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로부터 우리 민족과 함께해 온 토종닭은 단순한 가축을 넘어 농촌의 정겨운 풍경이자 밥상 위의 특별한 즐거움이었다. 그러나 산업화와 함께 외래 품종이 보급되며 토종닭은 점차 잊혀 갔다. 최근 토종닭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산업 부활의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지원 없이는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토종닭 산업이 지닌 가치와 당면한 과제를 분석하고, 국내외 사례를 바탕으로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
오랜 기간 우리 땅에 적응해 온 토종닭은 외래 품종과는 차별화된 고유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급변하는 환경과 질병에 대한 잠재적 저항력을 의미한다. 다양한 토종닭 품종의 보존은 농업 생태계의 건강성을 유지하고 미래 식량 안보를 강화하는 데 필수적이다. 또한 자연 방사에 가까운 사육 환경에서 길러진 토종닭은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깊은 풍미, 풍부한 영양을 자랑한다. 더 나아가, 토종닭 산업은 1차 산업을 넘어 가공, 유통, 관광 등 연관 산업으로 확장되어 농촌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소득 증대에 기여할 수 있다. 전통 의례에 사용되고 민화나 설화에 등장하는 등 우리 민족의 삶과 함께 해온 문화적 자산이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토종닭은 고부가가치의 잠재력을 지닌다. 단순한 생육 판매를 넘어, 가공·유통·외식·관광 등 다양한 산업과의 연계가 가능하며, 특히 지역 특산 브랜드로 육성할 경우 농촌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토종닭 산업은 여러 현실적인 제약에 직면해 있다.
외래 품종에 비해 성장 속도가 느리고 사료 효율이 낮아 높은 생산 비용은 농가의 수익성을 약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체계적인 유전 개량 프로그램 부재로 인해 품질 편차가 크고, 상업용 육계와의 가격 경쟁 에서도 밀리는 경우가 많다. 가공시설이나 유통 기반이 미흡해 시장 접근성이 떨어지고, 소비자 인식도 아직은 제한적인 수준이다. 더욱이, 토종닭 품종 개량, 사육 기술 개발, 질병 관리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와 농가 대상 기술 지원이 미흡하여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이 더디다.
제약을 극복하고 토종닭 산업을 지속 가능하도록 전환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정책적 역할이 절실하다. 농가에 대한 실질적인 재정 지원과 기술 지원이 선행돼야 하며, 유전 개량과 사육 표준 확립, 생산성 향상 등을 위한 중장기적 연구개발 체계도 필요하다.
일본은 히나이도리(Hinaidori) 품종에 대해 사료 보조금과 프리미엄 시장 조성으로 토종닭 산업을 부활시켰고, 프랑스는 라벨 루지(Label Rouge) 브랜드를 통해 유전 개량과 엄격한 사육 기준으로 고품질 닭고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중국의 우지(Wuji) 닭은 지역 명품 브랜드화에 성공했으며, 태국은 베타그로(Betagro) 그룹이 토종닭 가공시설을 확충해 해외 수출까지 실현했다. 우리나라 역시 토종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가공 및 유통 인프라 확충, 틈새시장 공략, 지역 명품화 전략이 필요하다. 동시에 유전체 분석 기반의 개량 기술과 질병 대응 연구도 병행돼야 하며, 이를 위한 민·관·학의 협력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토종닭 산업은 단순한 경제적 가치를 넘어 생물 다양성 보존, 농촌 경제 활성화, 전통문화 계승에 기여하는 중요한 산업이다. 이러한 잠재력을 현실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지원과 더불어 생산자, 소비자, 연구기관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고유의 맛과 문화를 담고 있는 토종닭 산업의 밝은 미래를 위해,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축산신문, CHUKSA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