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먹어”... 사람에게 먹이주는 범고래, 왜?

2025-07-13

범고래를 관찰하던 연구진이 인간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독특한 모습을 확인했다. 전 세계 범고래에서 공통으로 관찰되는 이 행동은 인간과 친분을 쌓거나 인간을 탐색하는 행동으로 추측된다.

10일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캐나다 생물학 연구소 베이 시톨로지(Bay Cetology) 소속 연구원인 제러드 타워스는 범고래 한 쌍을 관찰하던 중 어린 암컷 한 마리가 자신의 앞으로 바닷새를 토해내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한다.

타워스 연구원은 “사냥 당한 바닷새가 위로 떠오르는 동안 범고래는 잠시 멈춰 서서 내 반응을 살피는 듯했다”며 “몇 초 후, 카메라를 향해 몸을 굴리다가 새를 다시 삼켰다”고 말했다. 몇 년 후 관측에서는 또 다른 개체가 인간에게 바다표범 새끼를 먹이로 주는 듯한 모습이 관찰됐다.

타워스 연구원은 국제 연구진과 이같은 행동 이유를 분석하기 위해 사례를 수집했다. 그 결과 2004년부터 2024년 사이 진행된 공식 관측에서 범고래가 인간에게 먹이를 주는 사례는 34건으로 확인됐다.

관찰사례는 북태평양, 남태평양, 대서양, 노르웨이 연안 등 4대 해양권에서 고르게 확인됐으며, 성체부터 어린 개체까지 나이와 상관없이 나타났다.

범고래가 인간에게 먹이를 건넨 상황은 다양했다. 배 위에 있을 때는 21건, 수중에서는 11건, 해안 근처에서는 2건으로 확인됐다. 인간에게 건넨 먹이 또한 △물고기 6종 △포유류 5종 △무척추동물 3종 △조류 2종 △파충류 1종 △해조류 1종 등으로 다양했다.

먹이를 건넨 범고래 중 97%가 인간이 어떻게 먹이를 처리하는지 5초가량(최소 3초~최대 300초) 가만히 지켜봤다. 만약 먹이를 받지 않으면 먹이를 재차 물어 인간에게 건네거나 그 먹이를 물고 자리를 떠났다. 일부는 먹이를 다른 범고래와 나눠 먹기도 했다.

가축화된 고양이나 개가 인간에게 자신의 사냥감을 선물하는 일은 종종 관찰된다. 하지만 야생 포식자가 인간에게 먹이를 선물하는 사례는 거의 기록되지 않았다.

범고래는 지능이 높고 장난기가 많기 때문에 '놀이'라고 추측할 수도 있지만, 놀이에 해당하는 행동은 보통 어린 개체에서 나타난다. 하지만 인간에게 먹이를 건네는 행동은 나이와 상관없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런 행동이 일종의 의사소통과 유사한 상호작용일 수 있다고 봤다. 타워스 연구원은 “범고래끼리도 종종 서로 먹이를 공유하는데 이는 친사회적 활동이며 서로 관계를 맺는 방식”이라면서 “범고래가 인간과도 먹이를 공유하는 것은 우리와 관계를 맺고자 하는 그들의 관심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또, 이런 상호작용이 일종의 탐색일 수 있다는 추측도 나왔다. 타워스 연구원은 “호기심은 불확실성을 줄이는 요소 중 하나”라면서 “범고래는 호기심이 많기 때문에 인간에게 먹이를 주는 것은 우리의 반응을 시험해보는 것일 수 있다. 범고래가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진화 심리학자들인 이런 행동이 명백한 이득 없이 다른 종을 돕는 현상인 '종 간 일반화된 이타성'의 비밀을 풀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연구진은 “이러한 행동은 흥미롭지만, 사람이 먼저 접근하거나 먹이를 받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며 “예기치 못한 반응을 보일 수 있어, 지나친 접촉은 사람과 범고래 모두에게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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