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 부문 심사평 - 비평적 대화에 충실…결론 아닌 과정으로 접근하는 자세 돋보여

2026-01-01

인공지능이 문장과 문제를 조합하고 알고리즘이 취향과 욕망을 선별해주는 시대에 문학 비평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올해 응모작들은 이 질문 앞에서, 인간의 감각과 사유가 개시하고 발화하는 지점을 다각도로 탐색하고 있었다.

정동의 미세한 리듬을 따라가며 퀴어 서사의 감정 구조를 짚어낸 ‘사랑의 여백, 퀴어한 정동의 자리에서-박상영 문학 읽기’, 동시대 시가 필요로 하는 존재론적 언어를 제안하는 ‘저월하는 유령들-안미린론’, 묵시록적 상상력을 삼분하며 동시대 시의 지형도를 그린 ‘포스트 아포칼립스 시의 시적 상상력과 그 양상들’, 철학적·신학적 사유의 골격 속에서 오래된 물음을 현재화한 ‘생각하는 아이의 시-황인찬론’ 등은 시대적 조건과 접속하는 흥미로운 글들이었다. 이 글들 모두 개념과 이론을 배후로 하고 있어, 비평적 기본기가 갖추어졌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어떤 글들은 그 이해가 다소 단순하거나 피상적이었고, 어떤 글들은 작품을 앞질러 가거나 압도해서 아쉬움이 남았다.

최종적으로는 다음 두 편을 놓고 논의가 길어졌다.

‘잿더미 속 잉걸불-송승언론’은 단박에 이목을 집중시킨, 박력 있는 글이었다. “기계로부터 인간의 사유가 박멸한 지점에서 인간의 사유를 재점화하기”를 시인의 과제로 읽어낸 것은 시의성이 있었고, 잉걸불의 형상으로부터 ‘잔존의 시학’으로 나아간 것도 짜임새가 있었다. 다만, 주제와 화법이 미묘하게 어긋나 있다는 인상을 끝까지 떨치기 어려웠다.

‘사랑의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박선우론’은 비평적 대화에 충실한, 조심스럽고 섬세한 글이었다. “자기로 포화된 이 세계에서 사랑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 아래 현실적 조건과 제약도, 관계의 미묘한 기울기도, 그 어느 것 하나 쉽게 놓지 않으며, 사랑을 결론이 아니라 과정으로 접근하는 일관된 자세가 호감을 샀다. 물음 속에 오래 체류하며, 작품의 질곡과 동행하는 저력은 많은 응모작들 중에서 특히 돋보였다.

서두에 이미 제시된 답을 말미에서 되풀이하는 글들이 많았다. 그래서, 차라리 길을 잃을지라도 텍스트가 직조한 안팎의 결을 정직하게 따라가며, 입구와는 조금 다른 출구에 닿으려 한 이 글의 겸허함이 믿음직했다.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원고를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는 응원과 격려를 전한다.

심사위원 양윤의·차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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