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Q시리즈’ 다시 가는 이정은6…‘비거리 137위’ ‘그린적중률 129위’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다 [오태식의 골프이야기]

2025-12-02

언젠가 이정은6(29)가 했던 인터뷰가 기억난다. 한 언론으로부터 국내 무대로 돌아올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다분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성적이 나지 않는데, 굳이 힘들게 버틸 이유가 있느냐는 의미가 담겨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정은6의 대답은 단호했다. 미국에서 못하는 선수가 어떻게 국내에서는 잘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2025년 이정은6의 성적은 정말 참담하다. LPGA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지표인 CME 글로브 포인트 순위가 118위다. KLPGA 투어 다음 시즌 시드 기준은 상금 랭킹 60위지만 LPGA 투어에서는 CME 순위 80위 이내에 들어야 안정적인 시드를 확보할 수 있다. CME 118위에 머물면서 이정은6의 시드도 사라진 것이다. 19개 대회 중 13개 대회에서 컷 탈락했다. 시즌 중에는 9개 대회 연속 컷 탈락하는 쓴 맛도 봤다. 시즌 첫 출전 대회인 파운더스 컵 공동 13위가 가장 좋은 성적이다. 2023년 10월 국내에서 열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공동 5위에 오른 뒤 2년 넘게 ‘톱10’이 찾아오지 않고 있다. 세계 랭킹은 어느덧 319위까지 떨어졌다.

기술적인 통계는 더욱 암울하다. 드라이브 거리 137위(246.89야드), 페어웨이 안착률 112위(67.61%), 그린적중률 129위(65.28%), 평균 퍼팅 77위(29.92개). 어느 것 하나 긍정적인 게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아는 골프 팬들이 이정은6에게 기대를 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의 근성, 끈기, 성실함, 열정 그리고 노력을 믿기 때문이다.

이정은6에게는 밟히고 밟혀도 스러지지 않고 일어나는 잡초 근성이 있다. 그건 어려운 가정환경을 극복하면서 그리고 쉽지 않았던 프로골퍼의 길을 걸으면서 생겨난 필연과도 같은 근성이다.

그의 열정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수수한 들꽃 향기가 난다. 들꽃이 주는 강인함과 순수함을 그에게서 찾을 수 있다. 들꽃에는 또 비바람 속에서도 꽃을 피워내는 강한 생명력이 있다. 지천에 피는 들꽃을 보면 간절함도 느껴진다.

이정은6는 또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선수다. 동계훈련 기간만 되면 늘 강훈련을 소화한다. 체력이 실력의 바탕이 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비록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이정은6의 샷이 후반에 살아난 것도 그의 부활을 기대하는 긍정적인 요소다. 마지막 6개 대회에서 컷 탈락이 절반으로 줄었고 FM 챔피언십에서는 공동 20위로 시즌 두 번째 좋은 성적을 냈다. 두 차례 67타를 친 것도 고무적이다. 몰아치기 능력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증거다.

시드를 잃은 이정은6는 이번 주 90홀로 치러지는 ‘지옥의 Q시리즈’에 출전한다. 4일(현지시간)부터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의 매그놀리아 그로브 골프코스에서 열리는 Q시리즈에서 25위 이내에 들어야 내년 투어 출전 자격을 얻는다. 2018년 Q시리즈에서 수석 합격을 했던 이정은6는 한참 후배들인 KLPGA 투어의 방신실, 이동은과 경쟁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를 믿는 골프 팬들은 늘 그랬듯이 이정은6가 ‘잡초처럼, 들꽃처럼’ 강한 생명력을 터트리면서 ‘오뚝이처럼’ 일어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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