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북현대 입과 귀, 통역사 김민서·표석환입니다

2025-05-10

-직업 만족도 '최상', 전북현대 통역 꿈 이룬 김민서 씨

경기중 전략∙전술 전달 포옛 감독 몸짓 완벽 재현 '눈길'

-필드 선수는 아니지만 마음속으로 함께 뛰는 표석환 씨

팬들 사이에서 래퍼 아웃사이더처럼 빠른 속도로 통역

가장 가까운 가족도, 길 다니며 스쳐 지나간 사람도, 모두 저마다의 삶이 있다. 우리가 매일 보는 기사 속 공직자, 정치인의 일상은 다 알면서 정작 이웃의 삶을 본 적은 많지 않다. 그래서 준비했다. 평소 접하는 사람이 아닌 스포트라이트가 닿지 않는, 소중한 우리의 이웃,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기획을 준비했다.

오늘 만나볼 이웃은 전북현대모터스FC의 통역사 김민서·표석환이다. 이들은 외국인 감독·선수·스태프의 입과 귀 역할을 해내고 있다. 매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감독·선수에서 한발짝 뒤에 서서 그들의 말부터 감정, 심지어 몸짓까지 통역하는 '숨은 보석'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매일 출근하는 길이 행복해요."

직업 만족도 상(上), 상 중에서도 최상. 2023년 일자리 만족도는 35.15%뿐이지만 2000년생 전북현대 통역사 김민서(24) 씨의 만족도는 100%다. 보통 출근길은 천근만근이지만 김 씨는 항상 행복하다.

지난 8일 전북현대모터스축구단전용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김 씨는 한국 축구계에서 통역을 시작할 때 K리그에 대해서 알아보는 과정에서 전북현대를 보고 '아, 저기다!'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언젠가 전북현대 통역을 해 보고 싶었다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꿈을 이룬 셈이다.

전북현대에 따르면 현재 그는 포르투갈어 통역으로 브라질 선수 위주로 전담하고 있다. 영어도 가능하다 보니 코칭 스태프의 내용 전달과 감독의 지시 사항을 선수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이다. 특히 경기 때 데칼코마니처럼 거스 포옛 감독의 몸짓까지 완벽하게 재현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김 씨는 "의식한 건 아니다. 자연스럽게 감독님의 목소리 톤이나 제스처를 보면서 나오는 것 같다"면서 "나쁜 이야기를 해도 모두 전달한다. 조절하려고도 해 보지만 그때마다 똑같이 감정이 올라와서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 지난해 말 포옛 감독의 취임 기자회견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그는 긴장을 많이 하면서 중간에 통역이 추가 투입되는 헤프닝을 겪기도 했다. 앞에 많은 사람이 있는 걸 보니 머릿속이 하얘졌던 김 씨다. 그는 통역하면서 크게 어려운 점은 없지만 이날이 어려웠다고 꼽았다.

김 씨는 "전북현대 팬 분들은 경기장 들어갈 때마다 놀라게 만든다. 응원가를 부를 때 제 목소리도 안 들리지만 팬들 목소리가 들리니까 힘이 난다. 선수·감독님 모두 마찬가지일 것 같다. 올해 우승하면 제일 좋겠지만 (비록) 우승이 아니더라도 좋은 모습 보여 줄 테니 끝까지 응원해 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매일 인터뷰 도와 주기만 했는데⋯."

이것이 우리가 인터뷰를 결심한 이유다. 뒤에서 감독·선수의 인터뷰 통역만 했던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1998년생 전북현대 통역사 표석환(27) 씨는 "인터뷰 도와 주기만 하다가 인터뷰를 하려니 조금 어색하다"면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전북현대에 따르면 영어 통역을 하는 그는 선수 중 콤파뇨·보아텡, 대외 업무(미디어 대응) 등을 맡고 있다. 감독 인터뷰, 경기 전 미팅, 라커룸 토크 등을 통역하는 역할이다.

김 씨가 감독의 몸짓을 완벽하게 재현한다면 표 씨는 팬들 사이에서 래퍼 아웃사이더처럼 빠른 속도로 통역한다고 알려져 있다.

"변명처럼 들릴 수도 있는데요. 사실 인터뷰 하면 꼭 수첩과 펜을 들고 다니는데 그날 펜이 안 나오더라고요. 펜 자국이라도 좋으니 빨리 안 쓰고, 통역하지 않으면 잊어버릴 것 같았어요. 저도 하면서 빠르다 싶긴 했죠."

놀랍게도 표 씨는 충청도 사람이다. 그는 "팬 분들이 말하는 빠른 인터뷰는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 3라운드 안산 그리너스전인 듯하다. 원래 말을 천천히 한다. 사실 충청도 사람인데 감독님의 말이 빠르다 보니 나도 모르게 빨라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직접 필드에서 뛰는 건 아니지만 표 씨의 마음은 감독·선수와 같다. 팀의 성적이 좋지 않으면 안 좋고 지금처럼 성적이 좋으면 보람 차고 기쁘다는 게 표 씨의 말이다. 오직 '우승', 그것 하나 목표로 삼고 마음속으로 함께 뛰고 있다.

이어 "홈이든 원정이든 많은 분이 경기장을 와 주셔서 항상 감사하다. 시즌을 하다 보면 분명히 또 어려운 시기가 있을 테지만 감독님도, 선수들도, 코칭·지원 스태프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 믿어 주시고, 열심히 응원해 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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