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전 국민 10명 중 7명 꼴로 정부가 권고하는 암 검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40세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2년마다 지원되는 위암 검진 수검률이 77.4%로 가장 높았고, 대장내시경 시범사업의 영향으로 대장암 검진 수검률은 역대 최고 수준인 74.4%를 기록했다. 보건복지부는 국립암센터, 유관학회 등과 협력해 대장내시경 검사의 국가검진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국립암센터는 지난해 암 진단을 받지 않은 남녀 표본 4500명을 대상으로 위암·간암·대장암·유방암·자궁경부암·폐암 등 6대 암 검진 수검률 및 행태를 조사한 결과를 11일 공개했다.
암 검진 수검행태조사는 6대 암 검진의 수검률 및 수검 행태를 파악하기 위해 2004년부터 연 1회씩 설문을 통해 실시되고 있다. 수집된 데이터는 국가 암검진 정책 수립 및 국제 비교의 근거 자료로 활용된다.
우리나라 국민의 암 검진 권고안 이행 수검률은 2024년 기준 70.2%로, 전년대비 3.8%포인트 올랐다. 조사가 시작된 2004년 38.8%와 비교하면 약 20년만에 31.4%포인트 증가했다.
암 검진 권고안 이행 수검률은 국가 암검진 프로그램에서 권고하는 검진 주기에 따라 6대 암 검진을 받았는지를 조사한 항목이다. 암검진 수검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암종별 수검률을 살펴보면 위암이 77.4%로 가장 높았고 대장암(74.4%), 유방암(70.6%), 자궁경부암(62.0%) 순이었다. 최근 20~30대를 중심으로 발병률이 급증하고 있는 대장암의 경우 검진 수검률이 전년도 70.7%에서 4.4%포인트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암센터는 대장내시경 검사 수검률이 2023년 56.5%에서 2024년 66.4%로 오른 점이 대장암 검진 수검률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암검진 대상자에게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장내시경 검사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장암 검진을 위해 어떤 검사방법을 선호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6.2%가 대장내시경이라고 응답해 현재 지원되는 분별잠혈검사(33.8%)보다 2배 가량 높았다.
국립암센터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대장내시경 검사의 국가암검진도입 타당성을 평가하기 위해 시행한 시범사업의 성과와 암검진 수검행태조사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대장내시경 선호도를 바탕으로 대장내시경의 국가검진 도입을 추진 중이다.
암센터는 국민들이 암 검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조기에 암을 발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생존율도 크게 향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작년 말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8∼2022년 진단받은 암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일반인과 비교했을 때 암환자가 5년간 생존할 확률)은 72.9%로, 2001∼2005년 54.2% 대비 18.7%포인트 늘었다.
암은 대부분 초기에 별다른 증상이 없다. 조기에 암을 발견해 치료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검진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암 검진 대상자 중 암 검진을 받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유를 별도 조사한 결과 '건강하다고 생각해서'라는 응답이 43.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17.4%), '검사 과정이 힘들어서'(16.7%)도 주요 이유로 꼽혔다. 정기적인 암 검진을 통한 조기 진단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미다.
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은 "이 결과는 국민들의 암 검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사람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다만 일부가 건강하다고 생각해 암 검진을 받지 않는 것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