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백화점이 유통군 중 처음으로 그룹에서 추진 중인 직무 기반 인사제도를 도입한다. 기존의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에서 벗어나 직무가치와 난이도, 전문성에 따른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신동빈 회장의 주문에 따른 조치다.
28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이달 중순 임직원을 대상으로 새로운 인사 제도인 ‘전문성 성장중심 HR제도’를 소개하고 27일까지 동의 절차를 진행한 결과 전체 3047명 중 2905명이 동의를 확보해 95.3%의 동의율을 기록했다. 비동의한 직원은 105명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달 롯데웰푸드의 동의율(56.6%)을 큰 폭으로 웃도는 수치다. 이에 따라 롯데백화점은 9월부터 새로운 HR제도를 순차 도입할 계획이다.
이 제도의 특징은 직급별 연차와 무관하게 업무 전문성에 따라 승진과 평가가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연차에 따라 A, SA, M, S로 나뉘었던 기존 등급을 폐지하고 업무 전문성에 따른 ‘GL(Growth Level, 1~4단계)’과 직무 난이도 및 중요도에 따른 ‘JL(Job Level, 1~4단계)’을 신규 도입한다. GL은 현 직급과 연동되며 매년 GL, JL 등급을 종합해서 임금인상률을 차등 적용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같은 GL이라도 JL에 따라 연봉이 달라질 수 있다.
아울러 팀장 수당 인상, 동직급장기체류직원 승진제도 등도 시행한다. 기존에는 직급별로 정해진 연차가 되면 자동으로 승진 대상이 됐지만, 새로운 시스템에서는 연차와 무관하게 스스로 전문성을 갖췄다고 판달할 경우 레벨업 심사를 신청할 수 있다. 보다 능동적인 승진제도인 셈이다.
한편 롯데그룹은 연차에 따른 연봉제 시스템 등 기존 인사·임금 체계를 개편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직무 기반 HR 인사제도를 그룹사에 순차 도입 중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홍기획, 롯데이노베이트가 먼저 도입했고 롯데케미칼 첨단소재사업부도 직무 기반 HR제도를 시행 중이다. 식품군 중에서는 롯데웰푸드가 이달부터 도입했다.
업계에서는 그룹 내 상징성이 큰 롯데백화점에서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면 유통군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새롭게 도입하는 JL을 연착륙시키기 위해 내년에는 전 직원의 90%를 JL3로 맞출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그룹의 직무 기반 HR제도를 기반으로 롯데백화점에 최적화한 전문성 성장중심 HR제도를 만들어 직원 과반 이상의 동의를 확보했다”며 “9월부터 새로운 제도를 순차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