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주 공모 회사채 시장은 긴 추석 연휴를 앞두고 한산한 흐름을 보였다. 이달 중순부터는 SK인천석유화학을 시작으로 파라다이스·우리금융지주·고려아연 등이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BBB급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다시금 얼어붙으면서 해당 등급 기업의 수요예측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9월 29일~10월 2일) 들어 회사채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한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앞서 지난주에 7곳이 수요예측을 진행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5일간 이어지는 긴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개별 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잠시 쉬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연휴가 끝나는 이달 중순부터는 다양한 기업이 수요예측에 나서며 공모채 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SK인천석유화학(신용등급 A+)이 이달 21일 1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목표로 14일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만기 구조(트렌치)는 2년물 600억 원, 3년물 400억 원이다. SK인천석유화학은 최대 2000억 원까지 증액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채 발행 주관은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SK증권, 삼성증권이 맡았다.
같은 날 파라다이스(A0)도 수요예측이 예정돼 있다. 발행 규모는 600억 원으로 2년물 300억 원, 3년물 300억 원으로 구성됐다. 파라다이스는 최대 1000억 원까지 증액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다.
이어 우리금융지주(AA-)가 이달 15일 최대 40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선다. 희망 금리 밴드(범위)는 3.0%~3.5%를 제시했다. 부실채권(NPL) 전문 투자회사인 연하자산관리(유암코)(AA0)는 17일, S-Oil(AA+)은 20일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21일에는 BNK금융지주(AA-), 고려아연(AA+), HS효성첨단소재(A0)의 수요예측이 예정돼 있다.
한편 금리 인하 흐름 속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3분기 만에 100조 원을 넘어선 가운데 신용등급 BBB급 비우량채 소외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실제 이달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기업 가운데 신용등급이 BBB급인 곳은 한 곳도 없다. 지난달 한진(BBB+), 케이카캐피탈(BBB0), SLL중앙(BBB0) 등이 회사채 발행에 나선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BBB급 회사채 발행이 뜸해진 이유로는 SLL중앙의 미매각이 꼽힌다. 두산퓨얼셀과 한진이 수요예측에서 목표액을 확보하며 시장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SLL중앙이 300억 원 모집에 150억 원 상당의 자금을 확보하는 데 그쳐 찬물을 끼얹었다. 다만 SLL중앙은 상반기 흑자 전환 등 실적을 앞세워 추가 청약을 통해 회사채를 증액 발행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회사채 시장에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리 인하기인 만큼 회사채 발행이 준수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BBB급에 대해서는 투자 수요가 저조해 자금 확보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회사채에 대한 수요가 높은 편이지만 여전히 BBB급에 대한 투심은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