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는 ‘오뚜기 집념’으로 웅진그룹을 일군 윤 회장의 도전이 이번에도 성공할지 관심이 모인다.

교육·출판서비스업 빅3 중 한 곳인 웅진은 자회사 WJ라이프를 통해 국내 상조업계 1위 프리드라이프의 지분 99.7%를 8830억원에 인수하기 위해 사모펀드 운용사 VIG파트너스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달 29일 공시했다. WJ라이프는 계약금 883억원을 지불했고, 이달 말까지 남은 90%를 지급하면 인수가 마무리된다. 웅진그룹은 인수 목적을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 및 신규산업 진출”이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교육·출판업으로 발판을 다진 후 M&A로 몸집을 키웠다가 쓴맛을 봤다. 1987년 웅진식품(옛 동일산업) 인수를 시작으로 코리아나화장품, 웅진코웨이, 웅진에너지, 극동건설까지 적극적인 M&A로 식품·화장품·정수기·태양광·건설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고 2010년엔 재계 40위 대기업 집단으로 올라설 만큼 덩치를 키웠다. 하지만 2012년 극동건설 부도로 웅진그룹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고 ‘캐시카우’로 꼽히던 코웨이, 웅진식품을 매각해야 했다. 2014년 기업회생절차를 마친 웅진은 웅진씽크빅, 웅진북센, 웅진플레이도시 등 교육·출판에 집중하며 체력을 다졌다.

그러나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줄면서 웅진 그룹의 주력인 초등학생 중심 교육 시장의 성장세가 꺾이자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해졌다. 윤 회장 부자가 상조업을 신사업으로 점찍은 이유다. 국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2016년 675만명에서 지난해 993만명으로 늘었다. 공정거래위원회·삼정KPMG에 따르면 국내 상조 시장 규모(선수금 기준)는 2015년 3조5200억원에서 지난해 9조4500억원으로 커졌다.

재계에 따르면 윤 회장은 꾸준히 ‘혁신’ ‘신사업’을 강조하며 M&A 기회를 살폈고, 이번 M&A도 진두지휘했다고 한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윤 대표가) 법정관리 과정을 지켜본 만큼 이종산업 M&A의 한계점을 분명히 알고 있다”며 “M&A시 검증 조직을 강화하고 자금 구조 등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인수를 위해 웅진은 그룹 연매출(지난해 1조81억 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현재 현금성 자산은 490억 여원 뿐이라, 웅진 측은 8000억원에 이르는 잔금 중 6000억원을 인수금융으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달 웅진이 1000억 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했고, 나머지도 자산담보대출 등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웅진은 최근 상조업계가 교육·레저·IT 등과 결합하고 있는 만큼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컨대 웅진씽크빅(학습지)의 방문판매 네트워크를 활용하거나 골프장인 렉스필드CC, 테마파크인 웅진플레이도시 등과 연계한 신상품 개발에도 유리할 것으로 본다.

익명을 요구한 상조업계 관계자는 “장례식장에서도 상조업체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상조 보험에 가입할 사람은 다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라며 “웅진그룹이 계열사 간 융합 서비스로 기존 상조업체들과 얼마나 차별화할 수 있을지가 이번 M&A의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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