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는 무조건 구조조정 한다는데···

2024-10-08

갑작스런 사모펀드의 등장에 고려아연이 속절없이 흔들리고 있다. 명분을 잃은 거대한 '치킨게임'이 이어지는 사이 묵묵하게 자리를 지키는 직원들의 안위는 뒷전으로 밀리는 모양새다.

누구 하나 뚜렷하게 승기를 잡지 못한 채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은 연장전에 돌입했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 직원들의 불안감도 덩달아 부풀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서로를 칼로 베고 할퀴는 거센 공방전만 거듭될 뿐 회사의 발전을 위한 진취적인 메시지는 사라진 지 오래다. 어느 쪽이 승기를 잡든 고려아연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게 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올 정도다.

고려아연 임직원들은 경영권 분쟁에 참전한 MBK파트너스의 '머니게임'을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다. 자본의 논리로 움직이는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끝까지 일자리를 사수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MBK는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 이후 최소 10년 이상의 장기투자를 이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현재 임직원들의 고용승계 등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MBK의 지난 행적을 보면 과연 약속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고려아연 노조가 MBK를 향해 "우리의 안정적인 일자리와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는 약탈적 공개매수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 이유다.

"10년을 보고 있습니다. 어떤 구조조정도 없을 것이며 고용 창출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먹튀 등의 논란 대상이 될 만한 행동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실제로 MBK가 10년 이상 장기적 경영과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없을 것이라는 약속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ING생명(현 신한라이프)와 홈플러스 인수 때도 그랬다.

경영권을 인수한 이후 속내를 드러내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6개월, MBK는 ING생명에 대해 대대적 인력 감축을 단행했다. 임원 32명 가운데 18명을 내보냈고 평직원의 30%에 달하는 270명 감축을 목표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10년 이상의 장기경영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법적 재매각 금지 기간 2년이 끝나자마자 안방보험 등 중국계 금융회사를 포함한 매수 희망자들과 협상에 돌입했고 4년도 안 돼 ING 생명 지분 40%를 매각, 2018년 잔여 지분 일체를 신한금융지주에 넘겼다.

홈플러스 역시 2015년 2만5000여명의 직원 중 5000여명을 줄였으며, 간접 고용 역시 대거 감축했다. MBK에 인수된 지 8년 만에 1만명가량의 직원이 떠났다.

홈플러스 노조는 지금도 여전히 거리로 나와 "MBK에 인수된 지 9년 만에 홈플러스는 산산이 조각날 상황"이라며 호소하고 있다.

MBK는 고려아연 공개매수 건에 대해서도 이미 한 차례 말을 바꾼 바 있다. 여러 차례 공개매수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공언하더니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66만원에 75만원, 83만원까지 올랐다.

결국 달갑지 않은 '기업사냥꾼'이라는 오명은 MBK 스스로 자초한 결과인 셈이다. 고려아연 직원들도, 정치권도, 여론도 '양치기 소년'이 된 MBK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다.

MBK가 "고려아연을 중국에 팔 수도 없고, 팔 생각도 없다"며 거듭 강조하고 있음에도 고려아연 핵심 기술진들은 "믿을 수 없다"며 줄사표까지 예고한 상황이다. 전적을 보더라도 '말 바꾸기'가 빈번했으니 의심의 눈초리를 건네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MBK가 향후 10년간 고려아연 임직원들과 동행을 이어가기 위한 신뢰 회복에 진심으로 나서고 있는가?

MBK는 "저희가 가장 먼저 찾아뵙고 말씀드리는 자리를 마련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했던 점 우선 깊이 사과드린다"며 뒤늦게 고려아연 임직원을 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추석 연휴 전 기습적으로 공개매수를 발표한 지 약 2주 만이다.

가장 먼저 설득했어야 할 이해당사자인 임직원을 배제한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경영권 분쟁의 명분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까. 격화된 경영권 분쟁 속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직원들은 여전히 불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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