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전은 한국야구의 ‘거울’…9연패 끊는 길, 이번에도 ‘마운드’에 있다

2025-11-11

WBC 앞두고 15·16일 평가전…역대 성적 선발투수서 ‘희비’ 갈려

이번 대표팀 패스트볼 불펜 활용 등 다양한 ‘운용 시나리오’ 구상 중

우리 스스로 위안하던 시절이 있었다. 리그 간 수준 차이는 인정하지만, 베스트 멤버를 추려 맞붙는 대표팀 간 경기에서는 대등한 승부가 가능하다고. 그러나 그 또한 오래전에나 적용 가능했던, 철 지난 논리가 됐다.

한국 야구는 프로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표팀 간 한·일전에서 9연패에 빠져 있다. 2015년 프리미어12 준결승전에서 일본 선발 오타니 쇼헤이에게 완벽히 눌리며 0-3으로 끌려가다 9회 기회를 살려 4-3으로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둔 뒤 한 차례도 일본의 벽을 넘지 못했다.

최근 만남은 더욱더 참담했다. 2023년 WBC 일본전에서는 4-13으로 대패했다. 선발 김광현을 시작으로 국내리그를 대표하는 투수 10명이 이어 던졌지만 13안타를 내주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 프리미어12에서도 3-6으로 졌다.

야구대표팀이 다시 일본을 만난다. 15일과 16일 이틀간 일본 도쿄돔에서 일본 대표팀과 두 차례 평가전을 벌인다. 지난 주말 체코와의 평가전으로 시동을 건 야구대표팀은 몇몇 고참을 제외하면 20대 젊은 선수들로 구성돼 있어 ‘완전체’ 대표팀과는 거리가 있다. 이번 일본전은 한국 야구가 거울 앞에 다시 서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이후 일본전에서 승부처마다 영화 같은 홈런을 뿜어낸 ‘국민타자’ 이승엽이 영웅으로 자주 조명됐지만, 실제 주고받는 승부가 가능했던 것은 박빙의 경기 흐름을 만들 수 있는 선발 덕분이었다.

2006 WBC 8강 일본전에선 박찬호의 5이닝 무실점 피칭으로 투수전을 이어간 끝에 2-1로 승리했고, 2008 베이징 올림픽 예선 일본전에선 김광현이 5.1이닝을 1실점으로 막은 여세로 5-3 승리를 거뒀다.

베이징 올림픽에선 일본을 준결승전에서 만났고 김광현의 8이닝 2실점(1자책) 역투를 발판으로 6-2로 대승했다. 또 2009 WBC 1라운드 1, 2위 결정전에선 선발 봉중근의 5.1이닝 무실점 호투로 일본을 압박한 끝에 1-0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최근 일본전에서는 그 시절 패턴을 찾아보기 힘들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이번 대표팀은 상당 부분 ‘판갈이’ 돼 있다. 국내 선수로만 구성된 대표팀에는 그때의 구대성, 김광현, 봉중근처럼 검증된 카드는 없다. 내년 3월 WBC를 앞두고 과연 일본전에선 어떤 투수가 얼마나 잘 통할지 확인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실점을 최소화해야 이길 기회도 만들 수 있다. 최근 몇년의 KBO리그 마운드에는 혁명적 바람이 불었다. 2020년 142㎞에 불과하던 리그 평균 패스트볼 구속이 올해는 146㎞까지 증가했다. 이번 대표팀에는 문동주, 곽빈, 김택연, 정우주, 김영우, 배찬승 등 150㎞ 이상의 패스트볼을 던지는 투수가 두 자릿수를 넘는다.

‘킬러형’ 선발이 없다면 강점이 다른 투수가 이닝을 나눠 막는 불펜전도 하나의 출구가 될 수 있다.

실제 류지현 감독은 체코전에 그랬듯 일본전에서도 김광삼 투수코치와 함께 구체적 마운드 운용 시나리오를 만들어놓고 1회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여기에 좌완 장신 투수로 패스트볼 수직 무브먼트가 일품인 손주영 등이 일본과 투수 싸움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평가전에 나서는 일본 대표팀은 자국 리그 간판선수로 구성돼 있다. 우리 타선이 다득점을 하는 건 어렵다. 경기 내용은 결국 젊은 어깨들에 달려 있다.

이번 일본과의 평가전뿐 아니라 내년 WBC도 결국 핵심 투수 훈련 속도가 최대 관건이 되고 있다.

류지현 감독은 WBC 투수진 구성을 놓고는 “지금 멤버 중 상당수가 주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일본과의 평가전은 WBC 엔트리 구성 및 캠프 프로그램 구성에도 핵심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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