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박정민이 라이브 온 스테이지 '라이프 오브 파이'로 8년 만에 무대에 섰다. 오래도록 영화에 집중하다 돌아온 무대는 낯설고 무섭지만 그만큼 흥미로운 곳이라고 했다.
박정민은 18일 '라이프 오브 파이' 인터뷰를 통해 8년 만에 무대에 복귀한 계기와 이 작품을 만나게 된 소감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제의는 많지 않았다"면서도 "제가 잘 하지 못할 거라는 판단이 들었었다"고 오랜만에 돌아온 이유를 말했다.
"간간이 무대 제안이 올 때 거절을 드렸는데 저희 회사가 공연을 만드는 곳이거든요. 워낙 무대를 안하니까 대표님이 제게 얘기하기가 조심스러웠나봐요. 이건 꼭 좀 했으면 좋겠어 하는 마음이 느껴졌어요. 이런 게 있는데 한번 생각해볼 여지가 있냐고 하셔서 우선은 알겠습니다 하고 영상을 봤는데 기가 막혔어요. 이 정도의 연출, 내용으로 하면 근사하겠다 생각이 들었죠. 옆에 황정민 형이 계셨는데 '그럼 하지마. 내가 할테니까' 하시기에 좋은 건가보다. 해서 오디션을 보게 됐습니다."

박정민은 "여기까진 제가 용기를 낸 거지만, 영국에서 오신 창작진 분들도 저를 택하는 용기를 내신 것"이라고 출연 성사의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저라는 무대를 많이 해보지 않은 사람한테 공연을 맡긴다는 건 그분들의 용기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면서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
"8년 전보다 제 연기적인 기술이 막 늘거나 한 건 아닌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니 마음가짐이 조금 변한 것 같아요. 그래도 배우 생활을 8년, 9년 더 지금까지 해온 거고 그동안 느끼고 좌절하고 다짐하고 다시 해나가고 했던 것들이 다 굳은 살이 돼서 무대에서 하는 게 조금 더 견딜만하고, 재밌고 그런 상황이에요. 사실 제가 공연을 보고 가장 반한 부분은 동물의 움직임이었어요."
박정민이 말한 것처럼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는 다양한 동물들이 퍼펫(인형탈이나 가면을 쓴 모형)으로 구현된다. 퍼펫을 움직이는 퍼펫티어들이 대형 호랑이나 얼룩말의 신체를 한 호흡으로 움직이고 연기하는 광경은 무대 위 연기자들은 물론 관객들까지도 숨 죽이고 몰입하게 한다.
"퍼펫 인형을 사람 3명이 그냥 움직이는 것 같지만, 제가 보기에 이렇게 관절들을 다 나누고 구성하고 눈 색을 이런 빛깔로 하고, 모든 게 계산된 느낌이죠. 우리 9명의 퍼펫티어들이 이걸 연구하고 움직이고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제가 이들을 도와줘야 호랑이가 살아있는 느낌을 받잖아요. 되게 흥미로웠고 연습 초반에 한 달 반 정도는 신체 훈련 같은 것에 열중했어요. 서로 다치면 안 되니까 안전하게 교류하는 방식을 훈련했고 정말로 저도 호랑이의 퍼펫티어 중 한 명이 된 것 같은 신기한 경험을 하기도 했죠."

