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크·로슈 등 빅파마 '美 생산 강화'…국내 CDMO '경고등'

2025-04-27

글로벌 제약사 머크(MSD)가 2028년까지 미국 내 제조 및 연구개발(R&D) 역량 강화를 위해 90억 달러(약 12조원)를 추가 투자한다. 머크의 이번 발표는 로슈, 일라이 릴리, 존슨앤존슨(J&J), 노바티스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최근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잇따라 밝힌 가운데 나왔다.

올해 머크·로슈·일라이릴리·J&J·노바티스 빅파마 美 투자 발표

27일 외신·업계에 따르면 머크는 올해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내 제조시설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롭 데이비스 머크 CEO는 “머크는 2018년 이후 현재까지 12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으며, 오는 2028년까지 90억달러를 추가로 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머크는 미국 내 생산 확대를 통해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고 관세 리스크를 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머크는 “미국 제조 확대는 단기적 위험관리뿐만 아니라 중장기 성장기반 구축에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스위스 빅파마 로슈도 지난 22일 향후 5년 간 미국에 500억달러(약 71조원)를 투자하고 1만2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로슈는 미국 인디애나, 펜실베이니아, 매사추세츠, 캘리포니아 등에 있는 최첨단 연구개발(R&D) 시설을 신설하고 기존 제조 시설을 확대할 계획이다. 약 90만 제곱피트(약 8만3600㎡) 규모 차세대 비만 치료제 생산시설도 함께 들어선다.

로슈는 신규 제조 시설이 완공되면, 미국에서 수입하는 것보다 미국에서 수출하는 의약품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토마스 시네커 로슈 CEO는 “이번 대규모 투자는 혁신의 다음 시대를 여는 기반으로 미국은 로슈 글로벌 성장의 핵심 거점”이라고 밝혔다.

빅파마들의 대규모 미국 투자는 글로벌 빅파마 전반의 '해외 생산시설 미국 이전'(리쇼어링) 움직임 속에서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백악관에서 일라이릴리, 머크, 화이자 등 CEO를 비공개로 만나 해외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월 일라이릴리는 270억달러(약 39조원)를 투입해 향후 5년 간 미국에 생산시설 4곳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3월에는 존슨앤존슨이 550억달러(약 79조원) 투자를 발표했다. 노바티스는 지난 10일 향후 5년간 미국에 230억 달러(약 33조원)를 희귀질환 치료제와 세포·유전자 치료제 생산에 초점을 맞춰 투자한다.

국내 CDMO 산업에 ‘경고등’

이처럼 글로벌 빅파마들이 생산시설을 미국 내에 구축하면 장기적으로 국내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글로벌 빅파마가 주요 고객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CDMO 업체들은 향후 몇 년 뒤엔 수주 물량 감소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미국 내 공장 완공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겠지만, 빅파마들이 점차 '자체 생산'으로 전략을 전환하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CDMO 물량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고부가가치 기술 플랫폼 확보와 미국 내 생산거점 확대 등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실제로 글로벌 빅파마들의 투자가 이어질 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리쇼어링 이후엔 트럼프 정권이 끝나기 때문에 '보여주기식' 투자 발표일 수 있단 뜻이다. 트럼프의 관세 압박에 투자 발표를 했지만, 생산시설 착공부터 완공, 가동까지 최소 3~5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미국 내 인건비 등이 너무 올라 경제성이 맞을지 봐야 한다”면서 “공장을 다 지으면 트럼프 정부는 끝나기 때문에 국내 회사들은 단기적 전략보단 중장기 전략을 세우는게 낫다”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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