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정부 시절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 윤철호 회장과 서울국제도서전 주일우 대표를 상대로 출협이 서울국제도서전과 관련해 국고보조금 사업 수익금을 누락했다며 수사의뢰한 사건이 사실상 무혐의 처분됐다. 2023년 8월 문체부가 수사 의뢰한 지 약 2년 만이다.
15일 출협에 따르면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 7일 출협의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보조금법) 위반 사건을 ‘혐의없음(불송치)’으로 종결했다. 출협에 전달된 수사결과 통지서를 보면, 경찰은 서울국제도서전 수익금 정산은 문체부와 출판산업진흥원, 출협 직원들이 이미 사전에 협의한 대로 진행된 것으로 그 내용을 은닉했다고 볼 만한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출협이 문체부의 보조금 및 서울국제도서전 수익금을 목적과 다르게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과거에는 문체부가 “(출협에 대해) 한 번도 (서울국제도서전) 수익금 반환 요구를 한 사실이 없다”고 적시했다. 서울국제도서전에 매년 국고 보조금을 지급했던 문체부가 윤석열 정부 들어 갑작스럽게 수익금 상환을 요구했으며, 그러한 요구는 부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박보균 당시 문체부 장관은 2023년 7월24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 땀과 피, 눈물이 담긴 세금과 관련한 탈선과 낭비 의혹에 대한 추적, 진실 규명에는 예외가 없다. 수사 의뢰는 혈세를 마련해준 국민에 대한 도리”며 “출협과 출판진흥원의 묵시적인 담합이 있었는지, 이권 카르텔적 요인이 작동했는지를 면밀히 추적할 것”이라고 공격했다. 당시 집권 2년차에 접어든 윤석열 정부는 정권에 반대하거나 정책 기조와 어긋난다고 판단한 집단을 ‘카르텔’로 몰아붙이던 상황이었다.
문체부는 서울국제도서전과 관련한 출협의 회계를 들여다본 결과 수익금 상세 내역이 삭제되거나 블라인드 처리되는 등 불법적 행태가 발견됐다며 2023년 8월3일 윤 회장과 주 대표를 서울경찰청에 수사의뢰했으며, 매년 지급하던 국고 보조금도 끊었다. 이에 출협은 서울국제도서전은 출협이 주최해온 사업인데 도서전 행사로 발생한 모든 수입을 반환하라는 것은 “문체부가 민간 영역이 이룬 성과를 대가 없이 가지고 가겠다는 것”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국제도서전의 총 예산은 약 40억원인데, 국고 보조금 지원이 중단된 후 출협측은 자체 비용으로 부족한 예산을 채웠다. 특히 윤석열 정부 지원 없이 치러진 지난해와 올해 도서전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 올해 도서전에선 15만 입장권이 모두 매진되는 등 역대 최다 관객을 모았다.
출협은 이날 “윤석열 정부의 문체부가 출협에 ‘카르텔’, ‘수익금 은닉’ 등을 거론하며 수사의뢰한 국고보조금법 위반 사건에 대해 경찰이 무혐의·불송치 결정을 한 것은 사필귀정”이라면서 “이재명 정부의 새로운 문체부 장관 임명과 함께 출판문화 정책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