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데이터 규제 제거…개인정보위, 'AI 시대' 맞춰 제도 정비

2025-01-13

자율주행차량에 탑재되는 인공지능(AI) 개발 등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경우에는 가명처리되지 않은 원본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보호 법규가 개선된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마이데이터 제도를 통한 본격적인 성과 창출, 딥페이크 등 프라이버시 침해 위협에 대한 대응 강화도 추진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13일 ‘안전한 개인정보, 신뢰받는 AI 시대’를 비전으로 이 같은 올해 주요 정책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개인정보위는 지금껏 이뤄 온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강화 노력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성과로 이어지도록 AI 시대에 부응하는 개인정보 법제 정비에 나선다고 밝혔다. AI·디지털 대전환 심화에 따른 프라이버시 침해 위협에도 선제 대응해 개인정보 처리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확보해 나갈 방침이다.

개인정보위는 이 같은 목표를 위해 △데이터와 신뢰 기반의 AI 성장 여건 조성 △데이터 프라이버시 글로벌 리더십 강화 △디지털 대전환 가속화에 대응한 개인정보보호 체계 재정비 등 3대 추진전략과 6대 핵심 추진과제를 제시했다.

먼저 AI·데이터 생태계 발전 지원을 위해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AI 개발에 있어서 원본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법제를 정비한다. 자율주행 AI 개발 등 가명처리만으로 연구 목적 달성이 어려운 경우 개인정보 보호법에 특례 규정을 마련해 적정한 안전조치를 전제로 원본 데이터 활용을 허용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기술의 경우 개발 과정에서 주변 차량이나 건물, 보행자 등 주행 경로상의 모든 사물 정보를 수집해 활용해야 한다. 주행 중 촬영된 영상의 경우 촬영된 사람의 얼굴을 모자이크해 사용하는 것보다 가공을 거치지 않은 영상 원본을 사용해야 기술의 정확도가 향상된다. 자율주행 AI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과정에서도 촬영된 경로 주변의 영상을 활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개인정보위는 특례 규정을 마련한 후 위원회 심의·의결 하에 원본 데이터 활용을 허용할 예정이다. AI 개발 사업자 등의 정당한 이익이나 공익 등을 고려해 개인정보를 적법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개인정보 규율체계가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보다 구체화한 주요 분야별 AI·데이터 처리 기준을 마련하고 딥페이크를 악용한 합성 콘텐츠 등에 정보주체가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권리 도입를 추진한다. 인격적 가치를 훼손하는 개인정보 합성 행위 등을 금지·처벌하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생성형 AI 등 신기술 발전에 대응한 제도적·기술적 인프라 구축을 위한 여건 조성에도 힘을 쏟는다. 수술 장면 등 민감한 개인정보 영상의 유출 근원으로 지목된 인터넷 프로토콜(IP) 카메라 보안 관리를 위해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운영 등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한다. 가명처리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심의위원회 법제화, ‘가명정보 지원 플랫폼’의 기능 추가 등 가명정보 활용 활성화에 나선다. AI 등 신산업 분야의 개인정보보호 강화기술(PET) 개발도 중점적으로 지원한다.

국제적으로는 올해 9월 글로벌 프라이버시 총회(GPA)의 서울 개최를 통해 글로벌 개인정보 규범 리더십 확보를 추진한다. 이번 총회를 통해 그간 유럽·미국 중심으로 이뤄진 개인정보 규범 논의에 아시아 등 다양한 지역의 시각을 반영한다는 구상이다. GPA는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등 전 세계 95개국, 148개 기관이 참여하는 최대 규모의 국제 개인정보 감독기구 협의체다.

이와 함께 한국과 EU의 상호 데이터 이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EU에 대한 동등성 인정 및 EU의 한국에 대한 적정성 결정 갱신을 추진한다. 미국·영국·일본 등 다른 나라의 동등성 인정 추진도 검토한다. 또 표준계약조항(SCC) 등 안전한 개인저보 국외이전 수단을 확대하는 등 국외이전 보호체계를 강화한다.

개인정보위는 올해 본격 시행되는 마이데이터 시대를 맞아 다방면의 성과 창출을 이뤄나간다는 계획도 밝혔다. 개인정보위는 국민 일상과 밀접한 의료·통신·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선도서비스 5종을 정하고 올해 단계적으로 출시한다. 향후 의료·통신 분야의 정보 전송자와 전송 항목을 확대하고 교육·고용·여가 등 다양한 분야로 넓혀가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투명하고 안전한 마이데이터 생태계 구축을 위해 ‘마이데이터 지원 플랫폼’을 개설한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 개인정보관리 전문기관을 지정해 지속적인 실태점검을 실시한다. 부당한 전송 유도·유인 방지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방침이다.

이밖에 개인정보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국민 생활 밀접 분야, 신기술·신산업 분야, 공공 분야 등 취약 3대 부문에 대한 선제적 집중 점검에 나선다. 디지털 증거 분석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포렌식랩을 구축하고 조사 전 과정을 관리하는 조사정보시스템을 운영한다. 행정소송 증가에 대비한 소송 전담팀을 구성한다. 해외사업자에 대한 조사 대응 방안 강화, 경미한 사건에 대한 조사·처분 면제 기준도 정비한다.

디지털 시대에 증가하는 프라이버시 침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개인정보 안전망 구축 방안도 제시했다. IP 카메라 등 일상에서 활용되는 정보기술(IT) 기기를 대상으로 ‘개인정보보호 중심 설계’ 시범인증을 확대한다.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으로 법정 인증화도 추진한다. 공공기관의 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전면 공표제를 시행하고 대규모 유출사고 후에는 추가 실태점검을 의무화한다. 폐쇄회로(CC)TV 영상관제시설 등의 개인영상정보 보호 강화를 위해 영상정보관리사 국가공인 민간자격시험을 시행한다.

고학수 개인정보위 위원장은 은 “생성형 AI를 포함한 신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함께 개인정보 규제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잠재적인 프라이버시 침해 위협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며 “AI 환경 변화에 발맞춰 원칙 기반 개인정보 규율체계의 완성도를 높여 나감으로써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국내 AI 생태계 발전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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