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례 없는 인구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의 저출생 흐름에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1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가임기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81명으로 전년 대비 0.02명 늘었다. 1~10월 평균 합계출산율은 0.80명 수준으로 2021년 이후 4년 만에 0.8명대로 반등할 가능성이 커졌다. 2021년 0.81명이던 합계출산율은 2022년 0.78명, 2023년 0.72명으로 역대 최저 수준까지 곤두박질쳤는데 2024년 0.75명으로 9년 만에 반등한 데 이어 0.8명대 안착이 기대된다. 코로나19로 미뤄졌던 혼인 건수가 집중된 기저효과와 청년층의 결혼·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 등이 맞물린 결과다.
합계출산율 반등은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잠재성장률의 추락을 걱정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 비춰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번 반등으로 저출생의 어두운 터널을 완전히 빠져나왔다고 낙관하기는 이르다. 한국의 출산율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43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현재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대체출산율 2.1명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구 감소에 영향을 주는 구조적 문제도 여전하다. 결혼·출산 적령기 청년층을 짓누르는 고용 불안, 집값 상승, 사교육비 부담 문제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정부가 그동안 저출생 대책에 수백조 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효과가 미미했던 것은 현금성 지원 위주의 단기 대책에 그친 탓이 크다.
저출생 극복은 국가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미봉책만 남발해서는 곤란하다. 이제라도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구조 개혁에 박차를 가해 저출생의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 청년층에게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주택 공급을 늘려 주거비 부담도 낮춰야 할 것이다. 기업들은 돌봄 문제 해결을 위해 일·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유연한 근무 환경을 만드는 데 힘써야 한다. 모처럼 합계출산율이 0.8명대로 반등했다. 저출생의 위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골든타임’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