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턴의 노벨상 수상이 던지는 교훈

2024-10-23

‘AI 혁명의 아버지들’ 중에서도 핵심인 제프리 힌턴은 2018년 튜링상으로 시작해 급기야 2024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인공신경망과 딥러닝의 기초를 확립한 그의 비결은 ‘불굴의 연구자 정신’이다. 힌턴의 회고에 따르면 1990년대 말 그의 연구는 모든 저널에서 게재를 거절당했다. ‘앞날이 깜깜한 신경망을 아직도 붙잡고 있느냐’는 핀잔도 들었다. 많은 노벨상 수상자들이 비교적 굴곡이 적은 연구 인생을 살았다. 힌턴의 드라마는 ‘AI의 겨울’을 버티면서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힌턴이 쏘아 올린 인공신경망의 축포와 후속 연구들이 만들어낸 AI 시장, 그중에서도 AI 전용 반도체 시장은 성장이 폭발적이다. 시가총액 1위를 다투는 엔비디아, 삼성전자의 시총을 역전한 TSMC가 그 수혜자들이다.

성장은 전쟁처럼 승패를 낳는다. 반도체의 명가(名家)인 삼성전자도 병가상사(兵家常事)를 피할 수 없다. 승승장구하던 삼성은 최근 기세가 꺾였다. 엔비디아에 납품하는 HBM(고대역폭메모리)의 리뷰에 통과하지 못하여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심리적 충격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사내 핵심 인재를 모아 HBM 전담 조직을 꾸린다고 알려졌다. 힌턴이라면 어떤 훈수를 둘까. 힌턴의 연구방식에서 해결책이 보인다. 힌턴 방식을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인공지능’에서 ‘인공’보다 ‘지능’에 더 신경 써야 한다. 둘째, ‘지능’을 알아내고 이용하려면 폭넓은 연구, 학제적 연구가 필요하다. 셋째,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인내심이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지능’을 중심으로 회사의 모든 것을 재편해야 인공지능의 미래를 선도하는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다. 힌턴이 인공 ‘지능’을 알아내고 구현하기 위해서 수많은 요소를 통합·정리했다면, 마찬가지로 삼성전자도 인공지능이라는 대업에 최적화된 조직·의사결정·아이템·연구개발로 변모해야 한다. 이는 종전의 ‘인공’의 선형성에 초점을 맞췄던 질서와 상당히 다를 것이다.

올해 노벨 화학상을 받은 알파고의 데미스 허사비스 또한 힌턴과 마찬가지로 인공지능을 연구하기 위해서 컴퓨터만 열심히 들여다본 것이 아니다. 인지과학 연구자로서 심리학·뇌신경과학·동물행동·계산이론·컴퓨터 하드웨어 등 지능연구에 연접한 많은 이질적 연구를 총동원하여 섭렵했다. 인공지능의 파급 범위가 거의 무한대이듯, 인공지능 연구개발을 위한 원재료 역시 매우 포괄적이며 방대하다.

아직 불혹도 넘기지 않은 딥마인드의 연구원 존 점퍼가 노벨화학상을 받았듯이 포기하지 않는다면 삼성전자의 30대 연구원도 노벨상을 받지 말란 법이 없다. 국민 기업을 응원한다.

이수화 한림대학교 AI융합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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