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하라! 거절하지마라! 뻔뻔해져라!” 은퇴 선수의 롤 모델, ‘직업부자’ 김원일의 레슨 셋

2025-12-18

찬바람이 부는 겨울, 축구 선수들은 고민에 빠진다. 그라운드를 계속 누비고 싶지만 축구화를 벗어야 할 수도 있다. 그럴 때 찾는 이가 있다. ‘직업 부자’로 불리는 김원일(39)이다.

김원일은 지난 17일 고향인 김포시에 차린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직업이 많다는 소문에 날 찾는 후배들이 늘었다. 일면식도 없거나 한참 어린 후배들은 편지까지 남긴다. 프로축구연맹 제안으로 은퇴 선수를 대상으로 강의도 했다. 지금껏 쌓은 노하우를 이제 풀 때가 됐다”고 웃었다.

선수로 화려한 커리어를 쌓으면 지도자로 가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제2의 인생을 찾아야 한다. 슈퍼스타가 아닌 평범한 선수들의 은퇴 이후는 쉽지가 않다.

김원일은 “무조건 하라”라고 첫번째로 강조했다. 그는 “날 찾는 후배들이 처음 묻는 질문은 ‘은퇴하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다. 막연하다. 고민만 많다. 내 직업을 다들 알고 있다보니 축구교실도 카페도 물어본다. 내가 이미 가본 길이라 고민을 이해하기에 일단 해보라고 한다”고 말했다.

2010년 포항 스틸러스에서 데뷔해 11년간 프로 무대에서 216경기를 뛴 김원일은 선수 생활 중 모아둔 자금으로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뚫었다. 은퇴를 결심하자마자 부모님 집 옆에 작은 건물을 지었다. 축구교실 겸 카페였다.

김원일은 “건물을 짓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계획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이제 선수가 아니라는 걸 깨달은 시기”라면서 “지금 다시 하라면 대출부터 받는다. 후배들에게도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체육교습업에 저리로 대출해주는 제도부터 조언한다. 사업이니 필요한 제반 서류 준비도 꼼꼼하게 해야 한다. 다행히 난 현명한 아내가 있어 실수를 줄였다. 솔직히 아내가 사장인 카페가 돈을 더 잘 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후배들에게 무조건 하라고 말하는 것은 이미 머릿속에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이기도 하다. 요새는 축구 교실이라면 사장이 아닌 직원으로 먼저, 카페라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라도 하라고 말한다. 그렇게 경험을 쌓고 내 조언을 곁들이면 성공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원일의 두 번째 레슨은 그가 살아온 길과 맞닿아 있다. 축구 선수는 본업에 충실해야 하지만, 좋은 제안은 거절하지 않는다. 그가 축구 선수로 이름을 알린 포항에선 구단의 제의로 관중석에서 자신이 복무했던 해병대 후배들과 같이 응원을 했고, 제주 유나이티드(현 제주 SK)에선 고등학교 축구대회 해설도 도맡았다.

김원일은 “은퇴가 아직 먼 선수들에게 해당될 수도 있는 얘기”라면서 “거절하지 말라고 해주고 싶다. 선수 시절에는 시간이 많다. 그 시간을 허투루 보내면 안 된다. 난 구단이 제안하는 행사는 거절한 적이 없다. 포항 시절 긍정의 힘을 확인하는 ‘착한 고구마, 나쁜 고구마 실험’을 할 때 (나쁜 말만 하는 모습이 촬영돼) 다들 싫어하는 나쁜 고구마도 난 받아들였다. 당시 내 입지에서 지상파 뉴스에 나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것도 받아들이니 그때 쌓은 인연과 경험이 은퇴했을 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세 번째 직업인 콘텐츠 제작자로 나선 것도 제안을 거절하지 않는 습관 덕분이었다. 그는 2021년 10월 한 포털사이트의 스토리 텔러로 블로그를 개설한 뒤 2주 간격으로 47개의 칼럼을 썼다. 그동안 글쓰기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던 김원일은 밤잠을 설치며 다듬은 자신의 경험을 팬들과 나눴고, 그걸 기반으로 방송까지 진출했다. 김원일은 요즈음 K리그 중계에서 선수 출신 전문성을 살려 프리뷰와 리뷰를 맡고 있다.

김원일은 “마감의 압박을 배웠던 시기였다. 한국개발연구원과 카이스트에서 각각 공공정책과 경영공학을 공부한 아내와 대화하면서 내 생각을 정리해 초안을 쓰고 다듬었다. 내 글을 마지막으로 봐준 사람도 아내다. 지금도 내 블로그에는 글 김원일, 에디터 김보경이라 올라와있다”면서 “축구 선수 출신이라 어렵다고만 생각해 거절했다면 지금의 나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원일의 세 번째 레슨은 “뻔뻔해져라”다. 축구화를 벗고 세상에 뛰어들면 실수를 안 할 수가 없다. 한 번 실수했다고 포기한다면 기회도 사라진다.

김원일은 자신의 첫 방송 경험을 예로 들었다. 그는 “지난해 6월 내 유튜브 방송을 본 PD가 K리그에서 프리뷰와 리뷰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했다. 첫 방송은 7월이었다. 인천 유나이티드와 FC서울의 경기였는데 방송 사고 직전까지 갔다. 방송에서 (침묵으로 방송이 비는) ‘마’가 뜬다고 하지 않나. 내가 그랬다. 뜨거운 현장 응원의 열기 속에서 질문을 받으니 적응이 안 돼 답도 늦었고 엉뚱한 말만 했다. 카메라 적응도 못해 얼굴이 아닌 등만 나왔다”고 말했다.

그래도 김원일은 뻔뻔하게 다음 방송을 나갔다. 그는 “난 그만두라는 말이 나오기 전에는 그만두지 않는다. 계속 하다보니 이젠 어느 정도 적응도 됐다. 다른 후배들도 포기하지 않고 얼굴에 철판을 깐다는 각오로 계속하면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김원일도 뻔뻔함을 유지하지 못해 또 다른 도전이었던 에이전트 사업은 중간에 접은 아픔이 있다.

직업 부자인 김원일은 후배들에게 해주는 조언처럼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내년에는 한 발 나아가 축구 중계의 해설까지 도전해보려고 한다. 미래는 한 가지 직업으로 살아갈 수 없는 시대라는 생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김원일도 후배들에게 “인생에 한 길은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김원일은 “올해로 은퇴한 지 5년, 내년에는 6년 차가 된다.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온 것에 후회하지 않고, 앞으로도 후배들에게 롤 모델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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