오랜만에 무대에 돌아온 것도 낯설지만, 극중 파이의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박정민은 현재 40대의 나이임에도 10대 후반인 파이로 무대에 선다. "'기적' 이후에 10대 역할은 안하겠다고 다짐했었다"면서 씁쓸하게 웃어보인 그는 매 순간 신기하면서도 흥미롭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가고 있음을 털어놨다.
"어렵죠. 카메라는 감정을 잡으면 잡아주잖아요. 근데 무대는 잡아주지 않잖아요. 얼굴을. 아무리 슬프다고 얼굴로 연기를 해도 '쟤 뭐 하지' 할 수도 있죠. 최대한 그 파이가 느끼는 감정들, 처한 상황들을 온몸으로 보여줘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무대 연기는 무대에서 만 할 수 있는 연기가 따로 따로 또 있구나. 다 똑같은 영역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그러니까 늘 무섭고 저는 사실 무슨 무용수처럼 몸을 잘 쓰는 배우는 아니어서요. 최대한 열심히 잘 보이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정말 체력적으로 고단함도 있더라고요."
파이 역으로 더블캐스팅된 박강현에 대한 고마움도 얘기했다. 박정민은 "너무 잘하는 친구지 않나. 정말 잘 나가는 뮤지컬 배우고, 무대를 계속 해온 친구"라면서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는 든든한 동료였음을 얘기했다.
"걱정 아닌 걱정을 한 적도 있어요. 더블 캐스트들은 서로 견제하지 않을까. 저는 더블로 공연을 안해봤거든요. 강현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조심스럽고, 근데 너무 해맑고 좋은 거예요. 좀 목 쓰는 것 때문에 애 먹는다 싶으면 '제가 아는 사람 소개해 드릴까요?' 해요. 먼저 다가와서 계속 알려주고, 모르는 게 있으면 강현이한테 가서 물어보고. 대답을 너무 잘해주니까 진짜 의지가 많이 됐어요. 강현이만 알려줄 수 있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는데 서슴없이 다 알려줘서 기분이 좋고 마음이 되게 일찍, 빨리 열렸어요."

그러면서도 또 배우의 성향이나 차이 때문인지, 전혀 다른 파이가 완성됐다고도 말했다. 박정민은 "순전히 제 생각"이라면서 박강현의 파이와 자신의 파이가 다른 점을 얘기했다.
"파이의 동선이나 파이가 어떻게 해야할지, 상의를 많이 했거든요. 여기서 이렇게 움직이는 게 맞냐, 이렇게 말하는 게 괜찮냐. 쉽냐 어렵냐 계속 얘기하는데 결국에는 성향이 다르니까 쭉 가다가도 다른 파이가 나오더라고요. 되게 신기했어요. 누가 잘하고 못하고는 둘째치고 아예 다른 인물이 나오는 게요. 뭔가 제 파이가 더 멘탈이 약한 것 같아요. 강현이가 하는 파이가 조금 더 소년 같고 멘탈이 강하고 겪은 이야기를 더 당당하게 하는 파이인 것 같고 저는 좀 더 감정에 치우쳐져 있는 파이 같은 느낌이 들죠."
박정민은 인터뷰를 하면서 '라이프 오브 파이'가 종국에는 말하고자 하는 것,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레 꺼내놨다. 극중 파이는 "신도, 삶도 믿지 않는다면 무엇을 믿느냐"고 그의 이야기를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갑작스러운 조난처럼 뜻대로 되지 않는 삶을 어떤 태도로 살아갈 것인지 시시때때로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거다.
"그냥 삶이라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믿음, 희망 같은 키워드들 있잖아요. 결국엔 삶을 위해서, 구체적으로 말하면 좀 더 나은 삶을 위해서 내가 취해야 하는 어떤 태도들인 거잖아요. 근데 그거는 늘 변하는 것 같아요. 내가 의지를 갖는다고 해서 그 감정들, 어떤 개념들이 변하지 않고 항상 굳건히 버티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감정은 항상 시시각각 변하고 유혹당하고 충동이 들어오고 참거나 못 참거나. 이런 것들 위에 삶이 있는 것 같아요. 파이가 그래서 그 삶을 위해서 첫 번째 이야기를 믿는다고 생각하게 돼요. 계속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어른들에게 이 이야기가 궁금하냐, 더 낫지 않냐고 묻는 것 같죠. 이 공연은 삶에 대한 이야기고 삶을 지탱하는 키워드들은 그때 그때 변할 수 있고, 그럼에도 살아가야 한다라는 이야기인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jyy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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