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한해를 돌아보면 가슴에 오래 남은 말이 하나 있다. “내가 루저(패배자)가 된 것 같다”는 지인의 고백이다. 그는 마당 있는 단독주택을 사랑했다. 아파트에서 살아봤지만 답답했고, 집 마당에 널어둔 빨래에서 나는 햇볕 냄새가 좋다고 했다. 만날 때마다 그 확고한 취향을 즐겁게 이야기하던 사람이었다.
그는 서울 서대문구의 마당 있는 집에서 전세살이를 하며 집 지을 땅을 꾸준히 보러 다녔다. 문재인 정부의 집값 폭등기에도 그의 주택관은 흔들리지 않았다. 무너진 것은 최근의 일이었다. 한때 국민평형 기준 10억원 대였던 강남 아파트값이 문 정부 때 20억원 대로 뛰더니, 토지거래허가제 해제와 확대 재지정 과정을 거쳐 30억원이 됐고, 이재명 정부 들어 40억원이 됐다는 것이다. 취향에 맞는 집에서 살고자 했을 뿐인데, 어느새 자신이 패자가 된 것 같다는 고백이었다. 그의 선택을 오래 지켜봐 온 터라, 단독주택계의 마지막 보루가 무너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 위정자들은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고 훈계했다. 그러나 주택시장은 정반대로 내달렸다. 일방적 정책은 시장의 흐름을 바꿨다. 다주택자를 투기 세력으로 규정하고 규제를 강화하자 ‘똘똘한 한 채’가 정답이 됐다. 이번 정부 들어 서울 전역이 규제 지역이 되면서 강남 집중은 더 가속화됐다. 강남 아파트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다음 인기 지역의 집값까지 끌어올리는 ‘키 높이기’ 효과도 나타났다. 그 결과 올해 서울 아파트값은 2006년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친 집값’으로 불렸던 문 정부 시절조차 넘어선 수준이다.
정부는 공급 확대를 해법으로 제시하고 나섰다. 그러나 당장 효과를 낼 수 있는 정비사업보다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유휴부지 발굴에 정책의 무게가 실린 모양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때 빗물 펌프장과 같은 유휴부지에 공공주택을 공급할 계획을 세웠지만, 아직도 진척이 없다. 이런 부지를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공급 불안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다. 주택 수가 아니라 가액 기준으로 세제를 설계하고, 서울 곳곳의 정비사업을 활성화하는 것이 우선이다. 많은 국민이 이미 알고 있는 해법이지만, 정부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하는 듯하다.
새해에는 집 걱정이 조금은 줄었으면 한다. 모두가 강남 아파트만 바라보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주택 정책은 실패의 기록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최소한 어떤 집에 살고 있느냐로 자신을 패배자로 여기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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