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숨통 조여오는… ‘기후위기 리스크’ [보험, 위기와 기회 사이②]

2025-06-25

오종민 기자 fivebell@kyeonggi.com

기자페이지

폭우·폭염·산불 등 자연재해 잦아지면서 보험금 지급 ‘눈덩이’...재무 건전성 경고등 상품 개발·시스템 개선 등 생존 전략 고심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해가 잦아지면서 보험업계의 재무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폭우와 폭염, 산불, 한파 등 예기치 못한 피해가 반복되면서 보험금 지급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고, 이에 따른 재무 리스크가 업계 전반을 압박하면서다.

24일 한국은행이 지난 3월 발표한 ‘기후변화 스트레스 테스트’에 따르면 온실가스 감축 조치가 미흡할 경우 국내 금융권은 2050년부터 2100년까지 최대 45조7천억원의 손실을 입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손실의 대부분은 은행권의 신용손실과 보험사의 시장손실에서 비롯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보험사는 전자부품 제조업 등 고위험 산업군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아 포트폴리오 리스크가 취약점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기후로 인한 실손도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손해보험협회와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최근 3년(2020~2022년)간 자연재해로 인한 연평균 보험금 지급액은 약 7천152억원으로, 2017년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2023년에는 약 1조3천억원까지 늘어나 보험사 재정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진단된다. 이후의 공식 통계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보험업계는 피해 규모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로 보고 있다.

손해율 상승세도 뚜렷하다. 올해 2월 기준 대형 5개 손해보험사(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8.7%로 전년 동기 대비 9.7%포인트 상승했다. NH농협손해보험의 경우 2023년 말 기준 손해율이 107.2%로, 전년보다 13.4%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 사이에서는 이상기후가 일상화된 만큼 재무 건전성 확보와 기후리스크 대응체계 구축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이상기후가 반복되면서 단순히 손해율을 관리하는 수준을 넘어, 기후위기를 구조적 리스크로 인식하고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라며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려면 기후리스크를 반영한 상품과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기후위기를 단순한 부담으로만 보지 않고,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 개발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기후위기에 특화된 맞춤형 보험 상품 수요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며 “이상기후에 대응하는 보험 시장 자체를 키우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업계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폭설과 집중호우 같은 기후위기 영향으로 보험금 청구가 늘고 있다”며 “보험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관련기사 : 고의충돌 후 보험금 ‘꿀꺽’… 질주하는 ‘보험 사기’ [보험, 위기와 기회 사이①]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