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 배우는 49세, 재활 전공 55세…‘만학도 모시기’ 발벗고 나선 대학들

2025-10-26

강원도 강릉에 있는 가톨릭관동대 3학년 김미경(49)씨는 20대 자녀 셋을 둔 어머니이자 대학생이다. 2023년 ‘만학도 특별전형’(만 30세 이상)으로 이 대학 산림치유학과에 입학한 그는 산림치유지도사와 산림기사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산림의학개론’ 등을 공부하고 있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던 그는 미술강사로 일하던 중 어머니가 뇌경색으로 쓰러지면서 일을 그만뒀다. 7년 넘는 간병 끝에 2022년 어머니를 떠나보냈다. 이후 우울증을 겪던 김씨는 남편을 통해 만학도 전형을 알게 됐다. 그는 “산림의 가치를 제대로 공부해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가톨릭관동대에는 김씨처럼 만학도 특별전형으로 입학할 수 있는 학과가 6개 있다. 언어재활학과, 산림치유학과, 복지상담학과 등이다. 현재 이들 6개 학과 재학생은 520명에 달한다. 2018년 휴먼재활서비스학부(치매전문재활전공, 언어재활상담전공)를 신설하며 50명을 선발했던 것과 비교하면 재학생이 몇 년 사이 10배 수준으로 늘었다. 지금까지 졸업생 264명 중 상당수가 재취업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올해 2월 졸업한 한경환(55)씨도 그중 한 명이다. 30년 넘게 군 생활을 한 그는 2020년 만학도 특별전형으로 언어재활학과에 입학했다. 재학 중 언어재활사 2급 자격증을 딴 그는 지금 발달아동 전문기관에 취업했다. 그는 “전역 후에도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 다시 공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가톨릭관동대처럼 ‘만학도 모시기’에 나서는 대학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따르면 2027학년도 만학도 특별전형을 운영하는 대학은 83곳으로, 2026학년도(72곳)보다 11곳 증가했다. 등록 인원도 2023학년도 2218명에서 2025학년도 4292명으로 2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만학도 특별전형은 개인에겐 전문자격 등을 통한 인생 2막의 기회를, 대학엔 경쟁력 강화의 기회가 된다. 이성은 대교협 입학기획팀장은 “고령사회가 되면서 이젠 하나의 직업을 가지고 사는 시대가 아니기에 다양한 연령대가 새로운 교육을 받고 재취업하는 제도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만학도 전형은 평생교육 차원에서 앞으로 더 확대될 수밖에 없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만학도 전형은 특히 비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정원 외 선발 인원이 많이 증가하고 있다. 2023학년도 493명이던 정원 외 등록 인원은 2025학년도 1988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고등교육법 개정으로 전형 기간 자율화가 가능해지면서 대학이 원하면 연중 수시로 선발할 수 있게 된 것도 확대 요인이다.

충북 청주시의 서원대는 2026학년도까지 정원 외 선발 인원을 200명으로 제한했지만 2027학년도부터 제한을 폐지한다. 강원도 원주시의 상지대 역시 69명이던 정원 외 인원 제한을 없앴으며, 전북 전주시의 전주대도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만학도 전형 신입생이 증가하자 기존 101명 제한을 해제했다. 또 대학마다 만학도가 입학할 수 있는 학과를 늘리는 추세다. 학령인구 감소도 만학도 전형 확대의 주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김기식 국회미래연구원장은 “이제 대학은 생애 전반에 걸친 학습의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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