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국의 눈 밖에 나 수 년간 은둔생활을 이어왔던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올 들어 사실상 경영 전면에 복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 정보기술(IT) 업계의 ‘맏형’격인 마윈의 복귀로 알리바바는 물론 그간 활기를 잃었던 중국 빅테크에 다시 황금기가 도래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16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알리바바가 최근 500억 위안(9조 5000억 원)의 보조금 프로그램을 발표하는 데 마윈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경쟁사 징둥닷컴(JD.com)의 추격을 견제하려는 전략적 결단이라는 분석이다. 마윈은 클라우드 플랫폼, 자체 반도체 사업부가 설계한 ‘T-헤드’ 칩, 콴(Qwen) AI 모델 등과 관련해서도 매일 업무 보고를 받는 등 인공지능(AI) 사업 전반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마윈이 2019년 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가장 적극적으로 경영에 나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마윈은 2020년 10월 중국 은행을 전당포에 비유하며 금융당국의 보수적 규제를 작심 비판했다가 당국의 눈밖에 났다. 발언 직후 규제당국은 알리바바 계열사인 앤트 그룹의 300억 달러(약 35조6000억원) 규모 기업공개(IPO)를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이어 두 달 뒤에는 알리바바에 대한 반독점 조사에 착수하며 대대적인 보복을 가했다. 이에 마윈은 수 년간 해외를 전전하며 오랜 은둔 생활을 이어가다가 지난해 12월 항저우 앤트그룹 본사에서 4년 만의 첫 공개 연설을 하며 복귀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올 2월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재한 간담회 참석하며 당국과의 관계 회복을 알렸다.
마윈이 도피 생활을 이어갈 동안 알리바바는 긴 슬럼프에 빠졌다. 시가총액은 최고점 대비 80%가량 증발했고, 2023년 말에는 ‘테무’ 운영사 핀둬둬에도 추월당하는 굴욕을 당했다. 하지만 마윈이 다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부활 조짐이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알리바바가 이달 초 발표한 8월 클라우드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26% 급증해 수 년 만에 가장 큰 폭의 분기 성장률을 달성했다. 기대감에 힘입어 올 들어 16일까지 알리바바 주가는 87.85% 올라 158.04 홍콩달러에 마감했다. 다만 아직 역대 최고가(317 홍콩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마윈의 복귀를 계기로 중국 빅테크의 전성기가 다시 도래할 수 있다는 낙관론도 힘을 얻고 있다. 시 주석은 올 2월 “선부(先富·능력 있는 사람부터 먼저 부자가 되자)가 공동부유(共同富裕·다 같이 잘살자)를 촉진해야 한다”는 발언을 통해 빅테크 등 대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시사했다. 당국이 오는 10월 열리는 4중전회에서 이같은 정책 기조 선회에 따른 구체적인 지원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자상거래 컨설팅 업체의 리청둥 대표는 “그의 복귀는 그가 더 이상 위험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모든 사람의 심장을 뛰게 하는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