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미 투자 확대 다짐·美 안보 협력도 확인

2025-02-08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첫 정상회담을 갖고 "미일 관계의 새로운 황금 시대 추구"를 표방하는 공동성명을 채택, 양국의 향후 동맹 협력 강화 행보가 주목된다.

7일(현지시간) 이시바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대미 투자 확대 등 경제 기여를 다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실현 등 안보 동맹으로서 일본에 대한 협력을 확인해줬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전 이시바 총리를 바로 옆에 둔 채 무역 적자 문제를 거론하면서 다음 주 다수 국가에 상호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는가 하면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일본 방위비의 추가 증액을 기대한다고 말하는 등 방위비와 무역 문제 관련 압력 의향은 숨기지 않았다.

그는 대선 과정에서 반대 의사를 밝힌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시도에 대해서는 "매수가 아니고 대규모 투자를 하기로 합의했다"며 모종의 방식 변화를 시사했다.

◇ 공동 서명 서두 장식한 '미일 관계 새로운 황금시대'

일본 외무성이 배포한 양국 정상의 이날 공동 성명 모두에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견지함과 동시에 미일 관계의 새로운 황금시대를 추구할 결의를 확인했다"는 문구가 담겼다.

'황금시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미국의 황금시대는 이제 시작된다"고 선언한 데에서 비롯된 만큼 미국 측 의사를 강하게 반영한 측면이 있지만 양국 간 긴밀한 협력 의지를 강조한 문구이기도 하다.

이어 공동성명에는 구체적 협력 내용으로 미일 동맹을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전을 위한 초석으로 유지하고 동맹의 억지력과 대처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일본의 요구에 맞춰 일본과 중국이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가 미일 안전보장 조약의 적용 대상이라는 점을 확인했으며 양국 외교·국방 장관(2+2) 회의 조기 개최, 방위 장비 기술 협력 촉진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한미일, 미국·일본·필리핀 간 협력 등 조 바이든 전 대통령 때 다져진 중층적 네트워크 협력 의사도 밝혔다.

역시 안보 분야에서 중국의 위압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에 반대 의사를 명시하면서 대만의 국제기구 참가에 대한 지지 의사도 담았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해서는 우려를 표명하면서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다짐과 한미일 3국 간 협력 중요성을 확인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협력,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의 일본 수출 확대 등 내용이 담겼다.

이밖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의 공식 일본 방문 초청에 가까운 장래에 응하기로 했다.

◇ 이시바 경제 기여 다짐에 트럼프 안보 협력으로 화답 모양새

이시바 총리는 정상회담 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대미 투자를 1조달러(약 1천456조원)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표명했다.

2023년 기준 8천억달러 수준인 일본의 대미 직접투자액을 더 늘려 미국의 고용 창출에 기여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일본의 트럭 제조업체인 이스즈자동차가 미국에 추가로 공장을 짓기로 했다는 말도 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전략에 대응해 일본이 5년 연속 대미 투자 1위인 점 등 미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미국산 LNG 수입 확대 전략을 세웠다.

일본이 보인 성의에 화답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곧 역사에 남을 기록적인 양의 미국산 천연가스 수입을 시작할 것"이라며 "알래스카주의 석유·천연가스 사업에 관한 미일 합작 사업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의 억지력을 사용해 동맹국을 100% 지킬 것"이라며 안보 분야 협력 의사를 밝혔다.

그는 양국 간 현안 중 하나인 일본제철의 미국 철강기업 US스틸 인수 시도에 대해서는 "매수가 아니라 대규모 투자를 하기로 합의했다"며 새로운 방식의 해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앞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대해서는 전임 조 바이든 정부가 이미 불허 결정을 내렸고 트럼프 대통령도 대선 과정에서 명확한 반대 입장을 밝힌 상태였다.

양국 정상은 첫 정상회담 후 서로에 대한 인상도 전했다.

이시바 총리는 "미국과 세계에 강한 사명감을 가진 분이라고 느꼈다"고 말했고 트럼프 총리는 "아주 강한 남자다. 매우 존경한다"고 칭찬했다.

이날 두 정상은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약과 불법 이민 문제 등을 두고 캐나다, 멕시코, 콜롬비아 등을 강하게 압박한 것과 대비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일본 총리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일본 총리

(워싱턴 AP=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2.7

◇ 한숨 돌린 일본…방위비·관세는 여전히 숙제

이시바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으로 일단 한숨은 돌리게 됐다.

일본 정부는 외교 경험 미숙이 약점으로 지목돼온 이시바 총리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는 트럼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수개월 전부터 대책회의를 거듭하며 대응책을 논의해왔다.

이어 이번 회담에서 안보 협력을 확인받는 등 최소한 모양새를 갖췄다는 점에서 일단 문턱 하나는 넘어선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이스라엘에 이어 일본이 두 번째 정상회담을 한 국가라는 점도 나름 인정받았다는 내부 평가도 나온다.

회담 내용을 구체적으로 따지고 보면 일본 측이 크게 내주거나 양보한 것이 없어 나름대로 '선방'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일본이 약속한 방위비 지출 증가는 이미 군비 증강을 해오던 추세 속에서 제시한 조치인 데다, 관세의 경우도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만 일방적으로 부과하는 것이 아닌 '상호 관세'를 언급했고 이마저도 일본을 직접적 대상으로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위비 증액 요구나 미국의 관세 인상 등은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로 남아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만성적인 무역적자는 미국 경제를 약화하고 있고 대일 무역적자는 1천억달러를 넘는다"며 "이것을 해소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상회담에서) 관세에 대해서는 그다지 논의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일본의 방위비와 관련해서도 "더 늘어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2022년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계기로 당시 GDP 1% 수준이었던 방위비를 2027회계연도까지 GDP 대비 2%로 올릴 것이라는 점을 미국 측에 설명해왔으나 사실상 추가 증액을 압박받은 셈이다.

일본은 이번 공동성명에 '2027회계연도 이후 방위력 강화'를 명기함으로써 사실상 방위비 추가 증액을 미국 측에 약속했다.

국제팀 press@jeonp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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