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영씨는 선거에 여러 번 출마하며 다소 황당한 주장을 해 유명해진 인물이다. 2022년 대선에서는 자신이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양자이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선 정책보좌였다고 주장했는데 허위사실로 인정되어 향후 2034년까지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형을 받았다.
한편 그가 2007년 대선에서 발표해 비웃음을 샀던 공약들 중 ‘1억원 결혼 수당’이나 ‘국회의원 수 100명으로 감축’하겠다는 내용은 올 4월 총선에서 다른 방식으로 부활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신혼부부 1억원 대출과 셋째 출산 시 대출금 전액 감면을 소위 ‘저출생 대책’ 공약으로 내놓았고 국민의힘이 국회의원 정수 감축을 공약으로 내놓아 이를 보는 국민들로 하여금 허경영표 공약이 완전 황당무계한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시트콤 드라마 <순풍산부인과>를 통해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배우 오지명씨는 지금까지의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해준 게 없다며 허경영씨를 공개 지지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런 까닭에 허경영씨를 사기꾼으로 봐야 할지, 시대를 앞서 읽는 사람으로 봐야 할지 헛갈리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일론 머스크 또한 판단이 엇갈리는 인물이다. 테슬라, 트위터(현재는 X), 스페이스 X 등을 소유하고 있는 그는 2026년에는 화성에 자사 소유 우주선을 보낼 것이고, 2050년경이면 화성에 자급자족 도시를 건설해 인류 이주를 시작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한편 머스크가 소유한 스페이스X는 2023년부터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쳐 자사 우주선 시험발사를 했고, 2019년부터 지금까지 하루 평균 3개 위성을 쏘아 올려 현재 지구 저궤도에 위성 약 6370개를 돌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는 이를 통해 인터넷 통신사업을 하고 있으며 이미 전 세계 약 300만명이 월 300달러 이용료를 내며 이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그저 단순히 기업 활동으로만 볼 수 있을까? 우선 무엇보다 막대한 탄소배출로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해 지구생태계 붕괴를 앞당기고 있는데 말이다. 이런 그가 되레 지구에서의 인류 종말을 말하며 화성 이주를 주장한다는 사실은 ‘웃픈’ 일이다. 정작 그는 자신이 만든다는 화성 구조물로 가족들과 함께 이주할 계획을 세우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인류는 46억년 역사를 가진 지구 생물권(biosphere)의 일부로서 진화하며 살아왔다.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와 도리언 세이건에 따르면 생물권은 기체를 교환하고 유전자를 교환하며 자라고 진화하는 여러 지구 생물의 집합적이고 창발적인 활동을 통해 만들어져 존재해왔다. 지구의 현 상태는 지구에 거주해온 수많은 생물들 사이의 수십억년에 걸친 상호작용 덕분에 비롯된 것이라는 뜻이다. 인간은 이 상호작용의 일부다.
허경영씨는 허위사실 유포로 재판을 받고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세계 최고의 부자가 퍼뜨리는 말들은 누가 제재할 수 있는 것일까? 당장 우리 모두의 창공을 자신이 소유한 기업이 쏘아올린 위성들로 가득 채우고 있는 행위에 제재를 가할 공권력이 부재하다는 사실은 섬뜩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