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여배우의 장관 부인 노릇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2025-12-02

셰릴 하인즈(60)는 미국 할리우드의 영화배우 겸 감독이다. 한국인들에겐 널리 알려져 있지 않으나 미국에선 스타 대접을 받는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하인즈를 “다년간의 연기 경력에서 나오는 재치와 유머 감각을 갖고 있으며 영화계에서 사랑을 받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그의 남편은 다름아닌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71)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법무장관과 상원의원을 지낸 로버트 케네디의 아들이요, 대통령을 역임한 존 F 케네디의 조카인 바로 그 사람이다. 보통 RFK라는 이니셜로 불린다. 하인즈가 RFK와 결혼한 것은 2014년의 일로 당시 미 정가와 연예계에서 모두 커다란 화제가 됐다.

RFK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당시 백신 접종 의무화를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유명하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2년 1월 정부의 백신 접종 요구에 직면한 미국인들 처지를 안네 프랑크에 비유했다가 구설에 오른 것이 대표적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탄압을 피해 숨어 지내다가 결국 붙잡혀 15세 나이로 유대인 강제수용소에서 숨을 거둔 그 안네 프랑크 말이다. RFK를 겨냥해 비난이 쏟아지자 하인즈가 방패막이를 자처했다. 그는 “수백만명이 희생당한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는 결코 누구와도, 그 무엇과도 비교돼선 안 된다”며 “(남편의 발언은)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고 대신 사과했다.

케네디 가문은 오랫동안 선거 때마다 민주당 편에 서왔다. 그러나 RFK는 2024년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트럼프가 당선된 뒤에는 복지부 장관으로 내각에 입성했다. 그런데 정작 하인즈는 과거 트럼프를 겨냥해 “터무니없이 무례하다”고 말하는 등 비판적 태도를 보였다. 대선 기간 트럼프 캠프 인사들이 배우자까지 동원해가며 선거운동을 했지만 하인즈는 유세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 4월 트럼프가 RFK 부부와 만난 자리에서 하인즈의 악수 요청을 거절하는 듯한 동영상이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했다. “트럼프가 특유의 뒤끝을 부린 것”이란 분석이 파다했다.

성탄절을 앞두고 미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1일 수도 워싱턴 인근의 군 부대에 찾아가 장병들을 위한 봉사 활동을 했다. 이 자리에는 JD 밴스 부통령의 부인 우샤 밴스 여사를 비롯해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 더그 버검 내무부 장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더그 콜린스 국가보훈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부인 등이 총출동했다. 하인즈도 복지부 장관 부인 자격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군대에는 ‘남편 계급이 곧 아내 계급’이란 말이 있는데 미 행정부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대통령과 장관들의 관계나 영부인과 장관 부인들의 관계나 ‘오십보백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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