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결국 별다른 성과 없이 막을 내릴 전망이다. 이스라엘-이란 충돌과 미국의 고율 관세 방침 등 현안이 산적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첫날 회의 도중 일방적으로 귀국하면서 의제 논의는 흐지부지됐고 참여한 정상들은 뚜렷한 성과 없이 빈 손으로 돌아가게 됐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회의 주최국인 캐나다는 트럼프의 분노를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대화를 이끌어내려 했지만, 그의 조기 귀국은 회담의 동력을 꺾어놓았다"고 보도했다.
G7의 의장국인 캐나다를 비롯한 회원국들은 전쟁과 관세 문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시도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독자적 행보에 막혀 사실상 입장 교환에 그쳤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의장에서 조기 퇴장하며 "그들(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는 말을 남긴 채 귀국길에 올랐다. 백악관은 중동 상황을 귀국 이유로 설명했다.
이번 회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이 격화되는 가운데 열렸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전 세계 고율 관세 부과 방침까지 겹치며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힌 상황이었다.
하지만 회의장은 시작부터 냉랭했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 강화 문제를 놓고 유럽 국가들이 적극적 입장을 보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는 막대한 비용을 수반한다"며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그는 "러시아를 G7에서 제외한 건 큰 실수였다"며, 과거 G8 체제로의 복귀 필요성까지 언급했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강제 합병 이후 G8에서 퇴출된 상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이스라엘 양측에 긴장 완화를 촉구하는 공동성명 초안 서명을 거부하며 또다시 갈등을 일으켰다. 초안은 충돌 자제와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는 내용이었으나, 미국의 거부로 G7 공동성명 채택 자체가 무산됐다.
관세 문제도 진전을 보지 못했다. 캐나다 마크 카니 총리와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EU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등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고율 관세 계획 철회를 요구했지만, 트럼프가 중도 퇴장하면서 논의는 결실 없이 끝났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관세는 결국 자국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세금"이라며 강하게 경고했으나, 분위기는 싸늘했다.
그나마 성과를 낸 건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다. 그는 회의 도중 트럼프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갖고, 지난달 타결한 미·영 자유무역협정(FTA)에 공식 서명했다. 회의 전체에서 유일한 가시적 결과라는 평가다.
G7 비회원국 정상 중 트럼프와의 양자 회담을 예정했던 이재명 한국 대통령,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등은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할 상황이다. 이번 회의에는 호주, 브라질,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총 7개국이 초청국 자격으로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