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MBA로 꼽히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경영학 전문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주목한 한국 기업이 있다. ‘K-뷰티 인큐베이터’로 불리는 CJ올리브영이다. 한국이 세계 4위 화장품 수출국으로 떠오른 가운데 K-뷰티의 글로벌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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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서울 신사동에 첫 드럭스토어를 오픈하며 시작된 올리브영은, 지난 2023년 매출 3조8682억원을 기록하는 등 비약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올리브영 성장의 기반은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경영철학이라는 점도 담겼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이 회장이 올리브영 경영진에게 “유통사는 상생 기반의 장기적 파트너십을 최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한 내용을 소개했다. 세계적 경영학 전문지가 주목한 올리브영의 상생과 성장을 들여다봤다.
매출 상위 10개 중 9개가 중소 브랜드
올리브영은 중소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국내 뷰티 시장의 질적 성장을 이끌어왔다. 중소 브랜드의 제품을 선보이고, 이를 통해 소비자와 소통하는 새로운 유통 모델을 제시했다. 2024년 기준 매출 상위 10개 브랜드 중 9개가 중소 브랜드로, 올리브영 100억원 판매고 브랜드 중 중소 브랜드 비율 61%에 달한다(2024년, 자체브랜드 제외 집계).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중소 협력사 상생펀드 규모만 연간 1000억원에 달한다.
중소 브랜드를 앞세운 올리브영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은 차별화된 큐레이팅이다. 고객의 피드백을 반영한 빠른 상품 출시와 트렌드를 선도하는 큐레이션을 돕는 것이다. 신생·중소 뷰티 브랜드 전성시대를 이끈 데에는 올리브영 MD들의 공이 컸다.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교감을 중시하며, 트렌드 변화를 민감하게 반영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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롬앤, 토리든 등 올리브영에서만 매출 1000억원을 찍은 중소 브랜드는 올리브영과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무대에 나서며, K-뷰티의 경쟁력을 키웠다. 윤현철 롬앤 부사장은 “올리브영은 롬앤의 제품을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자, 제품 성패를 가르는 바로미터”라며 “신제품의 제형·패키지는 물론 마케팅 플랜과 프로모션 기획에 이르기까지 올리브영과 함께 소비자 관점에서 고민한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찾는 쇼핑 채널
올리브영은 또한 단순한 유통채널을 넘어, 중소 브랜드들의 성장 플랫폼이자 K-뷰티의 글로벌 진출을 이끄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뿐 아니라 외국인들이 한국에 방문하면 가장 먼저 찾는 쇼핑 장소가 되면서 그 영향력을 글로벌까지 확장하고 있다. 2024년 상반기 올리브영 외국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89% 증가했는데, 같은해 서울 명동타운점 홍대타운점 매출 중 외국인 비중만 90% 이상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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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영향력도 커졌다. 틱톡이나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로 빠르게 인기 상품 정보를 수집하는 데 이어, 구매 방식이 디지털화된 영향이다. 실제로 2024년 12월 기준 글로벌몰 누적 회원 수 246만명을 기록했는데, 매출이 전년 대비 80%나 뛰었다. 김순원 메디힐 대표이사는 “지난해 틱톡에서 한 인플루언서가 소개한 메디힐 패드 영상이 1000만뷰를 기록하며, 아마존 미국 채널 매출이 급증한 사례가 있다”면서 “전통 미디어나 소수의 메가 유튜버가 아닌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확산된 소비자들이 K-뷰티를 주도하고 있다”고 짚었다.
올리브영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상생과 혁신을 통해, 전 세계에 K-뷰티를 널리 알리는 선도적인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