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상장사인 중국의 36Kr이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 36Kr은 서울에 공유오피스를 마련한 후 이를 거점 삼아 한국과 중국의 혁신 기업 생태계 교류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중국 스타트업 관련 기업이 한국에 진출하면서 그동안 접점이 없던 양국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36Kr은 ‘차이나하우스’라는 이름의 공유오피스를 올해 12월 중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개소한다. 차이나하우스는 코엑스 인근 건물에 입주할 예정이며 면적은 약 500㎡ 규모로 조성된다. 공유오피스 개소와 함께 중국계 스타트업 하이어드차이나, 미국계 벤처캐피털(VC) 드레이퍼 드래곤, 중국의 중소상업기업협회 등 8개 기관이 입주할 예정이다.

36Kr은 2010년 설립된 중국의 벤처 플랫폼 사업체로 2019년 미국 나스닥 시장에 기업공개(IPO)를 했다. 핵심 사업으로는 정보기술(IT)·스타트업 전문 온라인 뉴스 매체 36Kr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의 더브이씨처럼 중국 내 스타트업의 투자 동향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 플랫폼 징데이터도 36Kr의 주요 온라인 사업이다. 아울러 36Kr 스페이스라는 브랜드로 중국 내 14개 도시에 50여 개의 공유오피스를 운영하는 중이다.
36Kr은 최근 한국 진출의 첫발을 뗐다. 올해 7월 한국 법인 36케이알코리아가 설립됐다. 첫 사업으로 낙점한 공유오피스 사업은 36케이알코리아와 중국잉커로펌이 공동 출자해 차이나하우스 법인을 세운 뒤 해당 법인을 통해 이뤄진다. 중국 기업이 한국에 공유오피스 브랜드를 차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잉커로펌은 중국 내 115개 지점을 두고 한국, 미국, 호주 등 20여 개 국가에 사무소를 설치한 대형 로펌이다.
36Kr은 삼성동 차이나하우스를 거점 삼아 향후 한국과 중국 양국의 스타트업과 모험자본시장을 매개하는 사업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 현지 투자자를 찾는 단계에서 법인 설립 과정까지 마칠 수 있도록 컨설팅하는 사업이다. 아울러 정부 기관, 대학, 연구소 등이 중국과 협업을 모색할 때도 중개 사업을 진행한다. 반대로 중국 자본과 한국의 투자처를 물색하는 작업도 회사의 사업에 포함된다. 이외 36Kr은 내년 상반기 중 양국의 벤처 기업 정보를 모아 연계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출시할 계획이다.
36Kr은 중국 벤처 시장 규모에 비해 양국 간 벤처 생태계 교류가 활발하지 않다는 점을 사업 기회로 포착했다. 지난해 중국 내 사모펀드·VC 펀드 신규 결성액은 4121억 위안(약 80조 원)으로 모험자본시장이 활성화 돼 있다. 그러나 중국 자본이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한국 스타트업이 중국에 진출한 사례는 보기 드물다. 특히 코로나19 유행 이후 중국이 3년 가까이 국경을 폐쇄하면서 기업인들의 접점이 희미해졌다. 사실상 민간에서 양국의 벤처 기업을 매개할 곳은 없는 상태이기에 36Kr은 경쟁자가 없는 시장에 뛰어든 셈이다.
박지민 36케이알코리아 공동대표는 “한국의 수많은 공공기관과 기업이 정보불균형으로 중국 사업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중국 기업은 한국에 투자하고 싶어도 적절한 파트너를 찾는 데 애로사항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막대한 중국 자본을 성공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선 차별화된 기술을 내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중국 안에서 우후죽순으로 창업이 이뤄지는 만큼 이들과 투자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강점을 앞세워야 한다는 조언이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중국 자본이 한국에 관심을 두는 분야는 인공지능(AI)·로봇·바이오”라며 “피지컬 AI(물리적 실체에 구현된 AI)를 제조업에 결합해 생산 혁신을 일으키는 기술이 중국의 관심을 끌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