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역 삼총사 “KBO 복귀 신고합니다”

2025-06-17

“스스로 단단해진 시간이었습니다. 오래 기다려주신 만큼 성적으로 보답해야죠.”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년 6개월. “제대하면 남자가 된다”는 이야기는 이제 옛말처럼 됐지만, 누군가는 자신을 돌아봤고, 또 누군가는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잠시 프로야구 선수 유니폼을 내려놓고 병역의 의무를 마친 ‘예비역 삼총사’ 이정용(29·LG 트윈스), 배제성(29·KT 위즈), 구창모(28·NC 다이노스)를 최근 경북 문경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만났다.

2023년 12월 함께 입대해 상무에서 동고동락한 뒤 17일 나란히 전역한 이들은 “입소할 때만 해도 ‘언제나 제대할까’ 생각했는데 이런 날이 왔다. 민간인으로 돌아와 기쁘다”며 “몸은 여기(군대)에 있었지만, 마음의 눈은 늘 KBO리그를 향했다. 빨리 소속팀으로 돌아가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세 선수는 입대 전까지 1군에서 활약하던 동갑내기(이정용·배제성 1996년생, 구창모 1997년2월생) 투수다. 오른손 셋업맨 이정용은 2021년 15홀드를 기록하며 필승조로 자리매김했고, 이듬해에는 22홀드로 LG의 통합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이정용의 성남중-성남고 동기인 배제성은 매년 10승 안팎을 책임진 핵심 선발투수다. 2021년 KT 통합우승 멤버이기도 하다. 왼손 에이스 구창모의 존재감도 만만치 않다. 2019년 10승을 올렸고, 2020년에는 전반기에만 9승을 거둬 NC 통합우승의 디딤돌을 놓았다.

각자의 소속팀을 정상으로 이끈 동갑내기는 지난 1년 반 육군훈련소와 상무에서 함께 지내며 소중한 인생 수업을 받았다. 입대 전까지 팔꿈치와 허리, 햄스트링 등의 잔 부상으로 고생했던 구창모는 “여기 있으면서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됐다. 초심을 되찾았다고 할까. 훈련병 생활도 하고, 상무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여러모로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배제성도 “냉정한 경쟁 사회에서 벗어나 모처럼 야구에만 집중하는 시간이었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점호하고, 경기하고, 훈련하는 일과가 힘들기는 했어도 나중에 큰 추억이 되리라 생각한다”며 웃었다. 옆에서 이를 듣던 이정용은 “군 생활이 낯설기는 했지만, 중학교 때부터 함께한 (배)제성이와 같이 지내 의지가 됐다. 다투기보다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인터뷰 당일 세 선수는 상무 유니폼을 입었지만, 벌써 마음만큼은 각자 소속팀을 향한 느낌이었다. 이정용은 “사실 지난 1년 6개월 동안 LG 선수가 아니라 팬으로 지냈다. 짬 날 때마다 LG 경기를 봤는데, 형들이 중심을 잘 잡아주고 새 얼굴이 활약하면서 내가 있을 때보다 더 강해진 느낌이 들었다. 물론 나도 빨리 합류하고 싶다는 욕심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LG처럼 상위권에 올라 있는 KT를 보며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는 배제성은 “투수들이 워낙 잘해주고 있고, 트레이드를 통해 이적해온 선수들도 순조롭게 적응하면서 전력이 더욱 단단해졌다. KT 특유의 선발 야구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정용은 곧바로 1군 엔트리에 올라갈 전망이다. 제자의 전역만 기다린 LG 염경엽 감독은 이정용을 바로 필승조에 넣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혔다. LG 구단은 17일 잠실 NC전을 앞두고 이정용을 위해 성대한 환영식도 열어줬다. 배제성은 KT 코칭스태프의 구위 점검을 거쳐 합류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현재 6선발이 유력하다.

구창모는 처지가 좀 다르다. 몸 상태가 아직 온전치 않아서다. 지난 4월 2일 삼성 라이온즈 2군과의 경기에서 타구에 왼쪽 어깨를 맞았다. 아직 많은 공을 던지지 못한다. 구창모로부터 설명을 들은 NC 이호준 감독은 시간을 두고 지켜보기로 했다. 당분간 2군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릴 예정인 구창모는 “팀에 바로 합류하지 못해 마음이 착잡하다. 구속은 90% 정도 올라온 만큼 투구 수만 늘리면 된다”며 “NC 경기를 보며 저곳(NC)에서의 시간이 참 소중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빨리 몸을 만들어 하루속히 팬들을 만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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