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서 30만 규모 ‘탄핵 콘서트’
전장연도 3호선 안국역서 시위
시민단체 “警, 집회 제한 통고 남발”
성탄절을 앞두고 서울 도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가 동시다발로 열렸다. 국회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열흘이 지났지만, 윤 대통령이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는 등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시민들의 규탄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4일 오전 8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서울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승강장 바닥에 죽은 듯 드러눕는 ‘다이인’(die-in)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민주주의 파괴 윤석열을 탄핵하라”, “중증장애인도 노동하자”는 피켓을 들었다. 전장연이 다이인 시위를 벌인 것은 올해 4월부터이지만, 종전과 달리 이날은 유독 많은 시민이 합류해 함께 구호를 외쳤다.
1500여개 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비상행동)은 성탄절을 기념해 24일 오후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인근에서 신고 인원 30만명 규모의 탄핵 촉구 콘서트 ‘다시 만들 세계’를 개최했다.
탄핵안 가결 이튿날부터 윤 대통령 파면과 구속을 촉구하며 헌재 인근에서 촛불문화제를 이어가고 있는 시민단체 촛불행동은 25일 안국역 인근에서 집회를 이어간다. 매일 퇴근 후 촛불행동 집회에 참석한다는 직장인 장모(54)씨는 “헌재가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할 수도 있다는 보도를 보고 안심이 되지 않아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짧게라도 집회에 들르려고 한다”며 “국민의 목소리와 불안한 마음을 헌재 재판관들과 검경도 알아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 대통령 관저 인근 역시 크고 작은 집회의 주 무대가 되고 있다. 탄핵 전에는 집회가 열리지 않았던 곳이다. 진보당은 25일 오후 3시 관저 앞에서 ‘윤석열 체포대회’를 연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 방배경찰서는 윤 대통령 체포·구속을 촉구하며 트랙터 상경 시위에 돌입, 22일 관저 인근인 지하철 한강진역까지 행진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하원오 의장과 사무국장 등 2명에 대해 출석을 요구했다. 경찰은 집시법 위반 혐의를 받는 하 의장 등을 불러 집회 과정 전반을 수사할 계획이다.
시민단체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은 경찰이 시민사회단체의 집회 신고에 대해 교통 소통 등을 이유로 금지·제한 통고를 남발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민변은 24일 성명을 통해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경찰은 위헌·위법한 내란 행위에 일조했고, 이러한 경찰에게는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국민의 집회의 자유 행사를 막을 권한이 없다”며 “국민이 집회의 자유를 온전히 보장받을 수 있도록 금지·제한 통고를 멈출 것을 엄중하게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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