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듣고 모으고 기부하고”…광복 80주년, MZ는 이렇게 애국한다 [현장 속으로]

2025-08-15

“대한 독립 만세” AI로 되살린 만세 함성

도시락 굿즈부터 전통유산 패키지까지

기부와 체험 결합한 ‘참여형 캠페인’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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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 16일, 하루 늦게 조국의 해방 소식을 들은 8만여 인파가 옛 서울역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간의 억압에서 해방됐다는 자유로움과 안도감, 나라를 되찾은 기쁨에 흐느끼며 목 놓아 만세를 외치는 이들, 다시는 이런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염원하는 이들의 간절함이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울려 퍼졌다.

지난 12일 저녁 서울 용산구 CGV. 식품기업 ‘빙그레’가 광복 당시의 만세 함성을 인공지능(AI) 기술로 재현한 다큐멘터리 ‘처음 듣는 광복’이 상영됐다.

빙그레는 역사 자료와 현장 증언 등을 토대로 그날의 소리 단서가 되는 표현들을 수집해 사운드 소스를 만들었고, 사진 속 사람들의 옷차림과 성별, 나이는 물론 당시의 기온과 습도 등 날씨까지 반영해 음향을 구현했다.

러닝 타임은 광복절 날짜에 맞춘 8분15초로, 티켓 수익 중 815원을 독립운동가 후손 돕기 캠페인에 기부하는 참여형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영상은 15일까지 전국 15개 CGV 극장에서 상영되며,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무료 상영 행사가 열린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20대 이혜지씨는 “영상을 보고서야 올해가 광복 80주년인 것을 알게 됐다”며 “선조들이 수많은 감정을 담아 외쳤을 독립의 순간이 온몸으로 느껴져 눈물이 났다. 영상도 보고 기부도 할 수 있어 매우 뿌듯하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방문한 40대 윤희상씨는 “책으로만 배운 역사가 실감 나게 다가왔다”면서 “비록 AI로 만든 소리이지만 현장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어 새롭고 감동적이었다”고 전했다.

기획부터 완성까지 8개월간 심혈을 기울여 구현한 광복의 소리는 백범김구기념관에 기증돼 역사 교육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빙그레 광고기획팀 전세현 프로는 “광복을 조금 더 생생하게 기억하고 독립운동가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도록 당시 상황을 직관적으로 느끼고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소리’에 집중했다”며 “일상에서 역사적 순간을 가깝게 접할 기회가 많아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광복 80주년’ 맞아 ‘참여형 애국 마케팅’ 경쟁

식품·유통업계가 해방 80년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전면에 내세운 상품부터 오감 만족 캠페인, 기부 연계까지 다양한 방식의 ‘애국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가 출시한 ‘광복 80주년 도시락’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모으는 재미가 있는 도시락’으로 화제 몰이 중이다.

도시락을 구매하면 태극기 모양과 김구·한용운·윤봉길 선생의 필체가 담긴 ‘대한’, ‘독립’, ‘만세’ 문구의 키보드 키 캡을 받을 수 있는데, 온·오프라인에서 빠르게 동날 만큼 인기다.

대학생 권지수씨는 “광복절 기념 키 캡을 다 구하려고 매일 광복 도시락만 사 먹고 있다”면서 “배도 채우고 굿즈도 모을 수 있어 재미와 의미까지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 브랜드 노브랜드는 국보와 보물 등 전통 문화유산 10여점의 이미지를 인기 상품 7종의 패키지 디자인에 녹여냈다. 우유 제품에는 고려청자를 대표하는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이, 화장지에는 조선 후기 화가인 정선, 김홍도의 작품이 담겼다. 판매 수익금 일부는 문화유산 보존과 연구에 사용된다.

스타벅스는 독립문역점·환구단점의 8월 수익 전액을 독립유공자 후손에게 기부하며, 제주삼다수는 해피빈 메시지 캠페인을 통해 참여 1건당 생수 2리터를 독립유공자와 후손에게 전달하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에게 역사적 기념일은 단순히 판매 실적을 올리는 단발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브랜드가 국가와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기업의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이 소비자에게 닿으면 장기적으로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새로운 경험과 스토리 등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트렌드에 따라 애국 마케팅도 고객 참여형 캠페인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교수(소비자학과)는 “잘 만들어진 콘텐츠가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에 맞게 연결되면 자발적으로 돈을 내게 된다”며 “애국과 나라 사랑, 광복 등의 가치는 소비할 때도 뿌듯하고 남에게 자랑하기에도 좋은 소재인 데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방식으로 새로운 감동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국윤진·윤성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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