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직장인 남현우 씨는 다가오는 설 연휴에 가족끼리 일본 오키나와에 다녀오기로 했다. 임시공휴일 지정 소식을 듣고 급히 만든 계획이다. 연휴 초반에 부모님을 찾아뵙고, 설 당일 출국했다가 주말에 돌아오는 일정이다. 김씨는 “부모님이 편찮으셔서 연휴에 해외여행을 떠나는 가족들을 보며 평소 부러워만 했는데 이번엔 두 가지 일정을 모두 소화할 수 있게 됐다”며 “갑자기 떠나자는 얘기에 아이들도 들뜬 모습”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8일 설 연휴 전날인 오는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기로 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 경제 안정’ 고위 당정협의회를 마친 후 브리핑에서 “당정은 설 연휴 기간 내수 경기 부양과 관광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2025년 1월 27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는 것으로 협의했다”고 말했다.
공식적으로 올해 설 연휴는 28일(화요일)부터 30일(목요일) 사흘간이다. 월요일인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 25∼26일 주말에 이어 30일까지 엿새를 연달아 쉴 수 있다. 직장인의 경우의 31일에 연차를 쓰면, 25일부터 2월 2일(일요일)까지 9일간의 ‘황금연휴’가 생긴다.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직장인 이진용씨는 “설 연휴가 주중에 끼어 있어 연차를 하루 정도 쓸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다 같이 쉬게 됐으니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여행∙유통 업계도 반색했다. 휴일이 늘면 수요가 증가하는 대표적인 업종이기 때문이다. 인천 강화군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정모씨는 “월요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기 때문에 원래는 비어 있던 일요일 1박 손님이 늘어나는 효과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는 희비가 엇갈린다. 예컨대 관광지에 있는 식당은 손님이 늘겠지만, 오피스 밀집지역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서울 중구에서 맥줏집을 운영하는 윤모씨는 “연휴 사이에 낀 평일이라 큰 기대는 없었지만 그래도 9일을 연달아 쉬는 건 차원이 다른 얘기”라며 “그렇다고 월세는 깎아줄 리 없으니 한숨이 나온다”고 말했다.
정부가 임시공휴일 카드를 꺼낸 건 12·3 비상계엄 사태와 무안 제주항공 참사 등으로 꽁꽁 얼어붙은 내수 경기를 살리려는 의도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2020년 펴낸 보고서에서 임시공휴일이 4조2000억원가량의 생산유발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전체 인구 절반인 2500만 명이 쉬고, 1인당 하루 평균 8만3690원씩 쓴다는 걸 가정한 수치다. 공휴일 하루로 연간 국내 여행 소비액이 4318억원 늘어난다는 분석(한국문화관광연구원)도 있다.
의미 있는 플러스알파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예컨대 2023년 10월 2일 임시공휴일은 그 효과가 미미했다. 정부가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면서 6일간의 연휴가 만들어졌지만, 당시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도리어 0.8% 감소(2023년 10월 산업활동동향)했다. 국군의 날(10월 1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징검다리 연휴가 생긴 지난해에도 뚜렷한 소비 회복은 관측되지 않았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상승률은 진정세지만 여전히 고물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소비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며 “소득이 정체된 상황에서 휴일이 생긴다고 당장 여행을 가거나 추가 소비를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역효과도 우려된다. 일단 조업일수 감소에 따른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경영계가 임시공휴일 지정 논의 때마다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길어진 연휴가 해외여행 수요를 부추길 여지도 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임시공휴일 지정 발표 이후, 가까운 일본이나 동남아로 가는 항공권이나 패키지여행 문의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해외여행객이 늘면 가뜩이나 좋지 않은 여행수지는 더 나빠진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여행수지 누적 적자는 113억5000만 달러(약 16조5000억원)에 달한다.
‘휴일 양극화’ 우려도 여전하다.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이나 5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된다. 350만명에 달하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사각지대에 있다는 의미다. 이를 고려해 정부는 어린이날 등 특정 공휴일을 날짜가 아닌 요일로 지정해 연휴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